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살인마 ‘콜렉터’에게 납치된 여성을 구하기 위해 다시 지옥 같은 덫 속으로 들어가는 남자의 이야기. 《쏘우》 각본가 출신 감독이 선보이는 잔혹한 트랩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 그리고 마지막까지 반전을 거듭하는 충격적인 결말. 슬래셔, 고어 매니아라면 필견.
1. 죽음의 덫, 다시 시작된 악몽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마 ‘콜렉터’가 다시 돌아왔다. 영화 《콜렉션 (The Collection, 2012)》은 2009년에 개봉했던 전작 《콜렉터》의 직후를 그린 후속작으로, 전편에서 살아남은 남자 주인공 ‘아킨’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펼쳐진다. 배경은 혼란에 빠진 도시. 연쇄살인사건이 계속되면서 사람들의 불안은 커져만 간다. 이 와중에 주인공 ‘엘레나’는 남자친구와의 약속이 취소된 후 친구들과 클럽에 놀러 간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콜렉터’가 설치한 거대한 덫이었다. 그 순간부터 지옥 같은 시간이 시작된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트랩에 무참히 살해당하는 클럽 안의 사람들. 피 튀기는 아비규환 속에서 아킨이 의문의 상자에서 튀어나오고, 순식간에 목숨을 잃는 이들 사이에서 아킨은 탈출을 시도한다. 엘레나 역시 이 끔찍한 상황에서 도망치려 하지만, 결국 ‘콜렉터’에게 붙잡히고 만다. 그렇게 엘레나는 상자에 갇힌 채 납치되고, 아킨은 가까스로 창문으로 탈출하여 응급실로 실려 간다. 하지만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콜렉터는 단순한 연쇄 살인범이 아니라, 사람들을 잡아가 자신만의 ‘수집품’으로 삼는 광기 어린 존재였던 것이다. 아킨은 병원에서 회복한 뒤, 콜렉터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족들을 피신시키고 다시 이 싸움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새로운 등장인물 ‘루첼로’와 경호원 팀이 합류하며 본격적인 반격이 시작된다. 엘레나는 상자 안에서 정신을 차리고 탈출을 시도하지만, 콜렉터는 이미 그녀의 도주를 예상한 듯 여러 함정을 준비해 둔다. 긴장감 넘치는 숨바꼭질이 시작되고, 아킨 역시 자신이 남긴 상처를 단서 삼아 콜렉터의 아지트를 찾아내며 또 한 번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관객들은 영화 초반부터 끊임없이 몰아치는 트랩과 죽음의 공포 속으로 빠져들게 되며, 《쏘우》 시리즈에서 볼 수 있었던 잔혹한 장면들을 연상하게 된다.
2. 탈출인가, 학살인가 – 숨막히는 트랩의 향연
《콜렉션》의 진짜 묘미는 바로 ‘트랩’이다. 단순히 공포 영화를 넘어, 이 작품의 중심에는 창의적이고 기괴한 트랩들이 있다. 감독 마커스 던스탠은 《쏘우》 시리즈의 각본가 출신답게 잔혹하면서도 정교한 트랩으로 관객들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한다. 아킨과 루첼로, 그리고 용병들은 콜렉터의 은신처로 잠입하지만, 곳곳에 설치된 트랩에 의해 하나둘씩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입는다. 콜렉터의 아지트는 마치 거대한 퍼즐 같으면서도 살아 움직이는 미로와 같은 공간으로 그려진다. 벽 하나에도, 바닥 구석에도 피비린내 나는 함정이 숨겨져 있다. 심지어 독거미 떼를 풀어놓아 엘레나를 추적하는 장면에서는 공포가 극한으로 치닫는다. 덫에 걸려 한 사람씩 끔찍하게 죽어 나가는 모습은 관객에게 강렬한 충격을 안겨준다. 여기서 이 영화의 슬래셔적인 매력이 폭발한다.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고통스럽게, 처참하게, 그리고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그렇다고 해서 《콜렉션》이 피만 튀기는 영화냐고 하면,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콜렉터라는 존재 자체가 일종의 ‘컨셉트 킬러’로, 인간을 트랩 안에 가두고 수집하는 것에 미학적 집착을 가진다는 점이 이 작품을 더욱 기괴하게 만든다. 