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카운슬러

by 영화보자 2025. 4. 28.
반응형

《카운슬러》는 탐욕에 눈이 먼 한 변호사가 스스로 선택한 범죄의 늪에서 어떻게 추락해가는지를 정교하고 차갑게 묘사한 누아르 스릴러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연출, 코맥 매카시 특유의 냉소적이고 문학적인 대사, 그리고 브래드 피트, 하비에르 바르뎀, 마이클 패스벤더, 카메론 디아즈 등 호화 캐스팅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법의 경계를 넘어 돈을 좇는 순간, 그는 이미 지옥의 문을 열고 있었다. 이 영화는 잔혹한 운명과 선택의 책임에 대한 냉정한 경고장을 던진다.

포스터

🧑‍⚖️ 1. 유혹의 문을 넘은 순간, 모든 것은 무너졌다

영화의 주인공인 변호사 '카운슬러'(마이클 패스벤더 분)는 세련되고 교양 있어 보이지만, 내면에는 부를 향한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사랑하는 연인 로라(페넬로페 크루즈)에게 최고급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기 위해 그는 멕시코 마약 밀매에 손을 대게 되고, 라이너(하비에르 바르뎀), 웨스트레이(브래드 피트) 등과 함께 거대한 거래에 뛰어든다. 이들은 모두 카르텔과 깊은 연줄이 있는 인물들로, 이미 그 세계에 한참 발을 담근 상태다.

카운슬러는 자신이 ‘그저 돈만 벌고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는 오만한 확신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라이너와 웨스트레이는 그에게 거듭 경고한다. “이 세계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잔혹하다.” 그러나 그는 이를 ‘위험한 충고’ 정도로만 생각하며 무시하고 만다. 마치 유혹에 눈이 먼 이카로스가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듯, 카운슬러는 멈출 수 없는 파멸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이 문단은 탐욕의 불씨가 어떻게 자만심을 만들고, 자만심이 어떻게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하는지를 보여준다. 법의 경계를 넘어선 그의 한 발짝이 모든 것을 무너뜨릴 서막이었다. 가장 무서운 건, 그 스스로 **“나는 다르게 빠져나올 수 있어”**라 믿었다는 것이다.

🩸 2. 지옥으로의 하강 – 무지와 선택의 책임

거래의 실행 당일,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한다. 카운슬러가 보석으로 석방해준 젊은 남성이, 다름 아닌 마약을 운반할 예정이던 카르텔의 하수인이었던 것이다. 이 운반책이 도중에 살해당하면서 마약은 사라지고, 카르텔은 즉시 이 거래를 ‘배신’으로 간주한다. 카운슬러는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카르텔은 말한다. “우린 네 동기를 묻지 않는다. 결과만 본다.”

특히 영화 중후반부에서 등장하는 카르텔 보스와의 대화는 이 영화의 철학을 가장 날카롭게 드러낸다. “우린 누가 악인지 묻지 않아. 누가 책임을 져야 할지만 본다.” 카운슬러는 자신의 무지와 무관함을 증명하려고 애쓰지만, 그건 조직의 생존 논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 장면은 무지와 무책임은 죄가 될 수 있다는 무서운 메시지를 던진다.

이후 그의 삶은 무너진다. 연인 로라는 카르텔에 의해 납치되어 목숨을 잃고, 그녀의 죽음을 담은 영상이 그의 집 앞으로 택배로 도착한다. 그를 둘러싼 모든 관계와 감정, 신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남겨진 건 죄책감과 회한뿐이다.

중요한 것은, 카운슬러가 범죄를 직접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단지 ‘개입’했을 뿐이지만, 그 개입이 결국 누군가의 삶을 파괴하고 수많은 이들의 피를 부르게 된 것이다. 영화는 ‘책임은 오직 선택한 자의 몫’이라는 잔인한 룰을 보여준다.

🦂 3. 피보다 차가운 배신, 그리고 절망의 끝에서 마주한 진실

카운슬러를 둘러싼 인물들도 하나둘씩 비극을 맞는다. 마약 자금을 관리하던 웨스트레이는 의문의 여성 말키나(카메론 디아즈)의 계략에 휘말려 살해당하고, 돈은 그녀의 손에 들어간다. 말키나는 이 영화의 상징적인 ‘냉혹한 탐욕’ 그 자체다. 사람을 이용하고 죽이고, 그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으며, 오직 생존과 쾌락을 위해 움직이는 인물.

말키나의 등장은 이 세계에서 진정한 승자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윤리도 없고 감정도 없는 그녀만이 살아남는다. 웨스트레이는 죽고, 라이너는 연인 때문에 죽고, 카운슬러는 살아 있으나 ‘죽은 자’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슬프도록 정적이고 찝찝한 방식으로 마무리된다. 어떤 반전도, 기적도 없다. 그는 마지막까지 로라의 죽음을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현실만을 받아들인다. 영화는 범죄 스릴러 장르를 차용했지만, 실상은 도덕적 허무주의와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철학적 드라마에 가깝다.

《카운슬러》의 클라이맥스는 화려한 액션이나 충격적인 반전이 아닌, 한 남자의 오열로 끝난다. 그리고 그 오열 속에서 관객은 묻게 된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을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