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망해버린 디스토피아 속, 끊임없는 추격과 배신, 그리고 사랑까지 담긴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 2편. 단 하루 만에 전 세계 넷플릭스 1위를 찍은 화제의 생존 스릴러 **「도메스틱」**과 토크 연기마저 감동적인 휴먼 로봇 드라마 **「핀치」**를 몰아봅니다.
1. 약탈과 본능이 지배하는 세상, 영화 『도메스틱』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이 무너진 후, 살아남은 사람들은 더 이상 인간다움을 기대할 수 없는 무정부 상태 속에서 서로를 경계하고 이용하며 생존해 갑니다. 『도메스틱』은 이런 세계관에서 시작합니다. 주인공 마크와 니나는 바이러스 속에서도 살아남았지만, 인간성은 사라진 이 세상에서 생존 자체가 목표가 된 인물입니다. 둘은 오랜 기간 연락이 끊긴 부모님을 찾아 떠나며 여정을 시작하는데, 그들이 마주하는 세상은 기대 이상의 지옥입니다.
길을 떠나기 전 우연히 들른 빈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려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들의 위치를 들킨 한 남성이 갱단에 정보를 팔고, 다음날 집은 공격당하게 됩니다. 이 장면부터 영화는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생존 스릴러의 진면목을 드러냅니다. 마크의 전투 능력은 예상외로 뛰어나고, 부부는 겨우겨우 도망쳐 또 다른 안전지대를 찾아 나섭니다. 그러나 그들의 여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 뜻밖의 환대 속 숨겨진 살육의 그림자, 도박으로 사람의 목숨을 거래하는 '갬블러 라운지' 등은 디스토피아적 연출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 영화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니나의 캐릭터 변화입니다. 처음에는 의존적이고 소극적인 인물이었던 그녀는 고난과 위기 속에서 특전사급 생존자로 성장하게 됩니다. 전형적인 남성 액션물의 구조를 뒤집는 여성 서사의 진화가 담긴 설정으로, 관객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깁니다. 또한, 부부의 이혼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그들이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동반자가 아닌, 다시 사랑을 확인하고 성장하는 관계로 재탄생한다는 점에서 감정적인 완성도도 높습니다.
『도메스틱』은 다소 익숙한 장르적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전개와 연출의 밀도, 인물 간의 갈등 구조, 결말의 잔잔한 울림까지 잘 버무려져 있어 한 순간도 지루할 틈 없는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2.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우정, 영화 『핀치』
두 번째 영화 『핀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관객의 감정을 자극합니다. 이 작품은 조용하고 감성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휴먼 드라마로, 오존 파괴로 인해 황폐해진 세상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남자 ‘핀치’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유일한 반려견과 함께 폐허가 된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자신이 곧 죽을 것을 알고 로봇 ‘제프’를 개발합니다. 이 로봇은 단순한 인공지능이 아니라, 자신이 죽은 후에도 반려견을 돌봐줄 친구이자 가족의 역할을 하게 될 존재입니다.
영화는 핀치가 로봇을 개발해가는 과정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핀치의 손길로 만들어진 제프는 점점 감정을 흉내 내고, 인간과 같은 유대감을 형성하기 시작합니다. 둘 사이에는 아버지와 아들 같은 애틋한 감정이 쌓여가고, 어느덧 관객은 로봇 제프에게조차 감정이입하게 됩니다. 핀치는 제프에게 삶에 필요한 것들을 가르치며,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존재로 성장시키려 애씁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한 힐링 영화만은 아닙니다. 방사능, 광폭한 태양, 약탈자 등 위협 요소가 계속 등장하면서 두 인물(혹은 인간과 기계)의 여정이 위태롭게 이어집니다. 특히 중후반부, 핀치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며 관객은 그의 죽음을 예감하게 되고, 로봇 제프는 그런 핀치를 대신해 삶을 이끌 책임감을 짊어지게 됩니다.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등장합니다. 핀치가 죽은 후, 제프는 그의 유언대로 반려견을 돌보며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향합니다. 그리고 핀치가 말하던 '골든 게이트 브리지'를 도착해 바라보며, 진짜 눈물을 흘리는 듯한 연기를 펼칩니다. 이 장면은 기계와 인간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단순한 SF 영화 이상의 감동을 자아냅니다.
『핀치』는 기술적 디테일보다는 감정선에 집중한 영화로, 인간성과 유대,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톰 행크스의 밀도 있는 연기와 정교한 로봇 연출이 어우러져, 힐링과 감동을 모두 담아낸 웰메이드 드라마라 할 수 있습니다.
3. 극과 극의 장르에서 공통으로 느낀 한 가지
『도메스틱』과 『핀치』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영화지만, 공통적으로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 작품은 인간성의 붕괴와 믿음 없는 세상에서의 생존을, 다른 한 작품은 인공지능과의 감정적 연결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어떤 방식이든, 세상이 끝나가고 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도, 무기도 아닌 ‘관계’라는 메시지를 두 작품은 던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1위를 찍은 이유는 단순히 자극적인 설정이나 화려한 CG가 아닌, 우리 안에 있는 감정선을 자극하는 진정성 때문일 것입니다. 인간으로서의 본능과 존재의 의미, 함께 살아가는 이유를 고민하게 만드는 이 두 영화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영화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