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는 삶에 대한 의미를 잃은 한 여성이 죽음을 결심한 후 정신병원에 입원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죽음 앞에서 진정한 삶을 마주한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죽음을 결심한 그녀, 그러나 아직 끝은 아니다
영화의 주인공 베로니카는 더 이상 삶에 희망도, 이유도 느끼지 못하는 여성입니다. 안정된 직장, 특별히 나쁜 일도 없는 일상 속에서도 그녀는 깊은 공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베로니카는 조용히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유서를 쓰고 수면제를 먹으며 조용한 죽음을 계획했지만, 우연히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이웃이 그녀를 발견하면서 계획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그녀는 정신병원 '빌레트'에 입원하게 됩니다. 병원은 언뜻 보기엔 평범한 요양시설 같지만, 이곳엔 세상과 단절된 이들이 저마다의 사연과 고통을 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베로니카는 처음엔 이 낯선 공간을 혐오하며 자신이 이들과는 다르다고 느끼지만, 점차 그녀는 이곳에서 의미 있는 관계들을 맺으며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합니다. 특히 말이 없는 청년 에드워드와의 조우는 그녀에게 큰 변화를 안겨줍니다. 한편, 병원의 담당의사 블레이크 박사는 베로니카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전합니다. 약물 복용으로 심장이 망가져 앞으로 일주일밖에 살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선고에 베로니카는 오히려 차분해지고, 그 죽음의 유예 시간 속에서 조금씩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그토록 외면하던 일상 속에서 점차 감정의 결을 되찾아가고, 죽음을 앞두고 진정한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그녀는 여전히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삶의 마지막 장면만큼은 스스로의 의지로 채워나가고자 합니다.
빌레트 정신병동에서 마주한 새로운 삶의 가능성
베로니카가 입원한 정신병원 '빌레트'는 단순히 미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아닙니다. 이곳은 현실에서 상처받고 도망쳐온 이들이 모인 작은 사회이자, 세상과 다르게 살아가기를 선택한 사람들의 피난처입니다. 베로니카는 이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에 스며들게 됩니다. 그녀의 룸메이트 클레어는 과거의 트라우마로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으며, 말이 없는 청년 에드워드는 심각한 정신적 고통으로 자신을 차단한 인물입니다. 처음엔 자신을 포함한 이 모든 사람들이 정상이 아니다고 생각한 베로니카는 점차 이들로부터 감정과 삶의 복잡함을 배워갑니다. 특히 에드워드와의 관계는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습니다. 에드워드는 말이 없지만, 음악과 눈빛을 통해 깊은 교감을 나누고, 베로니카는 그를 통해 감정을 공유하고 타인과 연결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피아노 앞에서 다시 삶의 열정을 되찾고, 한때 버렸던 예술적 감성을 되살립니다. 블레이크 박사의 계획대로 그녀는 점차 살아갈 이유를 스스로 발견해 갑니다. 그런데 이 모든 건 사실 ‘거짓말’ 위에 세워진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심장이 망가졌다는 건 사실이 아니었고, 그녀가 죽음의 시간을 실제로 살아가는 것처럼 느끼도록 의사가 의도한 치료법이었던 것이죠. 이런 충격적인 반전은 단지 허구적 장치를 넘어서, 죽음의 임박함이라는 극단적 조건이 인간에게 어떤 심리적 각성을 주는지를 보여줍니다. 결국 베로니카는 일주일이 지나도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며, 그 사이에 진정한 삶의 의미를 경험하게 됩니다.
삶의 끝에서 다시 시작된 희망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베로니카가 더 이상 두려움 없이 수영장에 들어가 물속에 몸을 담그는 장면에서 도달합니다. 이는 그녀가 꿈속에서 수없이 반복했던 익사에 대한 공포, 다시 말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다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과거 그녀는 물속에 잠기던 악몽을 꾸며 고통스러워했지만, 이제는 차분히 물속을 바라보고 스스로 뛰어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는 곧, 그녀가 삶의 통제권을 다시 되찾았다는 상징적 장면이죠. 한편, 에드워드 또한 베로니카와의 관계를 통해 내면의 상처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는 자신 때문에 가족이 파탄 났다고 믿고 있었고,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베로니카는 그런 그를 끝까지 믿고 다가갔고, 두 사람은 마침내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서로를 구원하게 됩니다. 이들의 사랑은 뜨겁고 격정적이지 않지만, 너무도 조심스럽고 간절하며, 서로의 존재를 통해 삶을 다시금 긍정하게 되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마지막에 놀라운 반전을 던집니다. 블레이크 박사는 그녀가 다시 죽음을 선택하지 않도록 일주일 후에 죽을 거라는 거짓말을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베로니카는 그 사실을 모른 채 병원을 떠납니다. 관객에게는 여전히 그녀가 이 진실을 모른다는 긴장감과 함께, 이제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여운이 남습니다. 결국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는 단지 죽음을 소재로 한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죽음을 통해 삶을 이해하게 되는 깊은 통찰의 드라마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삶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어쩌면 오늘, 당신이 이 영화를 보는 그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