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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ntifying Features/실종(2020)]

by 영화보자 2025.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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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영화제 44관왕에 빛나는 영화 《실종》은 국경을 넘다 사라진 아들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은 한 어머니의 처절한 여정을 따라간다. 이 작품은 자극적인 연출 대신 침묵과 얼굴의 클로즈업으로 이민자 문제의 잔혹한 현실을 담담하게 드러내며, 살아남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충격적인 추적극이다.

영화 스틸 컷

사라진 이름, 시작된 추적

영화는 멕시코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다. 아들 헤수스는 친구와 함께 아무런 상의도 없이 미국으로 떠나겠다고 말한 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어머니 마그달레나는 당국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무성의한 태도와 차가운 서류뿐이다. 국경을 넘다 숨진 이민자들의 시신 목록 속에서 그녀는 아들의 이름을 찾지 못한다. 그 사실은 절망이 아니라, 오히려 잔혹한 희망이 된다.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녀는 포기하지 않는다.

마그달레나는 글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사망 확인서에 서명하려다, 같은 처지의 어머니로부터 한마디를 듣는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절대 포기하지 말라.” 이 문장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윤리이자,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유일한 동력이다. 그녀는 가진 것을 모두 털어 아들이 지나갔을 길을 따라나선다. 이 여정에는 영웅도, 조력자도 없다. 오직 불안과 침묵, 그리고 멈추지 않는 발걸음만이 있을 뿐이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어떤 설명도 덧붙이지 않는다. 음악도, 과장된 연출도 없다. 대신 카메라는 마그달레나의 얼굴을 집요하게 비춘다. 불안, 두려움, 희망, 체념이 교차하는 그 얼굴은 국경을 둘러싼 수많은 통계보다 더 강하게 현실을 말한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사건이 아니라, 기다리는 사람의 시간을 정면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국경 위의 사람들, 살아남은 죄

마그달레나는 이민자 보호소와 버스 정류장, 황량한 마을을 전전하며 아들의 흔적을 쫓는다.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상처를 안고 있다. 추방당해 고향으로 돌아온 미겔, 불법 이민에 실패하고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 그들은 누구도 스스로를 피해자라 말하지 않는다. 다만 살아남았다는 사실 앞에서 죄책감을 느낄 뿐이다.

특히 미겔이라는 인물은 영화의 또 다른 거울이다. 그는 살아 돌아왔지만, 어머니를 잃었다. 성공했더라면 돌아왔을까라는 질문 앞에서 그는 끝없이 무너진다. 영화는 그를 통해 ‘살아남음’이 결코 구원이 아님을 말한다. 국경은 사람을 가르지 않는다. 희망과 죄책감, 생존과 상실을 동시에 건넨다.

마그달레나는 마침내 아들과 함께 버스를 탔던 유일한 생존자 알베르토를 만난다. 그의 입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는 잔혹하지만, 영화는 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설명 대신 침묵을 택한다. 그 침묵 속에서 관객은 상상하게 되고, 그 상상은 어떤 이미지보다 잔인하다.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그녀의 얼굴에는 준비되지 않은 각오가 자리 잡는다. 이 영화가 공포에 가까운 이유는, 괴물이 아닌 현실이 너무 명확하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아들, 그리고 남겨진 어머니

영화의 마지막은 충격적이면서도 조용하다. 무장 민병대가 마을을 장악하고, 마그달레나는 도망치다 붙잡힌다. 그리고 그 순간, 총구를 들이민 인물이 바로 그녀가 찾아 헤매던 아들 헤수스임이 드러난다. 그는 살아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알던 아들의 모습은 아니었다.

마그달레나는 그제야 깨닫는다. 아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리고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를. 그는 피해자가 아니라, 폭력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악마와 손을 잡았고, 어쩌면 악마 그 자체가 되어버린 존재. 영화는 이 진실을 설명하지 않는다. 판단하지도 않는다. 그저 어머니의 얼굴을 비춘다.

마지막 장면에서 카메라는 모든 것을 잃은 마그달레나의 얼굴을 오래 응시한다. 울부짖음도, 절규도 없다. 그 침묵은 관객에게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과연 이 국경의 비극에서 자유로운가. 《실종》은 국경 스릴러의 외형을 빌렸지만, 실상은 모성, 생존, 인간성의 한계를 묻는 영화다. 조용하지만 날카롭고, 설명하지 않기에 오래 남는다. 이 작품이 충격작으로 불리는 이유는, 끝내 눈을 돌릴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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