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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터 스켈터

by 영화보자 2025.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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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성형으로 완성된 ‘아름다움’은 과연 축복일까, 저주일까? 영화 《헬터 스켈터》는 일본 최고의 탑스타 리리코의 몰락을 통해 외모지상주의 사회의 이면을 파헤친다. 모두가 그녀를 닮고 싶어하지만, 그녀 자신은 매일 자신을 파괴하고 있었다. 무너지는 정신, 끝없는 약물 중독, 그리고 감춰진 끔찍한 과거.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이 어디까지 인간을 망가뜨릴 수 있는지, 이 영화는 그 충격의 끝자락까지 밀어붙인다.
이야기의 끝, 그녀는 무엇으로 기억될까?

헬터 스켈터 포스터


1. 아름다움이라는 이름의 함정

일본은 지금 '리리코 신드롬'에 빠져 있다. 누구나 그녀처럼 되고 싶어하고, 그녀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에 열광한다. 그녀는 닮고 싶은 연예인 1위, 카메라 플래시 세례의 중심에 서 있는 여자다. 하지만 화려한 조명 뒤엔 무서운 진실이 숨어 있다. 그녀의 외모는 100% ‘조작’된 것이다. 전신 성형으로 완성된 인형 같은 외모는 그녀를 정상의 자리로 끌어올렸지만, 동시에 가장 위험한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리리코는 성형 부작용을 감추기 위해 또다시 수술을 강행한다. 그녀를 지탱하는 건 이제 재능도, 인격도 아닌 '겉모습'뿐이다. 불법 성형 병원에서 시작된 이 거대한 거짓말은, 수많은 부작용 피해자들을 양산하며 점차 사회 문제로 번지고 있다. 리리코는 그저 웃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불안에 떨고 있다. **"이 얼굴이 언제 망가질지 모른다"**는 공포, 그게 그녀의 하루를 지배한다.

그러던 어느 날, 친동생에게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오랜만에 마주한 혈육 앞에서 리리코는 처음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정말 강한 사람만이 예뻐질 수 있는 걸까?”
그녀는 외적인 아름다움이 곧 사회적 힘이 되는 현실에 갇혀 있다. 하지만 동생은 오히려 말한다. “넌 강하니까, 아름다워졌다고 생각해.”
서로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린다. 그러나 이 짧은 대화가, 리리코에겐 유일한 구원의 손길이었다.


2. 타오르는 시기, 약물과 거짓으로 버티는 나날

하지만 위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온다. 업계에 **‘코즈에’**라는 새로운 신인이 등장한 것이다. 타고난 자연미, 맑은 인상, 신선한 매력. 리리코는 점점 뺏기고 있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힌다.
카메라는 코즈에를 따라가고, 기획은 모두 그녀를 중심으로 짜인다. 리리코는 질투와 열등감 속에서 약물에 의존하게 되고, 몸과 마음은 점점 망가진다.

이 시점에서 등장하는 인물은 검사 아사다다. 그는 불법 성형 시술로 인해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사건을 조사하던 중, 리리코가 핵심 인물임을 알게 된다. 아사다는 리리코에게 증인이 되어 달라 요청하지만, 리리코는 망설인다.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이 '불법' 위에 세워졌음을 인정하는 순간, 지금까지의 인생은 부정되는 것이니까. 그러나 그녀는 점차 진실을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그녀를 아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소속사 대표는 그녀를 끝까지 소모품처럼 이용하려 하고, 매니저 하다는 묵묵히 그녀가 무너지는 걸 지켜볼 뿐이다. 심지어 영화감독조차 그녀와의 관계를 이용하려 든다. 리리코는 아름다움이라는 갑옷에 갇혀 있었고, 그 갑옷은 그녀를 서서히 찔러 죽이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기자회견에 나선다. 하지만 모두가 예상한 해명과 사과는 없다.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돌발 행동을 벌이고, 사회는 일제히 그녀를 비난한다. 그녀는 그렇게 닮고 싶은 연예인 1위에서, 난도질 당하는 스캔들 스타로 전락한다.


3. 아름다움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영화는 단지 한 여성의 몰락을 그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헬터 스켈터》는 전신 성형이라는 극단적 소재를 통해 외모지상주의 사회의 집단적 광기를 고발한다.
리리코는 타락한 주인공이지만, 동시에 이 사회가 만든 괴물이기도 하다. 미디어는 그녀의 외모만을 소비했고, 팬들은 진심보다 얼굴을 먼저 사랑했다. 그녀의 삶에선 오로지 ‘겉모습’만이 평가의 기준이었다.

리리코는 비극적인 인물이다. 불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성형을 택한 건, 사회가 그녀에게 요구한 ‘이미지’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댓가는 너무도 가혹했다. 부작용, 약물중독, 정신 혼란, 고립, 조작된 진실, 폭로.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상품이라는 걸 받아들인다.

영화의 마지막, 그녀의 과거가 담긴 파일은 기자들에게 넘어가고, 세상은 그녀를 또 한 번 씹어 삼킨다.
그러나 그녀는 되묻는다.
“강해지면,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
아니면, 아름다워야만 강해지는 걸까?

이 질문은 단지 리리코만의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외모에 얽매인 모든 사람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것이다.

《헬터 스켈터》는 아름다움을 향한 갈증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의 거울이다.
그리고 그 거울 속 얼굴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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