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괴담을 추적하던 청춘과, 그 비디오를 발견한 남자의 집착이 부른 저주. 버터플라이 키스는 체스터 터널에서 등장한다는 전설 속 귀신 '피핑 탐'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광기의 기록이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파운드 푸티지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뒤흔드는 메타 공포의 진수.
🎥 1. 발견된 테이프, 시작된 집착
영화는 무명의 웨딩 비디오그래퍼 '개빈'이 장인의 지하실에서 수상한 비디오 테이프 상자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상자에는 영화학도 ‘소피아’와 그녀의 파트너 ‘펠드먼’이 촬영한 40여 개의 미완성 다큐멘터리가 담겨 있었다. 이들은 체스터 터널에 나타난다는 전설 속 귀신 **‘피핑 탐(Peeping Tom)’**을 추적하고 있었고, 실제로 괴이한 현상을 겪고 있었다. 개빈은 이 테이프들을 발견한 것을 자신의 인생을 바꿀 기회로 여기며, 완성되지 못한 다큐멘터리를 편집해 공포영화로 재탄생시키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순한 편집물이 아님은 곧 드러난다. 영상 속 인물들이 겪은 초자연적 현상은 단순한 연출을 넘어서 있었고, 개빈 역시 점점 피핑 탐에게 집착하며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는 상태로 변해간다. 그의 가족은 하나둘 곁을 떠나고, 사회적으로도 점점 고립되어 가는 그의 모습은 공포의 본질이 외부의 존재가 아니라 내면의 광기에서 비롯됨을 보여준다.
👻 2. 피핑 탐, 깜빡이는 순간 찾아오는 공포
피핑 탐은 눈을 깜빡일 때마다 점점 가까워지는 귀신이라는 설정을 지닌 도시 전설이다. 체스터 터널에서 특정한 시간과 방법으로 의식을 치르면 소환되며, 일단 눈에 띄면 눈을 감는 순간 죽음에 이른다는 룰이 붙는다. 소피아와 펠드먼은 이 존재를 기록하기 위해 밤낮 없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직접 터널에서 테스트를 반복한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피핑 탐의 실루엣은 점차 카메라에 가까이 다가오며 보는 이로 하여금 섬뜩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한편, 개빈은 이 다큐멘터리 영상을 진짜로 믿고 홍보에 열을 올린다. 지역 미스터리 동호회와 인터뷰, 팟캐스트 출연, 크라우드 펀딩까지 진행하며 피핑 탐의 실존을 증명하려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동호회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조작이라는 의심과 함께, 과거 소피아와 펠드먼조차 친구의 죽음을 연출한 가짜 다큐로 영화제를 수상했다는 충격적인 기록이 드러난다. 이로 인해 버터플라이 키스 프로젝트 자체가 거대한 조작일 수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개빈은 코너에 몰리게 된다.
🔥 3. 집착의 끝, 저주와 마주하다
모든 것을 잃고도 버터플라이 키스 제작에 매달리는 개빈은 결국 직접 체스터 터널로 향해 피핑 탐을 소환하는 의식을 수행한다. 이후 그는 9일간 실종되고, 그가 남긴 노트와 함께 비디오 테이프, 모텔 키가 발견된다. 스태프들은 모텔로 향하고, 그곳에서 개빈의 시신과 수십 대의 카메라, 그리고 끝내 완성하지 못한 다큐 자료를 발견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끝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스태프들은 개빈의 유작을 완성하고, 피핑 탐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로부터 추가 제보를 받기 위해 웹사이트를 운영하기 시작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소피아의 생존 소식이 전해진다. 시력을 잃은 채 정신병원에 입원한 소피아는 여전히 무언가를 바라보며, 눈을 감지 않으려는 듯한 행동을 이어간다. 이는 곧 저주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충격적인 엔딩으로 이어진다.
🧠 총평: 욕망이 부른 메타 공포의 완성
《버터플라이 키스》는 단순한 공포영화를 넘어서,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메타 파운드 푸티지 영화다. 영화 속 세 층의 서사 ― 소피아와 펠드먼, 개빈, 그리고 그를 따라다니는 다큐팀 ― 이 교차 편집되며, 하나의 괴담이 어떻게 한 인간을 파멸로 몰아넣을 수 있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개빈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영화감독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집착은 단순한 공포보다 더 현실적이고 무서운 면모를 드러낸다.
감독은 “보는 것과 믿는 것의 경계”를 가장 두려운 지점으로 끌어내며, 관객에게도 스스로의 믿음을 의심하게 만드는 구조를 택한다.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의 감독 에두아르도 산체스가 라디오에서 개빈의 영화에 냉소를 퍼붓는 장면은 메타 요소의 결정판이자 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본질에 대한 유쾌한 오마주다. 버터플라이 키스는 결국 “카메라가 잡은 게 진짜일까?”라는 질문을 관객의 뒷덜미에 붙여두는 공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