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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의여자(Girl on the Third Floor/2019)

by 영화보자 2026.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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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집에는 기억이 남는다. 그리고 그 기억은 죄를 알아본다. 영화 **〈3층의 여자〉**는 “왜 이 집에서만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인간의 위선과 욕망이 어떻게 공간에 각인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 미스터리 스릴러다. 귀신보다 무서운 건 결국 살아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이 영화는 끝까지 냉정하게 증명한다.

3층의 여자 포스터

새로운 시작이라 믿었던 집

영화는 한 남자의 선택에서 출발한다. 돈은 도시를 떠나 한적한 마을의 오래된 집을 싼값에 구입한다. 곧 태어날 아이,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인생. 겉으로 보면 평범하고 희망적인 출발이다.

하지만 집은 처음부터 이상하다. 벽 안에서 발견되는 낡은 여성 속옷, 정체 모를 자국, 고쳐도 계속 망가지는 구조물들. 마치 집 자체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돈은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는 늘 그래왔듯, 불편한 신호를 무시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다.

길 건너편에 사는 목사 엘리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문제가 생기면 나를 찾아오라.” 경고처럼 들리지만, 돈은 귀담아듣지 않는다. 아내 리즈는 임신한 몸으로 계속 일을 나가고, 돈은 집수리를 핑계 삼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이때부터 이 집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돈이라는 인간을 시험하는 장소가 된다.

집이 선택한 사람

어느 날, 모르는 여자가 집을 찾아온다. 사라. 노골적이고 거리낌 없는 태도, 묘하게 집 안 구조를 잘 아는 듯한 행동. 돈은 본능적으로 불안해하면서도 동시에 흔들린다. 과거 외도로 가정을 위태롭게 했던 남자, 아직도 완전히 고쳐지지 않은 인간.

사라는 반복해서 찾아오고, 돈은 선을 넘는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집은 노골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한다. 무너지는 천장, 드러나는 3층 다락방, 관중석처럼 만들어진 기괴한 구조. 이 집은 과거를 들춰내는 동시에, 현재를 기록하고 있다.

친구 마일로의 죽음, 사라의 살해, 사라진 시체. 모든 상황은 비현실적으로 흘러가지만, 묘하게 일관성이 있다. 이 집에서 벌어지는 일은 무작위가 아니다.
죄를 저지른 자, 외면한 자, 책임을 회피한 자에게만 정확히 닿는다.

결국 드러나는 진실은 명확하다. 이 집은 과거 성폭력과 살인이 반복되던 장소였고, 벽 속의 구슬은 피해자들의 고통과 기억이었다. 집은 그 기억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비슷한 냄새를 가진 인간을 놓아주지 않는다.

공포의 정체는 집이 아니라 인간이다

후반부에 이르러 영화는 초자연적 공포를 넘어선다. 귀신의 형상, 벽 속에서 움직이는 얼굴, 왜곡된 시체들보다 더 끔찍한 건 돈의 모습이다. 그는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직면하지 않는다. 살인을 저질러서가 아니라, 늘 그래왔기 때문에.

아내 리즈가 집에 도착하면서 영화는 또 하나의 선택지를 보여준다. 리즈는 집의 진실을 알게 되고, 피해자의 유골을 찾아 묻어준다. 과거를 인정하고,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 선택의 결과는 분명하다.

돈은 집에 남는다.
아니, 집에 묶인다.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주는 3층의 풍경은 이 영화의 핵심이다. 이 집은 저주받은 공간이 아니다. 잘못된 인간을 걸러내는 장소다. 떠날 수 있었던 사람과, 끝내 남겨진 사람. 그 차이는 용기나 운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3층의 여자〉는 묻는다.
당신이 이 집에 들어간다면,
과연 무사히 나올 수 있을까.

귀신이 무서운 영화가 아니다.
자기 자신을 끝까지 외면한 인간의 결말이,
이토록 조용하고 집요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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