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의 전래동화 '염소 엄마와 세 새끼'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아들을 무참히 잃은 한 엄마의 잔혹하고도 슬픈 복수를 이야기한다. 동화 속 서사를 그대로 따르면서도, 그 표현은 전혀 유아적이지 않다. 오히려 현실과 전통, 본능과 복수심이 얽혀 강도 높은 정서적 체험을 제공한다. 이 영화는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모성의 광기와 인간 욕망의 추악함을 그려낸다. 피를 흘리는 장면보다, 차려진 음식 위로 흘러나오는 침묵의 분노가 더 끔찍하게 느껴지는 작품.
🧺 1. 조용한 시골 마을의 평화, 그 뒤를 덮친 그림자
루마니아의 한적한 시골, 소박하지만 단단한 세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한 어머니의 삶이 영화의 출발점이다. 막내는 형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엄마를 도와 살림을 하고, 평온하지만 어딘가 삐걱대는 가족의 일상이 이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막내는 언덕에서 낯선 남자를 목격한다. 언뜻 보기엔 길을 잃은 외지인이지만, 그의 시선과 말투엔 묘한 불쾌함이 배어 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마을을 떠난 사이 아이들은 혼자 남는다. 이 영화의 공포는 바로 이 빈틈,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운 그 순간에서 시작된다. 남자는 결국 집에 침입하고, 아이들에게 접근해 하나둘씩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막내는 남자의 정체에 불안함을 느끼지만, 형들은 오히려 그를 무시하고 문을 열어주는 실수를 범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피로 물든 집 안의 침묵이다. 영화는 이 장면을 공포스럽게 꾸미지 않는다. 오히려 덤덤한 사운드와 자연의 고요함 속에서, 갑자기 사라진 생명의 기척을 통해 관객을 서서히 압박해온다. 동화적 배경을 현실로 끌어내며,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슬며시 꺼내 보인다.
🕯️ 2. 피로 씻겨 내려간 가족, 그리고 침묵의 복수 계획
집에 돌아온 엄마는 창문 너머로 자식들의 참혹한 시신을 마주한다. 인간이라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광경 앞에서, 그녀는 눈물보다는 복수를 다짐한다. 막내가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이 그녀를 지탱해주는 유일한 희망이지만, 그 희망은 동시에 끓어오르는 분노의 불쏘시개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복수의 과정에서 소리나 폭력 대신, ‘기만’과 ‘기다림’이라는 전략을 사용한다. 어머니는 겉으로는 상냥하게 범인을 환대하며, 그가 원하는 대로 ‘외로움 속에서 그의 품에 안긴 것처럼’ 연기한다. 이 시점부터 영화는 잔혹동화의 가장 고전적인 복수 공식을 따른다. 그녀는 살해당한 아들들을 위한 ‘성대한 만찬’을 준비하고, 그를 초대해 극도로 차분한 얼굴로 술과 음식을 대접한다. 이 장면이 공포스러운 이유는, 단 한 방울의 피도 튀지 않는 순간이지만 그 안에 깃든 폭발 직전의 감정 때문이다. 복수를 앞두고도 냉정하게 남자를 무장해제시키는 여인의 계획은, 눈물보다 훨씬 더 강렬한 복수의 방식이다. 그리고 그 순간, 막내가 조용히 방 뒤편에서 그녀에게 타이밍을 알려주고, 마침내 지옥의 문이 열리게 된다.
🔥 3. 잔혹한 동화의 현실화, 어른을 위한 교훈
이 영화는 단순히 옛이야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동화가 품고 있던 공포의 본질을 꺼내 현실로 옮겨온다. 인간의 어리석음, 욕망, 그리고 무고한 생명에 대한 폭력. 그 모든 것을 차분히 쌓아올려 한 번에 폭발시키는 이 영화는 슬래셔 장르의 점프 스케어 없이도 보는 이의 심장을 옥죄는 강렬한 공포를 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가 정신없이 음식을 먹으며 무장 해제되는 순간, 관객은 오히려 “이제 곧 터질 거야”라는 긴장감에 몸을 움츠리게 된다. 결국, 어머니는 불길처럼 모든 걸 불태워버리고, 아들들의 원혼을 달랜다. 그리고 막내는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살아남는다. 영화는 단지 복수의 성공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남겨진 생존자에게 남는 상처, 그리고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의 무게까지도 함께 전해준다.
이 작품은 루마니아 전래동화 ‘염소 엄마와 세 아이’를 기반으로 하지만, 이야기의 구조를 비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서사의 고전성과 무게를 인정하고, 성인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현실적 공포와 감정적 파괴를 통해 재해석한 것이다. 잔혹한 현실이 동화보다 훨씬 더 무섭다는 것. 그 진실을 조용히, 그리고 무섭게 들려주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