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을 잃어가는 여성이 연쇄살인마에게 쫓긴다면? 심장을 죄는 공포와 반전의 연속! 영화 《줄리아의 눈》은 시각장애라는 설정을 극한의 스릴로 끌어올린 심리 스릴러다. 숨조차 멈추게 만드는 서스펜스와 충격적인 결말이 돋보이는 영화.
어둠 속에서 시작된 의문 – 자살인가, 타살인가?
영화의 시작은 어둠 속 의문의 여성과 함께한다. 그녀는 허공을 향해 말을 걸고, 갑작스러운 충격에 의해 의자에 쓰러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녀의 정체는 시각을 잃어가고 있는 여성 '사라'. 얼마 후 그녀는 집 지하실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된다. 하지만 동생 줄리아는 언니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줄리아는 언니가 죽기 전 재생했던 음악 리스트나, 수술을 앞두고 있었음에도 자살을 택했다는 점 등 석연치 않은 정황들을 발견한다. 특히 장례식에서 한 여성이 줄리아의 남편에게 다정히 손을 얹었는데, 정작 줄리아의 남편은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점은 누군가 그녀 근처에 있다는 단서를 암시한다. 줄리아는 언니의 삶을 조사하며, 그녀가 시각장애인 센터에서 만난 남자와 가까운 관계였다는 점을 파악하게 된다.
하지만 이 남성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줄리아가 뒤쫓으려는 순간마다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의 존재는 실체가 없는 유령처럼 미스터리하게 다가온다. 줄리아는 점차 자신의 눈 또한 사라처럼 시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느끼며 점점 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녀는 언니가 머물렀던 호텔에 직접 찾아가고, 누군가 언니의 사진들을 삭제한 흔적, 수술기록의 조작 등 더 많은 단서들을 파헤쳐간다.
그녀 곁에 숨어 있던 괴물의 정체
줄리아는 조금씩 밝혀지는 진실에 혼란을 겪는다. 그녀의 남편 이삭은 언니 사라의 죽음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신이 커지고, 결국 이삭이 사라와 내연 관계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이삭이 지하실에서 죽은 채 발견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된다. 모든 사건의 퍼즐이 맞춰진 듯 보이는 그 순간, 진짜 범인은 따로 있었다는 진실이 드러난다.
그 범인은 바로 줄리아의 간병인으로 위장해 집에 들어온 ‘이반’이었다. 그는 연쇄살인범이었으며, 줄리아의 언니 사라의 눈을 멀게 한 장본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무시하고 배척한 세상에 대한 증오와, 장애인을 돌보며 왜곡된 애착을 키워온 그는 줄리아를 제 것처럼 소유하려 든다. 줄리아가 시력을 잃은 상황에서 그는 그녀를 완전히 통제하려는 기이한 욕망을 드러낸다.
줄리아는 시력을 회복했지만, 이를 숨긴 채 어둠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연극을 이어간다. 긴박한 순간마다 셔터를 터뜨려 어둠 속 시야를 확보하며 도망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이자 클라이맥스다. 이반은 마지막까지 줄리아를 놓지 않지만, 결국 경찰에 의해 체포되기 직전 스스로 자살하며 마침표를 찍는다.
시력을 소재로 한 심리 스릴러의 미학
《줄리아의 눈》은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닌, ‘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를 깊이 있게 다룬 심리 스릴러다. 시각장애라는 설정은 주인공의 무력함을 고조시키며 관객에게 극한의 불안과 긴장감을 전달한다. 특히 후반부, 줄리아가 시력을 잃은 척하며 범인을 속이고 역으로 공격을 가하는 장면은 영화 전체의 구조를 뒤흔드는 반전이자 명장면이다.
이 영화는 시각이라는 감각을 통제 수단으로 삼고, 그것을 잃는 과정을 공포로 연결시킨다. 관객은 주인공 줄리아와 함께 점점 시야가 좁아지고, 감정적으로도 고립되는 과정을 체험한다. 연쇄살인범 이반은 단순한 괴물이 아닌, 사랑을 왜곡한 결과물이며, 자신이 받지 못한 관심과 사랑을 장애인을 통해 얻으려는 극단적 인격장애자로 그려진다.
마지막 장면에서 줄리아는 죽은 남편의 눈을 이식받아 다시 세상을 보게 된다. 남편이 줄리아를 위해 자신의 눈을 기증했다는 점에서 영화는 또 다른 여운을 남긴다. 영화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셔터 소리, 어둠 속 촉각적 연출, 인물의 심리 변화는 이 작품을 단순한 추리물이 아닌 진짜 스릴러로 완성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