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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꽃

by 영화보자 2025.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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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종이꽃≫**은 삶과 죽음을 잇는 마지막 길목에서 인간다운 존엄이 무엇인지를 묻는 작품입니다. 장의사 성길과 하반신이 불편한 아들, 그리고 옆집으로 이사 온 싱글맘 은숙과 딸 노라. 서로 다른 상처를 지닌 이웃들이 부딪히고, 갈등하며, 끝내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가는 이야기는 관객에게 큰 울림을 남깁니다. 현실적이고 따뜻하며, 동시에 사회의 그늘을 비추는 이 영화는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전해줍니다.

종이꽃 포스터

장의사 성길, 그리고 무너져가는 신념

성길은 30년간 묵묵히 장례 일을 지켜온 장의사입니다. 그는 죽은 이들에게 마지막 정성을 다하며, 가난한 이들에게도 종이꽃을 달아주곤 했습니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고, 상조회사와 계약된 장례식은 ‘추억과 정성’ 대신 ‘비용과 효율’이 우선되었습니다. 회사 직원은 “계약서에 없는 건 하지 마세요”라며 성길의 신념을 비웃습니다. 성길은 결국 생활고와 아들 지역의 간병 문제 때문에 대형 상조회사와 손을 잡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은 흔들렸습니다. “사람은 돈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죽으면 다 똑같다”는 그의 오래된 신념은 차갑게 돌아가는 현실 앞에서 무력해 보였지만, 그 불씨는 꺼지지 않았습니다.

상처 입은 이웃, 은숙과 노라의 등장

옆집으로 이사 온 은숙은 얼굴에 큰 흉터를 가진 싱글맘이었습니다. 그녀는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며 어린 딸 노라와 살아갑니다. 은숙의 과거는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었습니다. 폭력적인 남편을 정당방위로 죽였다는 낙인, 법원에서 강제로 치료 명령을 받는 삶, 그리고 끝내 사회로부터 소외된 현실. 하지만 그녀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난 약했지만 살고 싶었어”라는 고백 속에서, 은숙은 상처를 드러내면서도 다시 일어서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그녀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성길의 아들 지역에게도 스며듭니다. 휠체어에 갇힌 채 삶을 포기하려던 청년은 은숙을 통해 조금씩 웃음을 되찾고, 세상과 다시 마주할 힘을 얻게 됩니다. 두 가정의 만남은 단순한 이웃 관계를 넘어, 서로의 절망 속에 희망을 피워내는 동행으로 이어집니다.

마지막을 지키는 일, 인간의 존엄을 위하여

영화의 절정은 무연고자 노인의 장례를 둘러싼 갈등에서 드러납니다. 국수를 나누며 노숙자들을 돌보던 노인이 세상을 떠나자, 그의 죽음을 기리려는 이웃들과 달리 상조회사와 시청은 단순히 ‘처리’하려 합니다. 성길은 돈과 규정,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지만, 은숙이 남긴 편지를 읽으며 결심합니다. “아름다운 것만이 세상이 아니에요. 흉하고 지저분한 것도 우리의 세상이에요.” 결국 그는 회사를 거부하고, 노숙자들과 함께 장례식을 준비합니다. 종이꽃을 접으며, 그는 다시금 인간의 존엄을 지켜내는 길을 선택합니다. 영화는 장대비 속에서 장례식이 치러지는 장면으로 끝맺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서로를 위해 살아가는 삶의 선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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