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 2025. 4. 2. 06:33

오늘 영화는 1965년 개봉한《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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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통 괴담집 '카이단'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여러 고전적 설화와 공포 이야기를 오마주한 옴니버스식 공포 걸작입니다. 한 남자의 삶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이야기부터, 설녀의 전설, 귀신에게 연주를 들려주는 맹인의 비극까지. 상상 그 이상의 섬뜩함을 경험하게 될 작품입니다.

괴담

사라진 시간, 뒤틀린 현실 첫 번째 이야기

첫 번째 에피소드는 몰락한 집안에서 살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남자는 새로운 부인과 재혼했지만, 과거의 기억과 전 아내의 잔재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집안에는 여전히 전 아내의 흔적이 가득했고, 새 아내는 그 사실에 불쾌함을 느낍니다. 남자는 자꾸 과거를 떠올리고, 새 아내는 그런 남자의 태도에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신체적 폭력까지 행사하게 됩니다. 남자는 자책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제는 다시 떠나지 않겠다고 고백하며 아내와 함께 잠자리에 듭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그가 눈을 뜬 집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어젯밤의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폐허가 되어버린 방과 백골이 된 시신이 그를 맞이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자신의 외모 역시 순식간에 늙어버렸다는 사실. 그가 보낸 하루가 수십 년의 세월이었던 것입니다. 시간의 흐름이 왜곡된 공간에서 그는 홀로 남겨지고, 극도의 혼란과 공포 속에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이야기는 공포스러운 판타지와 현실이 기묘하게 얽혀 있는 구조로 전개되며, 남자가 겪는 심리적 붕괴를 섬뜩하게 그려냅니다. 단 하루 만에 삶이 무너지고 모든 것을 잃는다는 이 이야기는 인간이 가진 죄책감과 미련, 후회의 감정이 만들어내는 무형의 지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설녀의 전설, 금기된 사랑 두 번째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눈보라 속을 헤매는 나무꾼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혹독한 눈보라를 피해 외딴 오두막에 피신한 그는, 그곳에서 설녀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그를 죽이려다, 그의 청년다운 얼굴과 선한 눈빛에 마음이 약해져 목숨을 살려주고, 대신 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시간이 흐르고 나무꾼은 일상으로 돌아와 한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그 여성은 다정하고 상냥했으며, 그의 어머니와도 잘 지내며 가정을 이루게 됩니다. 두 사람은 아이도 낳고 평범한 일상을 이어갑니다. 그러나 어느 날, 나무꾼은 아내에게 설녀에 대한 일을 무심코 이야기해버리고, 아내는 그제서야 본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녀가 바로 그날의 설녀였던 것입니다.약속을 어긴 것에 분노한 설녀는 나무꾼을 죽이려 하지만, 그동안 함께 지낸 정과 아이들을 떠올리고는 결국 그를 살려둔 채 떠나버립니다. 이 이야기는 일본 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며, 인간과 요괴 사이의 사랑, 그리고 지켜야 할 약속의 중요성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동화처럼 시작했지만 점차 불안감이 조성되며 마지막엔 서늘한 여운을 남기는 구조로, 사랑이란 감정마저 공포의 도구로 승화시킨 강렬한 에피소드입니다.

귀를 가져간 유령 세 번째 이야기

마지막 이야기는 선천적 맹인 호이치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그는 뛰어난 비파 연주 실력을 가진 인물로, 전쟁에서 죽은 귀신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밤마다 묘지를 찾습니다. 이때 그는 자신이 귀신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매일같이 연주를 이어가죠. 이윽고 절 주지스님은 그가 연주를 나가는 장소가 귀신들의 무덤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호이치를 보호하기 위해 몸 전체에 불경을 써 내려갑니다.하지만 스님은 귀에 불경 쓰는 걸 깜빡하게 되고, 결국 귀신은 호이치의 귀만을 뜯어가게 됩니다. 호이치는 무사히 목숨은 부지했지만, 이후로도 사람들에게 귀 없는 맹인으로 기억되며 비파 연주를 통해 귀신을 위로했다는 전설로 남게 됩니다. 이야기 전체는 일본 전통 괴담에서 자주 등장하는 귀신과의 계약, 음악을 매개로 한 공포의 정수를 보여주며, 고전적인 공포를 현대적 영상미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입니다.이 마지막 이야기는 특히 많은 영화나 드라마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점에서 상징적입니다. 인간과 영적 존재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며 벌어지는 공포, 그리고 작지만 치명적인 실수가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시사하며,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공포라는 장르 속에서도 음악과 장애를 중심으로 한 독특한 접근은 관객에게 새로운 공포감을 선사하며, 한동안 쉽게 잊을 수 없는 서늘한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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