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삶을 통째로 훔치고, 주변을 파괴하며 살아가는 희대의 사이코패스. 영화 **〈인플루언서〉**는 태국 여행을 떠난 한 여성을 노리는 ‘씨’라는 인물의 섬뜩한 범행을 그린 스릴러다. 정체를 숨기고 타인의 SNS와 일상을 빼앗아 자신이 살아 있는 것처럼 위장하는 범죄극은 현실의 불안을 자극하며 충격적인 여운을 남긴다.
서론
스릴러 영화는 언제나 인간의 어두운 본능을 비춘다. 범죄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 그 속에서 무방비한 피해자가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며 관객의 심장을 조인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인플루언서〉**라는 영화로, 겉보기엔 평범한 만남에서 시작되지만 곧바로 지옥 같은 범죄로 이어진다. 타인의 삶을 훔쳐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치밀하고 섬뜩한 범죄자의 이야기가 핵심이다.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정체성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방식의 범죄라는 점에서 더욱 강렬하다.
본론
영화의 시작은 태국 여행을 떠난 메디슨으로부터 시작된다. 원래 남자친구와 함께 오기로 했으나 홀로 떠나게 된 그녀는 낯선 땅에서 짜증과 외로움에 시달린다. 그때 나타난 인물이 바로 씨다. 그녀는 따뜻하게 다가오며 메디슨과 빠르게 친해진다. 함께 여행을 즐기고 대화하며 쌓인 유대감은 오랜 친구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이 만남은 치명적인 덫이었다.
어느 날 숙소에 도둑이 들어 귀중품을 잃은 메디슨은 자연스럽게 씨의 집에 머물게 된다. 이 선택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다. 씨는 메디슨의 신용카드, 계정, 심지어 목소리까지 모방하며 그녀의 삶을 조금씩 흡수해 간다. SNS에 그녀가 여전히 여행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꾸미며, 주변 사람들조차 메디슨이 무사하다고 믿도록 조작한다. 그 사이 메디슨은 점점 고립되고, 씨는 그녀의 존재를 지워버리려 한다.
씨의 범행은 단순한 절도가 아니었다. 이전에도 그녀는 두 명의 사람을 같은 방식으로 섬으로 유인해 살해한 전적이 있었다. 메디슨은 그 사실을 알게 되며 절망한다. 더욱 끔찍한 것은 씨의 치밀함이었다. 그녀는 사진에 거의 찍히지 않았고, 피해자들의 SNS에도 얼굴을 남기지 않아 추적이 불가능했다. 완벽하게 짜인 계획 속에서 피해자들은 차례차례 희생되었고, 이번에는 메디슨 차례였다.
하지만 메디슨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섬에서 탈출하기 위해 끝까지 저항했고, 결국 씨의 계획에 균열이 생긴다. 씨가 꾸민 덫 속에서 희생된 연인 라이언과 친구 제시카의 비극은 안타까웠지만, 메디슨의 끝없는 생존 의지가 이 범죄극을 전환시킨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이전 피해자들의 흔적을 마주하며 씨의 잔혹한 실체를 세상에 드러낼 준비를 한다.
결론
〈인플루언서〉는 단순히 ‘살인마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현대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정체성과 SNS의 불안정을 건드린다. 타인의 온라인 흔적을 빼앗아 스스로를 위장하는 범죄는 현실적으로도 가능해 보이기에 더욱 소름 돋는다. 영화 속 씨는 신체적 폭력보다 심리적 지배와 정체성 파괴를 통해 피해자를 무너뜨리며, 이는 관객에게 강한 불쾌함과 충격을 안긴다.
영화의 단점이라면 전개가 다소 직선적이고, 피해자의 심리 묘사가 얕게 그려진 부분이다. 하지만 대신 **“만약 내가 그 상황이라면?”**이라는 질문을 던지며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그 결과 작품은 단순한 스릴러 이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결국 이 영화는 타인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버리는 범죄자의 초상을 통해, 인간이 지닌 불안한 욕망과 사회적 취약점을 드러낸다. 그리고 마지막에 살아남은 메디슨의 결연한 모습은 관객에게 작은 희망을 남긴다. 절망 속에서도 저항하는 의지만이 삶을 되찾는 유일한 길임을 보여주며, 영화는 긴 여운을 남기며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