전체 글395 [넥스트 엑시트/2022] 죽은 이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말은 언제나 우리 안에 있던 가장 깊은 그리움을 흔들어 놓는다. 영화 **〈넥스트 엑시트〉**는 그 금단의 문턱 앞에 선 두 사람, 상처로 얼룩진 로즈와 오래된 슬픔을 농담으로 가린 테디의 느리고도 고요한 여정을 따라간다. 죽음 너머에서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그 문을 두드릴까. 이 영화는 죽음의 세계를 보여주는 대신, 살아 있고 싶다는 마음의 본체를 비추며 우리 내면에 웅크린 그림자를 꺼내놓는다. 그 잔잔한 울림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남아 우리의 가슴을 두드린다.죽음을 향해 떠나는 길,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로즈가 처음 스크린에 등장했을 때, 나는 그녀의 눈에 오래 묵은 피로와 습관처럼 굳어진 체념이 동시에 깃들어 있음을 느.. 2025. 11. 16. 개들의 언덕 폴란드의 어둑한 숲에서 발견된 한 소녀의 시신.그날 이후 18년 동안, 그 사건은 마을 사람들의 심장에 생채기처럼 남아 있었다.넷플릭스가 투자해 만든 드라마 **〈개들의 언덕〉**은 그 상처 위를 천천히 걷는다.억울하게 누명을 쓴 청년, 침묵한 이웃들, 권력에 길들여진 경찰과 시장, 그리고 진실을 알면서도 외면한 한 남자의 이야기. 이 드라마는 폭발적인 자극 대신, 숨 막히는 침묵과 죄책감의 그림자로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파고든다.보고 난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을 잡아끄는 잔향이 남는다.🌑 1. 18년 전의 숲, 피로 얼룩진 한밤의 비밀폴란드의 작은 마을로 가는 길목에서 나는 처음 이 이야기를 마주했다.어둠이 내려앉은 숲 속, 누군가의 딸이며 누군가의 연인이었던 다리아의 시신이 발견되던 그 장면.잘린 나.. 2025. 11. 15. 〈조각도시〉 세상을 움직이는 건 단 1%의 잔혹한 선택일까.살인 누명을 쓰고 나락으로 떨어진 한 남자, 그리고 ‘조각가’라 불리는 한 사이코패스의 뒤틀린 야망이 도시 전체를 붉게 물들인다. 디즈니 플러스 신작 **〈조각도시〉(2025)**는 인간을 흙처럼 주무르는 괴물 같은 권력의 손아귀를 정밀하게 파고들며, 레이싱 장르와 스릴러, 누아르를 한 번에 뒤집어엎는 괴물 같은 몰입감을 선사한다.보는 순간 숨이 막히고, 끝까지 가면 기묘하게 아름다운 절망이 남는다.피로 시작된 밤, 조각되는 한 남자의 인생어느 새벽, 나는 영상 속 남자의 흐느낌을 처음 들었다.피로 흥건한 방, 손에 칼을 쥔 채 “나 아니야”라고 중얼거리는 한 남자.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를 붙잡고 그는 떨고 있었다.그리고 그 순간, 그의 인생은 산산이 부서지기.. 2025. 11. 15. 비너스(Venus, 2022) 클럽 댄서로 살아가던 한 여자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언니의 아파트로 숨어든다.하지만 그곳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다른 세계’가 있었다.영화 **〈비너스(Venus, 2022)〉**는 현실의 범죄와 초자연적 공포가 뒤섞인 스페인식 다크 판타지로,도시의 어두운 욕망을 신화처럼 펼쳐낸 작품이다. 피와 그림자 속에서도 기묘하게 아름다운 이 영화,보는 순간 당신은 단숨에 그 지하의 광기에 끌려들 것이다.피투성이의 도주, 그리고 낯선 집의 문LA의 어둠이 깃든 클럽.스포트라이트 아래 춤추던 댄서 루시아는 그날 밤, 위험한 선택을 한다.돈과 약을 훔쳐 달아나던 순간 — 그녀의 다리에 칼이 꽂힌다.피를 질질 흘리며 도망친 그녀가 찾아간 곳은, 어린 조카와 언니가 살고 있는 낡은 아파트였다.언니의 집은 어딘가 이상했.. 2025. 11. 13. 아파트 209 도심의 화려함 속에서도 어딘가 낯설고 불길한 공기가 감도는 아파트.새로운 시작을 꿈꾸던 여자는 이곳에서 친절한 이웃들을 만나지만, 그 친절은 점차 섬뜩한 집착으로 변해간다. 영화 **≪아파트 209≫**는 평범한 공간 속에 숨겨진 인간의 광기를 치밀하게 파헤친 작품이다. 처음엔 따뜻하고 부드럽게, 그러나 끝엔 숨조차 멎게 만든다.아파트, 그 속에 감춰진 공포의 구조새 삶을 위해 LA로 이사 온 ‘사라’. 병으로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냉랭한 관계의 아버지를 뒤로하고 그녀는 새로운 터전을 찾아 나선다.처음 발을 들인 아파트는 놀라울 만큼 정갈했다. 관리인 제리는 친절했고, 주민들은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따뜻했다. 사라는 잠시 “이곳이라면 다시 웃을 수 있겠다”라고 생각한다.하지만 평온함은 오.. 2025. 11. 12. 미러 넘버 3 (Mirror No. 3) 한적한 시골길에서 시작된 교통사고, 그리고 두 여성의 기묘한 동거.하지만 그 평온은 오래가지 않는다.죽은 딸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엄마, 그리고 점점 무너져가는 한 여성의 정체성.《미러 넘버 3》는 상실과 대체, 그리고 인간의 불안한 본능을 그린 심리 미스터리다.칸 영화제 초청작답게 섬세한 연출과 서늘한 긴장감으로 관객의 숨을 조여 온다.낯선 만남, 그리고 이상한 평온한적한 시골길. 다툼을 벌이던 커플은 뜻밖의 사고를 목격합니다.뒤집힌 차량, 피투성이의 남자, 그리고 멀리 들판에 쓰러진 젊은 여성.그녀의 이름은 라우라.목숨을 건진 라우라는 자신을 도와준 중년 여성 베티의 집에서 잠시 머물게 됩니다.베티는 따뜻하고 정갈한 사람이었습니다.따뜻한 수프, 깨끗한 침대, 그리고 다정한 미소.라우라는 오랜만에 사람의.. 2025. 11. 12. 이전 1 2 3 4 5 6 ··· 6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