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 작가를 돌보기 위해 한적한 시골 저택에 입주한 간호사 릴리. 하지만 이 집 어딘가엔 살아 있는 자가 아닌 존재가 함께 숨 쉬고 있다. 영화 《 저주받은 집의 한송이 꽃》은 내면의 트라우마와 유령, 망령, 그리고 억눌린 죄의식이 한 공간 안에서 어우러지는 심리 공포극이다. 릴리가 발견한 낡은 소설, 썩어가는 벽, 그리고 끝없이 들려오는 발소리. 그것은 단지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재했던 참극의 기록이었다. 이 집에 들어선 순간, 당신도 이미 그 일부가 되었다.
1. 간호사와 작가, 썩어가는 집의 초대
주인공 릴리는 공포소설 작가 럼을 돌보기 위해 시골의 외딴 저택으로 향한다. 건강이 악화된 럼은 말수도 적고, 그녀의 인사에도 무반응이다. 겁이 많은 성격의 릴리는 원래부터 공포소설을 기피하던 사람이었고, 당연히 그의 작품도 읽은 적이 없다. 하지만 시골의 고요함과 어둠 속에서, 그녀는 점점 그 집에 뭔가 이상한 기운이 있다는 걸 감지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단순한 착각이라 생각했다. 위층에서 들리는 발소리, 저절로 꺼지는 TV, 어둠 속에서 낙하한 전화기. 그러나 이런 현상들은 점점 명확해진다. 럼은 그녀를 ‘리’라고 부르며, 마치 오래 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대한다. 릴리는 혼란스럽지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고, 그가 과거에 쓴 소설 중 하나인 **《폴리》**라는 이야기를 읽게 된다.
그 소설 속 내용은 섬뜩하다. 피투성이로 등장하는 여자, 벽 속에 갇힌 채 잊혀지는 결말. 릴리는 점점 그것이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 실재했던 사건이라는 의심을 품는다. 그리고 어느새 1년이 지난 어느 날, 럼은 집안의 썩어가는 벽을 보여준다. 그 벽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 살아 있는 듯한 감각. 릴리는 거기서 이상한 냄새와 기운을 감지하며 본능적으로 뒤를 물러선다.
2. 소설과 현실,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럼은 릴리에게 ‘폴리’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폴리는 단순한 가상의 인물이 아니었다. 릴리가 발견한 낡은 박스 속, 먼지와 피로 얼룩진 페이지들에는 폴리의 끔찍한 최후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손가락에 피가 맺히고, 그녀는 자신이 점점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다.
소설 속 폴리는 이유도 모른 채 남자에게 고문당하고, 결국 벽 속에 갇힌다. 그 남자가 럼임을 직감한 릴리는 경악한다. 그녀는 폴리가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 아니며, 이 집 어딘가에 그 흔적이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그리고 그날 밤, 집 안을 맴도는 망령은 점점 릴리에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는 잠들 수 없는 밤을 보내고, 다락방에서 문이 열린 것을 발견한다. 무언가 말하지 못한 존재가 그녀를 부른다. 그리고 다음 날, 이 집을 찾았던 마리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릴리는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다는 직감을 하지만, 럼은 그녀를 붙잡으며 끝까지 **“리”**라고 부른다.
“리”는 누구인가? 릴리는 그 이름과 자신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집 안의 흔적, 낡은 사진, 썩어가는 벽은 모두 그녀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이 집은 기억하지 못하는 죄와 한을 숨기고 있으며, 그 중심엔 릴리와 폴리, 그리고 럼이 있었다.
3. 망령의 속삭임, ‘그 집’에 갇힌 자들
결국 릴리는 모든 것을 마주하게 된다. 럼은 단지 병든 작가가 아니었다. 그는 과거 자신의 광기 어린 창작욕을 위해 실제 인물 폴리를 감금하고 죽였던 살인자였다. 그 사실을 자각하면서도 죄책감 대신 소설로 치환하며, 기억을 미화시켜 살아온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 기억이 썩어가는 벽과 함께 진실로 드러난 순간, 폴리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이다.
죽은 자는 잊지 않는다. 망령은 릴리에게만 모습을 보이며, 그녀의 도움을 구한다. 릴리는 처음엔 도망치려 했지만, 자신도 이 집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매일 밤 반복되는 소리, 켜지지 않는 전자기기, 열린 문. 그 모든 것들은 이 집이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마침내, 폴리의 시신이 벽 속에서 발견된다.
럼은 혼란에 빠져 릴리에게 폴리의 이름을 부르며 매달리지만, 릴리는 이제 더 이상 그를 용서하지 않는다.
망령은 집 안을 떠돌고, 럼은 폴리의 환영 속에 갇혀버린다.
마지막 장면에서 릴리는 짐을 챙겨 떠나지만, 그녀의 그림자는 여전히 그 집 안에 남아 있다. 그녀 또한 ‘그 집’의 일부가 된 것이다.
영화 해설 및 평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공포영화 **《 저주받은 집의 한송이 꽃》**은 단순한 귀신 이야기로 포장된 심리 공포물이다.
‘집’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의 내면과 기억, 억눌린 감정의 상징으로 작용한다.
썩어가는 벽은 숨겨진 죄악의 흔적이고, 반복되는 소리는 지워지지 않은 외침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 상징성에만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서사적으로는 빈틈을 남긴다. 망령의 존재 이유, 릴리와 리의 관계, 결말에서의 릴리의 변화는 명확하지 않게 처리된다. 이는 관객에게 불친절한 구성으로 작용하며, 일부에게는 영화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공간의 공포를 다루는 데 있어 뛰어난 연출을 보여준다. 거울 속에서 나오는 그림자, 켜지지 않는 TV, 느릿하게 열리는 다락방 문.
이 모든 장면은 소리와 정적을 교차시키며 보는 이를 긴장하게 만든다.
《 저주받은 집의 한송이 꽃》은 "살아 있는 자보다 죽은 자가 더 강한 곳"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간 순간, 누구도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