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아더 사이드 오브 더 도어》는 죽은 자와 단 한 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신비한 사원을 배경으로, 슬픔에 빠진 엄마가 규칙을 어기면서 벌어지는 공포를 그린 영화입니다. 감정을 건드리는 드라마와 힌두교적 사후 세계관, 그리고 심령 공포가 융합된 작품으로, 인간의 욕망과 죄책감이 불러온 비극을 섬뜩하게 풀어냅니다.
1. 죽은 아이를 향한 모성, 그리고 문을 열어선 안 되는 이유
영화는 인도 뭄바이에서 한 외국인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됩니다. 주인공 마리아는 식당을 운영하는 남편 마이클, 그리고 사랑스러운 두 아이와 함께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일상은 이미 '죽음'의 그림자에 잠식되어 있죠. 몇 년 전, 교통사고로 인해 강에 추락한 차 안에서 마리아는 자신의 아들 올리버를 구하지 못하고 딸 루시만을 데리고 탈출하게 됩니다. 이 사고 이후 마리아는 극심한 우울과 죄책감 속에 살며, 약을 복용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죠. 어느 날, 그녀의 가정부 피키는 조심스럽게 한 가지 이야기를 꺼냅니다. 인도에 전해지는 전설적인 사원, ‘죽은 자의 문’을 통해, 단 한 번, 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단, “절대 그 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마리아는 처음엔 망설이다가, 결국 피키의 조언에 따라 아들의 유골을 가지고 기차를 타고 그녀의 고향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깊은 숲속, 산비탈에 자리한 신성한 사원에 도착하죠. 그곳에서 그녀는 올리버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단 한 번의 이별을 위한 대화가 시작되었지만, 아들에게 ‘엄마는 널 두고 도망치지 않았어’라고 해명하고 싶은 갈망이 너무 컸던 마리아는 끝내 문을 열고 마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그 순간, 어둠의 세계와 이승의 경계는 무너지고, 죽었던 아들 올리버의 영혼은 현실로 돌아올 길을 얻게 되죠. 이 장면은 단순한 호기심의 결과라기보다, 사랑과 죄책감이 만든 비극이라는 점에서 슬프고 공감됩니다. 이 설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이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며, 심리적 몰입도를 극대화합니다. 마리아의 잘못된 선택은 단순한 초자연적 공포를 넘어서,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감정—상실, 죄책감, 그리고 구원의 욕구—를 건드리며 서서히 비극의 서막을 열게 되는 것이죠.
2. 돌아온 아들의 존재, 집 안에 드리우는 그림자
마리아가 집으로 돌아온 이후, 집 안에는 이상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합니다. 딸 루시는 밤마다 누군가와 대화하며 ‘오빠가 돌아왔다’고 말하고, 죽은 줄 알았던 올리버의 장난감들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 있고, 애완견 윈스턴은 알 수 없는 존재에 짖어대며 날이 갈수록 공격적인 기운을 드러냅니다. 마리아는 점점 그 기운이 올리버라는 사실을 믿게 되며, 아들과의 재회를 기뻐하지만, 곧 그것이 **‘그저 올리버가 아닌 어떤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올리버는 예전의 밝은 아이가 아니라, 어둠과 증오를 품은 존재로 변해 있었고, 그가 집 안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식물은 말라죽고, 가정부 피키는 ‘미르투’—죽은 자들의 수호자—가 깨어났다고 경고합니다. 이 시점부터 영화는 본격적인 심령 호러로 전개되며,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침투한 불청객의 존재를 서서히 드러냅니다. 관객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그 기운의 실체를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올리버가 루시의 몸을 노리고 있다는 단서는 곳곳에 배치됩니다. 특히 어깨의 이빨자국, 피아노 건반이 저절로 움직이는 장면, 찢어진 인형 칸, 그리고 마리아가 보는 정체불명의 실루엣들은 하나같이 섬뜩하면서도 의미심장하죠. 마리아는 아들을 되돌리고 싶은 욕망과 현재의 가족을 지키려는 두려움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피키의 충고를 따라, 올리버의 물건을 모두 태우려 하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습니다. 루시의 몸에 올리버의 영혼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인지한 마리아는 자신이 시작한 이 비극의 결말을 어떻게든 막으려 고군분투하죠. 그러나 점점 현실과 죽음의 경계는 흐려지고, 가족은 각자의 방식으로 파괴되어갑니다. 이 파괴의 과정은 조용하면서도 끔찍하게 그려지며, 특히 딸의 몸을 차지한 올리버가 아빠를 칼로 찌르는 장면은 관객에게 큰 충격을 줍니다. 영화는 이처럼 인간의 사랑이 불러온 결과가 반드시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 그리고 죽은 자는 죽은 자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고전적 진리를 다시금 상기시킵니다.
3. 미르투의 저주와 슬픈 희생의 결말
결국, 사원의 금기를 깬 대가로, 마리아는 가장 사랑했던 존재에게서 파멸을 맞이하게 됩니다. 딸의 몸에 깃든 올리버의 영혼은 완전히 가족의 정신을 지배하게 되고, 마이클은 그것을 막기 위해 딸을 데리고 도망치려 합니다. 그러나 이미 죽음의 기운은 가족 전체를 집어삼키기 시작했죠. 윈스턴은 살해되고, 마이클은 칼에 찔리고, 피키는 올리버의 물건을 불태우려다 정체불명의 힘에 의해 연못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미르투는 전통 힌두교 신화 속 존재로, 죽은 자들의 영혼이 부당하게 이승에 머물 때 그것을 정리하는 수호령입니다. 피키가 말한 이 존재는 마리아의 실수로 인해 깨어났고, 그로 인해 집 안의 모든 균형이 깨져버렸습니다. 마리아는 마지막 선택의 순간에 올리버에게 자신의 몸으로 들어오라고 말하며 딸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희생을 택합니다. 그렇게 마리아는 죽고, 올리버의 영혼을 품은 채 죽음의 세계로 떠나죠. 이후 그녀가 다시 눈을 뜬 공간은 죽은 자들의 세계. 그녀를 부르는 미르투의 형상이 등장하며, 영화는 미스터리하고도 쓸쓸한 여운을 남기며 끝이 납니다. 결말에서 살아남은 마이클과 루시가 보여지는 장면은 없으며, 관객은 그저 한 엄마의 절절한 모성애가 불러온 비극을 곱씹게 됩니다. 영화는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그 사람이 너무 그리워서 한 번만이라도 더 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며 깊은 여운을 줍니다. 또한 인도의 사후세계 개념, 의식, 사원과 같은 이국적인 배경은 공포의 생경함을 더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죠. 마치 《미드소마》가 북유럽 전통을 통해 심리 공포를 끌어냈듯, 《더 아더 사이드 오브 더 도어》는 힌두 신화와 가족 서사를 엮어 완성도 높은 정서적 공포를 자아냅니다. 죽은 자와 살아있는 자, 그 사이를 연결하는 ‘문’은 열면 안 되는 이유가 분명합니다. 이 영화는 그 이유를 직접 체험시켜주는 듯한 공포이자 교훈으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