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윌리엄(A Knight's Tale)》은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가난한 평민이 귀족을 사칭하고 진짜 기사가 되어가는 여정을 담은 퓨전 사극이다. 디스코 음악, 시적인 로맨스, 마상 창시합까지 다채로운 요소를 버무린 이 영화는 히스 레저의 매력이 폭발하며, 전통과 현대를 절묘하게 잇는 통쾌한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1. 신분을 뛰어넘은 한 남자의 용기 – ‘평민 윌리엄, 기사가 되다’
영화는 격렬한 마창 경기가 한창인 중세 유럽에서 시작된다. 윌리엄은 귀족을 시중드는 시종 중 하나로, 어느 날 모시던 주인이 경기 도중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승리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윌리엄은 큰 결심을 한다. "내가 직접 대신 출전하자!" 겁도 없이 갑옷을 입고 나간 그는 경기에서 이기며 모두의 눈을 휘둔다.
하지만 중세 시대, 기사가 되기 위해선 귀족 출신이어야만 했다. 윌리엄은 친구 롤랜드와 와트, 그리고 우연히 만난 시인 제프리 초서의 도움을 받아 귀족 ‘울리히 폰 리히텐슈타인’으로 신분을 위조한다. 그렇게 대회에 참가한 윌리엄은 승리를 거듭하며 점점 이름을 알리게 되고, 경기 중 눈에 띈 귀족 아가씨 조슬린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는 시합에서 명성을 얻는 동시에, ‘진짜 기사’로 인정받고 싶다는 갈망에 불붙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동료들과의 우정, 정체를 숨기는 불안, 라이벌 기사 아드마 백작과의 대립이 팽팽하게 전개된다. 중세적 억압과 불공정한 신분제가 관통하는 사회 속에서, 윌리엄의 ‘자기 증명’은 시작된 것이다.
2. 위기의 순간에도 당당하게 – 진짜 귀족보다 더 귀족다운 자
경기 중 마주친 귀족들은 윌리엄을 얕보거나 도발한다. 특히 아드마 백작은 윌리엄의 신분에 대한 의심을 품고 모욕을 주고, 경기장 밖에서도 방해 공작을 벌인다. 하지만 윌리엄은 이를 하나하나 극복해나가며, 진정한 기사의 자질을 드러낸다.
그의 갑옷을 고쳐준 여성 대장장이 케이트는 자신의 로고를 새긴 신형 갑옷을 선물하며 윌리엄의 후원자가 되고, 시인 제프리는 입심과 문학적 재치로 윌리엄을 더욱 ‘전설’로 만든다. 대회를 치를수록 그는 명성과 실력, 그리고 대중의 사랑을 얻는다.
하지만 결국 그의 정체는 들통나고, 그는 감옥에 갇힌다. 귀족이 아니면 기사가 될 수 없는 시대, 그의 투지는 그곳에서 꺾이는 듯했지만, 바로 그때 왕위 계승자인 흑태자 에드워드가 등장한다. 과거 윌리엄이 정체를 몰랐던 채로 그를 있는 그대로 대했던 것을 기억한 왕자는 윌리엄을 진짜 기사로 공식 인정해버린다. 그 순간, 윌리엄은 법적 신분이 아닌 행동과 인품으로 귀족이 된 것이다.
3. 마지막 결투와 진정한 승리 – 사랑과 명예, 둘 다 얻다
마지막 경기에서 윌리엄은 다시 아드마 백작과 마주한다. 상대는 규정을 어기고 날카로운 마창을 들고 나오지만, 윌리엄은 이를 정면 돌파한다. 그의 동료들은 목숨을 걸고 경기를 도우며, 윌리엄은 마침내 창을 뚫어 백작을 말에서 떨어뜨리고 승리를 거머쥔다.
그는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인 조슬린과 극적인 키스를 나누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단순한 승리 이상의 의미,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 순간이었다. 영화는 ‘신분을 속인 사기극’이 아닌, 진심으로 자신이 되고자 한 사람의 꿈과 성장을 그린 진정성 있는 이야기다.
마지막엔 캐릭터들이 모두 모여 함께 승리를 자축하며, 중세 유럽 배경임에도 퀸(Queen)의 음악이 흐르는 엔딩은 영화의 정체성을 유쾌하게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