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세상에 단 둘만 남겨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까.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인류의 흔적이 사라진 후 남겨진 두 사람의 갈등과 고독, 그리고 살아남기 위한 선택을 차분히 그려낸다. 화려한 액션 대신 깊은 사색을 던지는 이 작품은 종말의 무게보다 인간 존재의 덧없음을 더 강렬히 느끼게 한다.
갑작스러운 고립, 인간 없는 세상
영화는 한 커플이 아이슬란드 여행 중 맞이한 기이한 아침으로 시작된다. 호텔 직원도, 마을 사람도, 식당의 손님도 모두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것이다. 텅 빈 거리는 차갑고, 멈춘 뉴스와 CCTV 화면은 세상의 정적을 증명한다. 한순간에 인류가 사라진 듯한 현실 앞에서 그들은 충격에 휩싸이지만, 이내 텅 빈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가려 한다. 마트의 음식은 그대로이고, 잠긴 문 없는 자동차는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처음에는 불안보다 해방감이 앞서며,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누리는 듯 보인다. 그러나 곧 그 자유는 오히려 고독과 불안을 증폭시키고, 이 상황이 단순한 일탈이 아닌 ‘종말’ 임을 깨닫게 만든다. 이 부분에서 영화는 관객에게 묻는다. ‘만약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면,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갈등과 불안, 그리고 생존의 무게
주인공 제나이와 라일리는 같은 상황을 두고 전혀 다른 시각을 드러낸다. 한 사람은 이것을 신의 시험으로 받아들이고, 또 한 사람은 단지 생존의 문제로 바라본다. 먹을 것의 유통기한, 전력의 지속 가능성, 의약품의 부족 같은 현실적인 문제는 갈등을 심화시킨다. 이들의 대화는 단순한 생활의 충돌이 아니라, ‘종말을 살아내는 방식’에 대한 차이에서 비롯된다. 서로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동시에 서로의 시선은 벽이 되어 점점 멀어진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생존의 조건이 단순히 음식이나 물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임을 깨닫게 된다. 고독을 함께 나눌 이가 없다면 인간은 살아남을 이유조차 잃어버린다. 영화는 종말의 서사를 통해 인간 존재가 본질적으로 관계적이라는 사실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마지막 남은 선택, 인간의 덧없음
여정의 말미, 두 사람은 우연히 노인 닐스를 만나며 희망을 품는다. 그러나 그는 곧 죽음을 맞이하고, 남겨진 둘은 다시 절망의 현실로 돌아온다. 제나이는 끝내 또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지만, 결국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채 삶을 버린다. 홀로 남은 라일리는 사랑하는 이를 잃고 세상의 끝을 마주한다. 영화는 이 장면에서 조용히 막을 내리지만, 그 여운은 결코 가볍지 않다. 종말의 서사 속에서도 생존의 진짜 무게는 ‘혼자가 되는 것’이며, 죽음을 향한 선택마저 인간의 덧없음을 드러낸다. 잔잔한 흐름 속에 깊은 질문을 남긴다. 결국 우리는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때만 의미를 가지는 존재일까. 아니면 고독 속에서도 스스로 이유를 찾아야 하는 존재일까. 영화는 답을 내리지 않지만, 그 질문을 우리에게 강렬히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