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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 2007

by 영화보자 2025.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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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단 한 명의 남자와 지하주차장에 갇혀버린 한 여자의 극한 공포. 영화 P2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생존 공포와 인간 심리의 끝자락을 치밀하게 파고드는 숨막히는 작품입니다. 선물처럼 포장된 ‘친절’이 어떻게 광기로 뒤바뀌는지를 보여주며, 관객을 90분 동안 단 한 순간도 놓지 않고 조여오는 긴장감으로 사로잡습니다. 이 영화는 한 마디로, 미쳤다는 말 외에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영화 한 장면

1. ‘완벽한 날의 악몽’ – 크리스마스 이브의 함정

뉴욕, 크리스마스 이브. 대부분의 회사가 일찍 문을 닫고, 모두가 집으로 향하는 평화로운 저녁. 주인공 안젤라 역시 힘든 하루를 마치고 야근을 끝낸 후 지하주차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녀가 탄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멈추고, 주차장의 문마저 잠기며 이상한 일이 시작된다. 평소 무던하고 조용했던 경비원 톰이 갑자기 그녀 앞에 나타나, 자신과 단둘이 크리스마스를 보내자며 강요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소름 끼치는 농담처럼 들리던 톰의 제안은 이내 현실이 된다. 안젤라는 의식을 잃은 채로 깨닫지도 못한 사이, 자신의 다리가 쇠사슬로 묶여있고, 식탁에는 마치 로맨틱 디너처럼 차려진 음식이 놓여 있다. 톰은 진심으로 그녀를 ‘초대한’ 것이고, 자신은 단지 사랑을 고백하려 한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랑’은 이미 경계선을 넘어선 집착이며, 위험한 스토킹이었다. 안젤라는 침착하게 톰을 설득해보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생각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무섭다. 그녀가 어디로 가든 CCTV가 지켜보고 있고, 외부로 향하는 문은 모두 차단되어 있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한 단 한 사람의 만찬, 안젤라는 그 만찬의 '객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2. 폐쇄공간의 극한 생존전 – 주차장 안의 ‘죽음의 도망’

톰은 결코 단순한 미치광이가 아니다. 그는 냉철하게 모든 루트를 차단하고, 안젤라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구조물과 전기를 조작한다. 게다가 경비견까지 동원해 그녀의 도주를 막는다. 안젤라는 점차 공포에 짓눌리지만, 동시에 그의 어긋난 욕망이 ‘사랑’이라는 허울로 감싸진 것임을 간파하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백미는 안젤라의 캐릭터다. 그녀는 단순히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거나 숨기만 하는 피해자가 아니다. 첫 포크 공격에 실패한 이후, 그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톰의 심리를 분석하고 반격을 준비한다. 엘리베이터에 물을 채워 탈출을 시도하고, 핸드폰을 챙겨 전화를 시도하며, 경찰이 등장하자 구조 신호를 보내려 애쓴다.

그러나 톰은 집요하다. 경찰조차 그의 손에 쓰러지고, 다시 지하 주차장은 폐쇄된다. 이 영화는 극한의 폐쇄공간이 주는 압박감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안젤라가 도끼를 들고 경비실을 향해 복수를 다짐할 때, 우리는 비로소 ‘공포의 피해자’가 아닌 ‘생존의 주체’로 그녀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 영화의 사운드 디자인과 카메라 워킹은 특히 뛰어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어두운 주차장, 금속이 울리는 음향, 깜빡이는 비상등 불빛, 쫓고 쫓기는 발자국 소리—이 모든 요소가 하나 되어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또한, 크리스마스 캐럴이 아이러니하게 흐르며 그 뒤에서 벌어지는 비정상적인 폭력성은 영화의 잔혹함을 배가시킨다.

3. 불붙은 복수, 그리고 뜨거운 엔딩 – 살아남은 자의 자격

톰은 단순한 악당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로맨티스트이며, 안젤라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뿐이라 믿는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끊임없는 감금, 협박, 살인으로 이어진다. 결국 안젤라는 ‘감정’을 배제한 채 냉정한 생존자 본능으로 돌아선다. 그리고 마지막, 안젤라는 톰에게 진짜 ‘불맛’을 보여주며 복수를 완성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안젤라가 개를 처치하는 장면이다. 그 개는 단순한 동물이 아닌, 톰의 통제 욕망의 ‘확장된 도구’다. 그녀는 이를 정면 돌파해 파괴하고, 이어 자동차 키를 얻어 드디어 주차장을 탈출할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여기서도 반전은 이어진다. 사고로 차가 멈추고, 기절한 척하던 톰이 마지막 공격을 감행한다.

이때 안젤라는 최후의 수단으로 ‘불’을 이용해 그를 처단한다. 이 장면은 단지 육체적 승리를 넘어, 감정적으로도 안젤라가 두려움과 억압을 완전히 떨쳐냈음을 상징한다. 불은 정화이자 단죄이며, 안젤라는 더 이상 도망치는 피해자가 아닌 ‘승자’가 된다.

P2는 제목처럼 단순한 지하주차장 ‘층수’를 뜻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다. ‘여성이 안전하지 못한 공간’, ‘사랑이라는 이름의 광기’, ‘피해자에서 생존자로의 진화’라는 굵직한 주제를 한정된 공간 안에서 집요하게 그려낸다.

이 영화는 한순간도 숨 돌릴 틈 없이 긴장감이 쌓이고, 결말에 이르러서는 뜨거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진정한 심리 스릴러다. 그리고 안젤라라는 여성 캐릭터는 2000년대 스릴러 중 가장 강렬한 ‘최후의 여자(the final girl)’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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