아킨 일행이 발견하는 방 안에는 온갖 시체 더미와 끔찍하게 훼손된 사람들의 흔적들이 남아 있고, 그 가운데 엘레나는 또 다른 생존자인 ‘애비’를 만나 함께 탈출을 시도하게 된다. 하지만 이 모든 탈출 시도는 콜렉터가 짜 놓은 계획 안에 있었다는 점에서 절망감이 배가된다. 영화는 단순한 탈출극이 아니라 ‘콜렉터’와 그의 ‘수집품’이 되어버린 사람들 간의 심리전, 그리고 계속해서 덫에 걸려들며 무너져가는 인간 군상의 비극으로 흘러간다. 용병들은 한 명씩 희생되고, 애비 역시 트랩에 걸려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특히 애비의 죽음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손꼽히는 충격적인 순간 중 하나다. 아킨과 엘레나는 점점 빠져나갈 길을 잃어버리며 절망에 빠지고, 그 와중에도 콜렉터는 CCTV로 그들을 지켜보며 여유롭게 그 상황을 즐긴다. 이런 면에서 《콜렉션》은 고어를 넘어선 ‘심리적 압박’까지 동시에 선사하는 작품이다.
3. 불 속의 결전, 그리고 또 다른 시작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결전’으로 향한다. 결국 아킨과 엘레나는 탈출을 위한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되지만, 콜렉터 역시 쉽게 그들을 놓아줄 생각이 없다. 특수부대가 출동하고, 총격전까지 벌어지지만 그 역시 콜렉터의 트랩 안에 불과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아킨이라는 인물의 변화다. 전작에서는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쳤던 인물이 이번 작품에서는 ‘복수’를 위해 자발적으로 콜렉터의 아지트에 뛰어든다. 하지만 그 복수의 길도 결코 순탄치 않다. 결국 마지막 순간, 콜렉터는 자신이 심어놓은 폭발 장치에 불을 붙이고 탈출하려 하지만 아킨이 그를 저지하며 쓰레기 처리장으로 몰아 넣는다. 이어지는 불길과 싸움 속에서 둘은 사투를 벌이고, 결국 아킨은 콜렉터를 불구덩이로 던져 넣는 데 성공한다. 관객들은 드디어 이 악몽 같은 존재가 끝났다고 생각하게 되지만, 영화는 여기서 한 번 더 반전을 준비한다. 아킨과 엘레나는 가까스로 탈출하지만, 상자 안에 남겨진 콜렉터의 ‘가면’을 본 순간 아킨은 직감한다. ‘그가 살아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정적을 깨는 음악과 함께 다시 등장하는 콜렉터. 이번에는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아킨이 직접 총을 들고 그에게 복수를 시작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이는 곧 ‘3편’을 암시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실제로 《콜렉티드(The Collected)》라는 제목으로 3편 제작 소식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이후 별다른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콜렉션》은 기존 슬래셔 영화들과 차별화된 고어와 심리적 긴장감, 그리고 인간 대 인간의 집요한 대결 구도를 통해 독특한 매력을 선사했다. 이 작품은 ‘트랩’을 중심으로 한 고어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들에게 강력히 추천할 만한 작품이며, 《쏘우》 시리즈 팬들에게도 놓칠 수 없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숨막히는 탈출극과 고어,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성마저 시험당하는 구조는 《콜렉션》을 단순한 슬래셔 영화를 넘어선 독특한 작품으로 만들어 주었다. 아킨과 콜렉터의 끝나지 않은 대결, 그리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의 끝이 언젠가는 다시 펼쳐지길 기다리는 팬들에게 있어 이 영화는 여전히 진행형인 악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