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잃은 한 소녀가 청각을 되찾는 순간, 들려선 안 될 목소리들이 그녀를 덮쳐온다. 《언허드(Unheard)》는 청각장애를 극복하는 감동 드라마를 가장한 본격 사운드 공포 영화. 실종된 엄마의 진실과, 마을을 뒤흔든 연쇄살인마의 정체를 향해 소녀가 나아가는 오감 자극 미스터리 스릴러!
1. 기적처럼 되찾은 청각, 그리고 시작된 이상한 소리
주인공 클로이는 유년기에 겪은 사고로 인해 후천적 청각장애를 가진 소녀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삶에 익숙해진 그녀는, 오직 음성 인식 장치로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 뿐이다. 그녀의 세계는 침묵으로 가득했고, 유일하게 들려오는 건 어릴 적 어머니의 희미한 목소리뿐이었다. 그러던 중 그녀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될 기회가 찾아온다. 최첨단 청각 회복 임상실험의 참가자로 선정된 것이다. 클로이는 고향에 위치한 아버지의 별장에 머물며 회복과 적응의 시간을 가지기로 한다. 하지만 이 별장은 그녀가 청력을 잃게 된 과거의 비극이 시작된 장소였으며, 동시에 어머니가 실종된 장소이기도 하다.
별장에 머문 클로이는 낡은 비디오 테이프들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엄마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어느 날부터 그녀의 귀에 TV 속 엄마의 목소리가 실제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기적처럼 청력을 되찾은 것이었고, 실험은 대성공처럼 보였다. 하지만 곧 그녀는 단지 ‘일반적인 소리’만을 듣게 된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인간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고주파성 섬뜩한 소리들이 클로이의 머릿속을 파고들기 시작했고, 그녀는 혼란과 공포에 빠지게 된다. 이 소리는 분명, 이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
2. 과거의 잔상, 엄마의 흔적 그리고 감춰진 진실
청력을 되찾은 클로이는 마을과 사람들에 대해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이웃집의 수상한 불빛,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 그리고 점점 선명해지는 엄마의 목소리. 클로이는 오래전 실종된 어머니가 무언가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려 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녀는 전직 경찰이자 아버지의 친구인 행크와 재회하고, 어릴 적 친구였던 조슈아와도 연결된다. 조슈아는 그녀에게 의심스러운 감시 장비와 오디오 녹음 자료를 보여주며, 이 마을에는 오래전부터 여성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조슈아는 클로이에게 “너는 우리 중 유일하게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 말하며, 그녀가 가진 특별한 청각 능력을 강조한다. 클로이는 자신이 듣는 소리의 정체가 단순한 기계적 부작용이 아닌,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보낸 메시지임을 확신하게 된다. 조슈아의 집에서 발견한 감시 영상, 오디오 로그, 그리고 도청장치는 이 사건이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증명해 준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의문의 소리의 근원지인 별장 바닥에서 들려오는 진짜 엄마의 목소리를 따라가게 된다. 그 소리의 끝에서, 그녀는 한 장의 사진을 발견하는데... 그것은 행크와 엄마가 함께 찍은 과거 사진이었다. 그리고 클로이는 소름 끼치도록 명확한 사실 하나를 깨닫는다. 실종된 엄마는 죽지 않았고, 그리고 그 죽음에는 행크가 직접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3. 마을을 뒤덮은 저주, 그리고 마지막 귀신의 경고
정신을 잃고 깨어난 클로이는 낯선 장소에 있다. 바로 행크의 집이다. 그는 집안 전기를 수리하러 나간다고 말하며 자리를 비우지만, 클로이는 이곳에서 휴대폰이 없어진 사실을 깨닫고 불안에 휩싸인다. 방 안을 뒤지던 그녀는 그간 마을에서 발생했던 연쇄 실종 사건의 결정적 단서를 찾아낸다. 바로 행크가 살인자였던 것이다. 그는 과거 클로이의 어머니를 포함해 수많은 여성을 납치·감금하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 그는 오랜 세월 동안 마을을 배경 삼아 자신만의 끔찍한 범죄를 은폐해 왔던 것이다.
이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은 클로이는 도망치려 하지만, 이미 상황은 그녀에게 너무나도 불리하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는다. 마침내, 어머니의 영혼이 그녀에게 나타나 행크의 범죄를 폭로하고 복수를 도와준다. 영적 존재의 도움과, 클로이가 회복한 청각 능력을 통해 그녀는 극적으로 행크의 마수에서 벗어나게 되고,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게 된다.
《언허드》의 마지막은 단순한 해피엔딩이 아니다. 클로이는 소리를 되찾았지만, 동시에 세상의 어두운 진실까지 들어야만 했다. 그녀의 귀는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제 그녀는 소리 속에 숨겨진 악마의 속삭임까지도 듣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 총평: 감각으로 전이되는 공포, 그리고 사운드의 역습
《언허드》는 단순히 청각장애 소녀가 능력을 되찾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영화는 청각이라는 감각을 매개로 인간의 가장 깊은 트라우마와 불안, 그리고 현실의 공포를 그려낸다. 일반적인 공포 영화와는 다르게, 무서운 장면보다도 귀를 찢는 듯한 고주파음과 이질적인 사운드로 관객의 신경을 자극하며 ‘불쾌한 불안감’을 조성한다. 이는 마치 *‘사운드로 구성된 폴터가이스트’*를 보는 듯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스토리는 다소 느리고 예측 가능한 전개를 보이지만, 중심을 잡아주는 건 배우 라클란 왓슨의 연기다. 클로이 역할을 맡은 그녀는 트라우마와 혼란, 고통을 몸으로 표현하며 관객에게 몰입을 유도한다. 또, 현실적인 연쇄살인과 초자연적인 귀신 스토리를 잘 엮어낸 구성은 마지막까지 관객을 붙잡는다.
결국, 《언허드》는 청각이라는 소재를 통해 “듣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묻는 작품이다. 때로는 듣지 못해 행복할 수도 있고, 때로는 진실을 듣는 것이 가장 끔찍한 저주일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조용하지만 강한, 서늘한 여운이 남는 이 공포 영화는, 감각의 공포를 경험하고 싶은 관객에게 추천할 만한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