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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앵글, 한 여자의 끝없는 죄와 벌, 지옥 같은 루프

by 영화보자 2025.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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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앵글》은 한 여자가 똑같은 상황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벌을 받는 이유'를 찾아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유람선 위에서 벌어지는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과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나는 결말은 관객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복선, 상징, 루프 구조를 치밀하게 짠 수작으로, 주인공 제스를 연기한 멜리사 조지의 몰입감 있는 연기 또한 압도적이다.

1. 끝없이 반복되는 유람선의 악몽 – 원인을 알 수 없는 루프의 시작

영화의 시작은 평범해 보이지만 묘한 불안감이 스며든다. 주인공 제스는 자폐를 앓는 아들 토미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친구 그렉의 초대로 요트 여행에 나서지만, 그녀의 표정엔 불안이 가득하다. 바다 위에서 폭풍을 만나고 요트가 전복되면서 사건은 급속히 미스터리로 치닫는다. 가까스로 구조된 사람들 앞에 정체불명의 유람선이 나타나고, 아무도 없는 듯한 유람선 안으로 들어가면서 이들의 현실은 혼란과 공포로 물든다.

하지만 유람선 안은 이상한 기운이 가득하다. 시계는 멈춰 있고, 누군가가 숨어 있는 기척이 느껴지며, 제스의 소지품인 열쇠가 떨어져 있는 등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벌어진다. 특히 식당에는 썩은 음식이 놓여 있고, 이름도 없는 경고 메시지들이 남겨져 있다. 동료들은 하나둘 죽어나가고, 갑작스레 등장하는 복면의 인물은 사람들을 습격하기 시작한다. 이 복면의 정체는 놀랍게도 또 다른 ‘제스’이며, 제스는 자신이 과거 또는 미래에 이 사건을 겪었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이 루프는 단순한 시간여행의 반복이 아니다. 죽음이 반복될 때마다 그 원인과 결과가 조금씩 바뀌며, 제스는 다양한 시간대의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그녀는 죽음과 생존의 경계를 넘나들며 점점 스스로를 파괴해 간다. 이 복잡한 구조는 수많은 복선과 단서들을 통해 반복되는 시간의 미로를 그린다. 영화는 관객에게 "이 모든 반복의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2. 충격적인 진실 – 반복되는 벌의 근원, 제스의 죄

관객은 영화 중반을 넘어서면서 루프의 본질이 단순한 ‘사고’나 ‘운명’이 아닌, 제스 본인의 죄와 잘못에서 비롯된 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유람선에서 반복되는 살인과 죽음, 그리고 자신과의 대면은 그저 반복되는 스릴러가 아니다. 영화는 제스의 삶에 있었던 심각한 폭력성과 양육자 학대라는 사실을 드러내며, 관객을 충격에 빠뜨린다.

제스는 겉으론 상냥하고 헌신적인 어머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던 인물이다. 영화 후반, 제스는 사고를 당한 뒤 죽은 듯 보이지만, 곧 살아 돌아와 자신의 집 앞에서 과거의 자신이 토미에게 폭언을 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망치를 들어 그 자신을 살해해버린다. 이 장면은 그녀가 겪은 모든 루프의 본질이 자기 자신에 대한 복수, 그리고 후회와 죄의식임을 상징한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부터, 제스는 자신의 죄를 지운다고 믿고 아들과 함께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차 사고로 토미를 죽게 만들고, 자신 또한 목숨을 잃는다. 그 죽음의 순간, 그녀는 다시 눈을 떠 요트에 타게 된다. 이 무한 루프는 단지 반복되는 악몽이 아니라, 그녀가 죽음 이후에도 벗어날 수 없는 죄의 대가임을 의미한다. 이 루프 속에서 제스는 수많은 자신을 죽이고, 수많은 자신에게 죽으며, 끝없이 자신의 죄를 되새기고, 반복해 벌을 받는 것이다.

3.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운명 – 트라이앵글의 폐쇄된 지옥

제스가 처한 이 루프는 단순한 타임 루프가 아닌 형벌의 순환 구조다. 영화의 제목 ‘트라이앵글(Triangle)’은 단순히 바다의 삼각지대나 구조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제스의 감정과 죄책감, 그리고 끝나지 않는 형벌의 3요소를 나타낸다. 그녀는 무한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항상 같은 선택을 하고, 또 같은 결과를 맞이한다. 그녀가 아무리 달리 행동하려 해도, 결과는 언제나 비극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죽음의 신과의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결국 제스는 운전사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말한 뒤 다시 요트에 탑승하게 된다. 이 마지막 장면은 마치 ‘심판의 전조’처럼 느껴진다. 이 지옥 같은 루프는 그녀가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통을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절대 끝나지 않는다는 암시로도 읽힌다. 영화는 시간의 반복이라는 미스터리 설정을 통해 인간 내면의 죄책감, 후회, 자기 혐오를 극단적으로 표현하며, 단순한 공포를 넘은 정신적 지옥의 서사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 반복이 제스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빠질 수 있는 반복된 실수와 후회의 메타포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우리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과거를 후회하고, 변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는 것—이 모든 것이 제스의 루프와 닮아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영화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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