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앤들리스 루프》는 일상 속 우연한 선택이 지옥 같은 반복을 불러오는 무한 루프 스릴러입니다. 평범한 출근길, 한 버스가 예상치 못한 터널로 진입하며 시작되는 이 끔찍한 여정은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가 뒤엉킨 정신적 지옥을 그립니다. 어둠에 갇힌 승객들 하나둘씩 사라지고, 인간 내면의 악마가 드러나는 가운데, 관객은 충격적인 반전과 깊은 심리적 고찰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범죄, 환상, 무의식의 미로 속에서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 이야기는 단순한 공포를 넘어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구조와 파격적인 결말로, 이 작품은 단숨에 몰입하게 되는 강렬한 스릴러입니다.
1. 출근길의 함정, 벗어날 수 없는 지옥의 터널
이야기는 자동차 고장으로 언덕길에 멈춘 한 여성이 위협적인 상황에 놓이면서 시작됩니다. 도움을 받으려다 연쇄살인범의 손에 끌려간 그녀는, 이후 뉴스 속 실종자로 보도됩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또다시 이 언덕을 지나던 중형버스 한 대. 승객을 태우고 평범한 출근길을 향하던 이들은 사고가 났다는 길을 피해, 기사 제안에 따라 잘 알려지지 않은 터널로 진입합니다. 하지만 이 선택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죠.
터널은 비정상적으로 길고, 시간이 지나도 출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20분, 30분을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자 승객들은 공포에 빠지고 결국 되돌아가기로 결정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방향을 바꿔도 여전히 터널은 끝이 없습니다. 마치 시공간이 왜곡된 듯, 버스는 한 점에 갇혀 무한히 순환하고 있었습니다. 버스를 멈추고 밖으로 나가본 일행들은 안개와 음산한 공기에 싸인 터널 내부를 탐색하기 시작합니다.
한 승객이 터널을 걸어가보기로 하며 로프를 연결하고 출발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 터널은 단순한 도로가 아니라, 일종의 ‘루프’ 시스템이었던 것입니다. 시간을 잠시 재우고 눈을 떠보니, 버스에는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고 음식은 모두 썩어 있었죠. 3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터널 안의 시간은 바깥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버스 안에서 점점 사라지는 승객들. 무엇인가, 혹은 누군가가 이들을 죽이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사람들은 의심과 분열에 휩싸입니다. 인간의 본성이 시험받기 시작하는 지점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생존극을 넘어선 심리극으로 진화합니다.
2. 터널 속 여섯 개의 방, 무의식 속으로 들어간 자
이 지옥 같은 터널에는 숨겨진 구조가 있었습니다. 벽면을 열자 나타난 작은 방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끔찍한 진실들. 방 하나하나마다 달력은 1996년 7월 15일로 고정되어 있었고, 내부에는 절단된 손가락, 시체의 사진들, 감시 카메라까지 어지럽게 널려 있었습니다. 이 끔찍한 공간들이 단순한 살인의 현장이 아닌, 누군가의 정신세계 혹은 트라우마를 재현한 장치처럼 느껴지는 순간, 이야기는 또 다른 반전을 준비합니다.
이 모든 것이 현실이 아닌 한 연쇄살인범 ‘제임스’의 무의식 세계라는 것이 밝혀지며 영화는 충격적인 전개를 이어갑니다. 경찰은 실종된 여성을 찾기 위해 제임스의 잠재의식에 직접 진입하기로 결정하고, 이에 따라 심리치료사인 ‘자’가 투입됩니다. 터널과 방들은 제임스의 과거, 기억, 트라우마를 형상화한 공간들이며, 일행 중 한 명인 자 또한 그 안에 존재하면서 서서히 자신조차도 이 지옥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자신의 내면 깊숙이 숨어있던 ‘악한 자아’는 점점 현실의 인격을 집어삼켜가고, 처음에는 단지 피해자 구조가 목적이었던 자의 임무는 언제부턴가 자아의 분열과 싸움으로 변모합니다. 자의 과거, 아내와의 관계, 아이 출산에 대한 두려움 등이 얽히면서 그의 내면은 제임스와 깊은 공명을 이루기 시작하죠.
여섯 개의 터널을 통과하며 만나는 사람들—모델, 임산부, 버스기사, 보험 판매원—모두는 단순한 승객이 아니라 제임스와 자의 과거 속 인물들을 투영한 존재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 하나하나가 무의식 세계 속에서 참혹하게 죽어가면서, 자는 점점 자신조차 제어하지 못하는 파괴 충동과 대면하게 됩니다. 영화는 이 과정을 매우 감각적인 연출과 상징적인 시퀀스로 풀어내며, 심리적인 압박을 극대화합니다.
3. 충격적인 반전과 철학적 메시지: 선과 악은 뒤바뀐다
영화의 마지막, 모든 실마리가 드러납니다. 자가 투입된 세계는 단순한 제임스의 무의식이 아니었습니다. 그 안엔 자 자신도 있었고, 그가 두려워하던 ‘악한 자아’는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죠. 영화는 인간 내면의 이중성과, 누구나 갖고 있는 ‘선과 악’의 갈등을 비유적으로 풀어냅니다. 자는 처음엔 연쇄살인범의 트라우마를 분석하러 온 구조자였지만, 결국은 자신이 만들어낸 무의식의 터널에서 가장 깊은 공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됩니다.
임산부, 모델, 운전사—모두가 제임스가 가해자였던 동시에 자의 심리적 죄의식이 만들어낸 상징들이었고, 영화는 그 각각의 죽음에 대해 이유와 해석을 부여합니다. 자가 임산부의 아이 출산을 반대했던 과거, 어머니와 연쇄살인범 제임스의 유년기 트라우마가 겹쳐지면서, 결국 그는 제임스와 자신이 얼마나 닮아 있었는지를 인정하게 됩니다.
자와 악한 자의 마지막 대결에서, 자는 승리하지만 ‘깨어나지 않겠다’는 선택을 하며 자신의 존재 자체를 잠재의식 속에 가두기로 결심합니다. 그 선택은 희생이자 구원이며, 사랑하는 아내를 구하기 위한 마지막 행동이었습니다. 이 결말은 단순한 악의 제거가 아니라, 자신 안의 악을 ‘통제’하고 스스로를 제물로 삼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결국 현실로 돌아온 제임스는 아내의 행방을 알려주고, 그녀는 구조됩니다. 하지만 자는 깨어나지 못한 채 무의식 세계에 갇혀 있고, 그를 둘러싼 수수께끼는 여전히 이어집니다. 영화는 인간의 선과 악은 고정된 것이 아닌, 후천적 경험과 선택에 따라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마무리됩니다. 마지막까지 관객의 사고를 멈추지 않게 하는, 진정한 심리 스릴러의 정수를 선사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