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J-호러의 정점. 다큐멘터리 형식의 음산한 리얼리티와 마지막 순간을 집어삼키는 충격적인 결말까지, 공포영화 노로이는 일본 호러 영화 역사상 가장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초자연 현상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의 기록이 악령 소환, 전통 주술, 그리고 인간의 욕망과 맞닿으며 결국 공포 그 자체로 변해버린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이 작품은 일본 공포영화의 본질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1. 기록의 시작 – 의심할 수 없는 진실
다큐멘터리 감독 코바야시는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초자연적 현상을 추적하는 인물이다. 어느 날, 그가 사는 집이 원인 불명의 화재로 전소되고, 아내는 사망한다. 그는 실종 상태. 영화는 바로 이 사건의 한 달 전부터 시작된 그의 마지막 다큐멘터리 기록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펼쳐낸다.
처음 그는 평범한 취재였다. “이웃집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제보에 따라 조사에 착수한다. 그러나 방문한 이웃 여인은 이상하게 불안해 보였고, 곧바로 코바야시는 집 문전에서 거절당한다. 이후 그는 이상한 소리를 녹음해 음향 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하게 되고, 음파 속엔 정체불명의 신음과 뒤틀린 말소리가 섞여 있음이 드러난다.
며칠 뒤, 제보자는 갑작스럽게 이사를 가고, 코바야시는 그녀의 집을 뒤져보다가 죽은 비둘기들과 이상한 기운을 마주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다. 이 기이한 사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편, 어린이들의 영적 능력을 측정하는 프로그램에 등장한 소녀 ‘카나’는 놀라운 초능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녀도 곧 피로를 호소하며 이상행동을 보이고, 결국 실종된다. 코바야시는 점차 모든 퍼즐 조각이 하나로 이어지고 있음을 감지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기이한 사건에 연루되어 있으며, 카나가 그린 그림, 마리카라는 여배우가 무의식 중에 그린 기호, 그리고 코바야시가 취재하며 모은 증언들이 하나의 키워드로 모인다. 바로 “카타바”. 그 말의 의미는 알 수 없지만, 그 속에는 무언가 태고의 저주가 숨겨져 있다.
2. 악령의 봉인 – 카타바의 진실
카타바. 이 단어를 둘러싼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코바야시는 일본 각지의 전문가, 무당, 민속학자들을 찾아다닌다. 그러던 중 고대 악령 ‘카쿠타 아’를 둘러싼 오래된 전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 악령은 고대 마을 ‘카제’에서 의식을 통해 봉인되었고, 봉인이 풀리면 엄청난 재앙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카제 마을은 이미 사라졌고, 의식을 행하던 사제들은 전멸했으며, 대댐 건설로 인해 마을 자체가 수몰되면서 봉인의 유지는 사실상 끊긴 상태였다. 그 이후부터 시작된 기이한 죽음들—목을 맨 자살자들, 실종된 아이들, 이상한 상형문자와 고리 형태의 마크들—이 모두 악령의 봉인이 풀리고 있다는 신호였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모든 징조가 ‘이시 준코’라는 여성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그녀는 도쿄에서 이미 마리카와도 마주쳤고, 무언가 감추고 있었다. 그녀의 집에는 비둘기 사체, 고리들, 희생물 흔적이 가득했고, 주변 사람들은 그녀에 대해 말하기를 꺼렸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 이시 준코는 아이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년 하나를 데리고 있었으며, 그 아이가 실종된 카나였다는 것. 그녀는 카나를 ‘영매’로 삼아, 카쿠타 아를 다시 소환하려는 의식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의식의 핵심 요소는 개, 비둘기, 고리, 그리고 새끼 원숭이. 실제로 의식에는 원숭이를 재물로 바친 기록이 있었고, 이시 준코는 그 모든 것을 실제로 재현하고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현실감 있게 담겨진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고수한 이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이건 허구일 수 없어”라는 착각을 일으킨다.
3. 소환과 종말 – 충격의 마지막 장면
마침내 의식이 거행된다. 코바야시는 이를 저지하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시 준코는 의식을 완성했고, 카나를 이용한 악령 소환이 성공한다. 이후 이시 준코는 죽고, 카나는 의식을 마친 채 혼수 상태로 발견된다. 그리고 곧 숨을 거둔다.
이 사건 이후, 마리카는 정상으로 돌아오고, 코바야시는 카나의 시신 옆에서 그녀의 마지막 메모와 함께 충격을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집이 불에 타고, 아내는 사망하며 코바야시는 실종된다. 모두가 그가 사망했거나 자살했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한 달 뒤, 출판사에 정체불명의 소포가 도착한다. 발신인은 코바야시. 그 안에는 비디오 테이프 한 개가 들어있고, 그것에는 의식 당시의 영상이 담겨 있다. 영상은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지옥의 기록이었다. 소름 끼치는 장면들이 교차되고, 마지막 순간, 코바야시가 카타바를 다시 봉인하기 위한 의식에 직접 참여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드러난다.
즉, 그는 진실을 밝히려던 자에서, 스스로 악령의 봉인을 완성하는 도구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는 이 영화가 단순한 ‘공포 체험’이 아니라, 인간이 마주하는 믿음과 의심, 진실과 조작, 그리고 그 경계의 붕괴를 그린 심오한 이야기라는 점을 분명히 드러낸다.
영화 《노로이》는 J-호러의 전성기 속에서도 가장 실험적이면서도 가장 정통적인 작품이다. 점프 스케어나 음산한 음악 없이도, 영상 속 ‘기록’만으로도 관객의 뒷덜미를 얼어붙게 만든다. 그 끝엔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영화의 끝이 아니라 당신의 현실을 침범해 오는 공포의 시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