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 2025. 3. 25. 15:40

신의 이름으로 <더 아더 램(The Other La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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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 고립된 여성 공동체, 절대자를 섬기며 살아온 한 소녀는 점차 믿음의 균열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 더 아더 램은 사이비 종교 집단의 세뇌, 복종, 각성 과정을 공포처럼 그려낸 드라마다.
오직 교주만이 신이었던 그곳, 믿음의 탈을 쓴 지옥이 시작된다.

디 아더 램

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지배와 세뇌

영화는 문명과 단절된 숲 속 깊은 곳에서 살아가는 여성 공동체로 시작된다. 붉은 옷의 부인들과 푸른 옷의 소녀들, 그리고 유일한 남자인 '셰퍼드'. 그는 신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믿어지는 인물이며, 이들의 지도자이자 절대적인 존재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집회, 기도, 교리를 통해 공동체는 하나의 목적 아래 움직인다. 이곳에서 여성들은 남성 없이도 살아가지만, 동시에 단 하나의 남성에게 완전히 종속되어 있다. 교주의 말은 곧 진리이며, 그를 거스르는 자는 '부서진 자'로 낙인찍히고 고립된 공간에 유폐된다. 셰퍼드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신앙심이 아니다. 그의 교리는 명분일 뿐, 실상은 여성들의 순종과 육체적 지배를 위한 도구다. 소녀들에게 있어 성장의 과정은 곧 셰퍼드에게 헌신하는 수단이 되며, 그것은 곧 '은총'으로 포장된 착취다. 이 공동체의 핵심 인물인 셀라는 어릴 적부터 셰퍼드를 신으로 믿으며 자랐고, 어머니도 그를 따르다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오랜 세뇌 속에서 의심보다는 순종을 배워왔다. 하지만 점차 공동체 안에서 감춰진 잔혹함을 목격하면서, 셀라의 내면에는 작은 균열이 생겨난다. 영화는 이 집단의 폐쇄성과 지배 구조를 차분히, 그러나 섬뜩하게 드러낸다. 신의 이름 아래 얼마나 쉽게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주며, 관객으로 하여금 이 집단이 진정 종교인지, 아니면 인간의 욕망을 감춘 감옥인지 끊임없이 묻게 만든다.

믿음은 구원일까, 감옥일까

셀라는 어느 날 우연히 문명의 흔적과 마주하게 된다. 낯선 외부인과의 접촉, 사라의 조언, 그리고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회의. 그녀는 그동안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신의 뜻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특히, 셰퍼드가 경찰과 대화하는 장면에서 처음으로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본 후, 그의 권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이 공동체의 여성들은 남성과 외부 세계에 대해 철저히 차단된 채 자라왔기 때문에, 셰퍼드는 신격화될 수 있었다. 그러나 셀라는 성장하면서 본능적으로 '의심'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 의심은 처음엔 두려움으로, 이후엔 저항의 시작점으로 변모해 간다. 셰퍼드는 경찰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신의 계시인 양 연기를 펼치며 공동체를 또 다른 장소로 이끌고 떠난다. 새로운 거처는 더 폐쇄적이고 열악한 환경이었고, 그 속에서 셀라는 점점 더 불합리한 현실을 마주한다. 셰퍼드의 총애를 받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들 간의 차별, 그리고 여인의 출산 도중 죽음을 방관하는 집단의 무감각. 이 모든 과정은 셀라에게 있어 거대한 각성의 계기가 된다. 믿음은 그녀에게 안식이 아니라, 감시와 억압의 도구였음을 깨닫게 된다. 신이라고 믿었던 셰퍼드는 사실상 권력과 욕망의 화신이었고, 신앙은 그녀의 자유를 빼앗은 감옥이었던 것이다. 영화는 셀라가 느끼는 내면의 변화와 함께, 믿음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깨달음의 순간, 그리고 자유를 향한 선택

모든 것은 셀라가 셰퍼드와 합일을 이루는 의식을 치른 그날 밤, 결정적으로 무너진다. 평생 자신이 신처럼 믿고 따르던 존재가 사실은 자신을 욕망의 도구로 여겼다는 사실. 그 깨달음은 단순한 배신감이 아니라, 세상을 통째로 잃는 충격이었다. 다음 날, 셀라는 공동체 안의 모든 부인들이 사라진 것을 목격하게 된다. 셰퍼드가 신의 뜻이라며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그녀는 처음으로 그에게 반항하고, 처음으로 말대꾸를 하며, 처음으로 그의 명령을 거부한다. 그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가장 고요하지만 가장 강렬한 반전이다. 결국 경찰에 의해 셰퍼드의 시신이 산속에서 발견되며 이야기는 끝을 향해 달린다. 양의 뿔을 쓴 그의 모습은 인간이 만들어낸 신격화의 허상을 상징하며, 셀라와 살아남은 여성들은 마침내 자유를 되찾는다. 하지만 영화는 이 해방을 단순히 해피엔딩으로 그리지 않는다. 셀라와 공동체의 여성들이 겪은 세뇌, 학대, 자기부정의 시간은 결코 쉽게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아더 램은 신앙이라는 외피 속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과, 집단 안에서 개별적 자유가 어떻게 소멸되는지를 깊이 있게 보여준다. 특히 여성이 종교적 구조 속에서 어떻게 대상화되고 희생되는지를 차갑고 건조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셀라의 각성은 단순한 탈출이 아니라, 삶 전체를 부정하면서도 끝내 다시 살아야 하는 슬픔이 깃든 선언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지 무섭기만 한 공포가 아니라,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사회적 공포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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