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 2025. 4. 5. 23:50

AMULET/ 부적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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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지금까지 본 호러 영화의 끝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아멘: 오멘》은 전쟁 트라우마를 지닌 한 남자가 낯선 여인과 그녀의 어머니가 사는 폐가에 머물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이하고도 충격적인 종말의 이야기다. 마지막 장면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부적

🕳 전쟁의 상처를 안은 남자, 그리고 악의 집에 들어가다

이야기의 시작은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토마스라는 남자의 등장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전쟁 후유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이며, 어느 외딴 시골 지역의 초소에서 경비병으로 근근이 살아간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중 그는 화재 사고로 병원에 실려가고, 우연히 수녀 레슬리의 도움을 받게 된다. 수녀의 소개로 머물게 된 곳은 ‘마그다’라는 여성이 사는 낡은 폐가. 그녀는 병든 노모를 돌보며 살아가고 있었고, 토마스는 이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조건으로 잡일을 돕기로 한다. 그러나 이 집은 어딘가 이상하다. 전기가 끊긴 채로 생활하고, 화장실에서 발견된 이물질, 무언가에 녹아버린 듯한 변기 속의 흔적들, 수납장에서 발견되는 고문 도구 같은 살벌한 물건들까지. 무엇보다 섬뜩한 건, 노모의 방이 밖에서 잠겨 있다는 점이다. 마그다는 이 모든 상황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지만, 토마스는 점점 알 수 없는 불길함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군 시절 땅에서 주운 수상한 부적이 주는 악몽도, 이 집에서 다시 고개를 들며 관객에게 명확하지 않지만 뼛속까지 스며드는 공포를 주입한다.

🔥 썩어가는 집, 썩어가는 믿음, 그리고 태어나는 악

이 영화는 ‘부패’와 ‘몰락’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매우 집중된 연출을 보인다. 곳곳에 번지는 곰팡이, 벽지를 타고 흐르는 검은 물, 아무리 닦아도 남는 찝찝한 오물들은 마치 공간 자체가 살아 있는 존재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그리고 그 중심엔 노모의 방이 있다. 토마스는 결국 노모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데,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흉측한 생물체에 가까운 존재다. 노모는 주기적으로 박쥐 같은 괴물을 출산하고 있었고, 마그다는 그것을 마치 의무처럼 사살하거나 은폐하고 있었다. 놀라운 건, 이 기괴한 상황을 마그다가 담담하게 설명한다는 점이다. 그녀는 이 악의 존재를 지키고 있으며, 이 고통스러운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토마스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점점 드러나는 진실은 전혀 달랐다. 수녀와의 대화에서 밝혀지는 과거—토마스는 이미 자비로 가장한 죄악의 씨앗을 품고 있었고, 그것이 지금 이 집에서 악의 새로운 형태로 깨어나는 과정인 것이다. 그는 마그다에게 끌리는 감정이 사랑이라 믿었지만, 그것은 사실상 집착과 파괴의 본능이 깨어나는 징조였다.

🩸 사랑과 악의 경계, 그리고 끔찍한 탄생의 순간

결국, 토마스는 수녀에게서 모든 사실을 전해 듣는다. 악마는 대물림되는 존재이며, 한 존재가 사라지면 그 자리를 대신할 ‘악인’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지금, 그 자리를 잇게 될 ‘완벽한 인간’이 바로 토마스였다. 그는 전쟁의 상처를 안고 있고, 타인을 해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인물. 이 모든 설정은 그를 악의 ‘후계자’로 설정하기 위한 초석이었다. 수녀조차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마그다는 그를 그 자리에 끌어들이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된 ‘미끼’였던 것이다. 토마스는 결국 노모를 제거하고, 마그다와의 관계를 맺는다. 영화의 마지막, 마그다는 악마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토마스를 바라보며 또 다른 어머니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제야 토마스는 마그다가 사랑했던 여인이 아니라, 악의 사도였으며 그 본래 정체는 인간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의 진짜 모습은 고대 암모나이트에서 기어나온 것처럼 끔찍한 괴생물체에 가까웠고, 그는 그 존재와 정신적∙육체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새 악의 탄생을 직접 주도한 것이었다. 충격적이고 슬프며, 구토를 유발하는 이 엔딩은 단순히 ‘악이 승리했다’는 선언을 넘어, 구원이란 허상 속에 파묻힌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 총평

《아멘: 오멘》은 단순히 무서운 공포영화를 넘어선다. 이 영화는 사랑과 악의 경계, 트라우마와 구원의 이면, 신앙의 파괴와 집착의 결과를 지독할 만큼 천천히, 그리고 점점 심연으로 이끄는 방식으로 그려낸다. ‘고어’나 ‘점프 스케어’ 없이도 이렇게 불쾌하고 무섭고 잔혹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작품. 결말에서 밝혀지는 진실은 누구도 예상 못 한 방향으로 틀어지고, 마그다가 보여주는 진짜 모습은 공포영화 사상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사랑이라는 감정조차 악의 계획 안에 조종당하고 있었으며, 결국 인간이 믿은 모든 감정은 악의 성장을 위한 ‘영양제’였다는 사실—이 영화를 본 뒤로는 어느 누구도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 정말 강심장만이 끝까지 볼 수 있는 문제작이며, 동시에 악과 공존하는 인간성을 찬찬히 들여다본 탁월한 심리 호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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