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 2025. 4. 14. 08:59

레커닝, (The Reckoning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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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흑사병이 휩쓴 유럽, 잉글랜드의 한 외딴 마을에서 시작되는 충격적인 실화 바탕의 영화.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틀어본 뒤 경악을 금치 못할 만큼 현실감 있는 전개와 가슴 아픈 여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녀로 몰린 한 여성의 처절한 생존기이자 강렬한 복수극. 눈물과 분노, 그리고 끝내 이루어지는 자유까지, 중세 유럽의 부조리한 현실과 여성의 투쟁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역대급 갓띵작. 결말 포함.

레커닝 포스터

1. 흑사병보다 더 무서운 건 인간이었다

영화는 흑사병이 여전히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던 17세기 잉글랜드의 한 마을에서 시작된다. 시체가 넘쳐나고 생존 자체가 기적 같은 상황 속, 주인공 그레이시는 남편을 잃고 어린 아들과 단둘이 외딴 곳에 살고 있다. 흑사병의 공포보다 더 무서운 건, 그 절박한 상황을 이용하려는 인간의 탐욕이었다. 마을의 지주 스콰이어는 그레이시의 집세를 핑계로 그녀에게 접근하고, 급기야 겁탈을 시도하지만 그녀는 용기 있게 그를 뿌리치고 쫓아낸다. 그러나 이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권력자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이유 하나로, 그녀는 ‘마녀’라는 누명을 쓰게 된다. 이 장면은 우리가 익히 들어온 중세의 ‘마녀사냥’이 얼마나 잔혹하고 부조리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무고한 여성 한 명을 사회 전체가 집단적으로 몰아가는 그 구조는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영화는 이런 현실을 매우 사실적이고 건조하게 그려냄으로써 관객에게 더 큰 충격을 준다. 무엇보다 ‘그레이시’라는 이름 없는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중세 시대의 무지와 광기가 개인에게 어떤 비극을 안겨주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도 인간은 어떻게 저항하고 살아남는지를 보여준다.

2. 마녀로 몰린 여자, 신념을 지키다

마녀라는 누명을 쓰고 체포된 그레이시는 사람들 앞에서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고문을 받는다. 진짜 마녀가 아닌 이상, 보통의 사람이라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그레이시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끝끝내 신념을 꺾지 않는다. 영화는 이 장면을 통해 진정한 인간의 강인함이란 무엇인지 깊이 묻는다. 검은 후드를 쓴 신부 크로프트는 그녀를 꺾으려 애쓰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급기야 아이까지 죽이겠다는 협박을 한다. 그레이시는 흔들리지만 곧 아이를 살리기 위해 전략을 세우기 시작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감정선이 아닌, 극도로 계산된 심리전이자 절박한 생존본능으로 그려지며 보는 이로 하여금 그녀를 응원하게 만든다. 특히, 자백을 유도하려는 크로프트와의 심리 싸움은 영화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한 여성이 시스템과 권력 앞에서 어떻게 꺾이지 않고 맞서는지를 지켜보는 것은 가히 장엄할 정도다. 영화 속 고문 장면이 불편하면서도 꼭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내면’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우리가 그레이시를 통해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연민이 아닌 존경에 가깝다. 영화는 여성의 목소리가 쉽게 묵살되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 안에서 꿋꿋이 살아남은 한 존재의 진실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3. 죽음의 그림자를 넘어선 복수와 자유

아이만큼은 지키고자 했던 그레이시는 결국 크로프트의 방심을 틈타 아이를 구출하고 탈출을 감행한다. 복수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녀는 스콰이어와 크로프트에게 자신이 겪은 모든 고통을 되갚기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긴다. 이 파트에서 영화는 단순한 역사극이나 누명극을 넘어 복수극의 형식을 취하며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피칠갑 액션 없이도, 그녀의 눈빛과 결단 하나하나에서 터지는 감정은 폭발적이다. 결국, 스콰이어는 죽음을 맞이하고, 그레이시는 마을을 탈출해 자유의 몸이 된다. 마을 밖 우물에서 물을 마시는 마지막 장면은 이 모든 과정을 압축적으로 상징한다. 물은 생명이며 정화이고, 동시에 그녀가 끝내 도달한 자유의 상징이다. 이 영화가 단순히 고통받는 여성의 서사를 넘어, 살아남고, 싸우고, 변화시키는 인물로 그려낸 점은 매우 인상 깊다. 마치 한 편의 역사 다큐를 본 듯한 사실성과, 그러나 그 안에 깊숙이 숨은 인간성 회복의 서사가 동시에 살아 있는 작품이다. 특히 여성의 복수극임에도 폭력적 묘사보다는 철저하게 현실과 심리에 기반해 묘사한 점은, 이 영화가 왜 수작인지 말해준다. 넷플릭스에서 스쳐지나가지 말고 꼭 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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