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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시던트(The Incident, 2025 넷플릭스 기대작)

by 영화보자 2025.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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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시간의 루프 속에서 인간은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린다. 영화 **〈인시던트(The Incident)〉**는 단순한 SF나 공포가 아닌, 인간의 죄의식과 선택이 만들어낸 ‘무한 반복의 공간’을 다루는 철학적 미스터리다. 한순간의 잘못으로 영원한 고통에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 결말에 다다르면, 당신도 묻게 될 것이다 —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시간은 진짜일까?”

인시던트 포스터

모래섬의 환상 ― 전쟁, 그리고 트라우마

영화는 난민 가족의 절망적인 생존기로 시작한다. 전쟁으로 고향을 잃은 가족이 외딴 모래섬에 갇혀 구조를 기다린다. 라디오를 고치고, 신에게 기도하고, 내일을 꿈꾸지만 구원은 오지 않는다.
딸 자나는 어느 날 낡은 신발 한 짝을 주워온다. 어머니 야스민은 그것이 죽은 사람의 것임을 알고 눈물을 흘린다. 섬은 점점 무너지고, 가족은 하나씩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남은 자나는 홀로 바다를 떠도는 환영 속에서 구조된다. 그러나 그때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 — 가족들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고, 자나는 전쟁의 트라우마 속에서 ‘가짜 섬’과 ‘환상의 가족’을 만들어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던 것이다.
**샌드캐슬(Sandcastle)**이라 불리는 이 서브스토리는, 현실의 폭력 앞에서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내는 환상의 안식처를 상징한다. 그것은 잔혹하지만 아름다운, 인간의 마지막 방어막이었다.

끝없는 루프 ― 현실이 반복되는 지옥

이후 영화는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진다.
로베르토와 가족은 여행 도중 이상한 고속도로에 갇힌다. 분명 달리고 있지만, 계속 같은 주유소로 돌아온다. 아내는 점점 미쳐가고, 딸은 죽어간다.
한편, 형사 마르코와 범죄 형제 또한 비슷한 상황에 갇힌다. 문을 열면 같은 층이 반복되고, 떨어진 열쇠가 다시 돌아온다. 그곳은 공간의 감옥이었다.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세월이 35년이 지나도, 사람들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늙어가며 같은 일을 반복한다. 그제야 그들은 깨닫는다 — 이곳은 ‘인시던트(Incident)’, 즉 누군가의 죽음 순간에 발동하는 시간의 왜곡이었다. 한 번의 죽음이 거대한 루프를 만들고, 그 안에 갇힌 자들은 서로의 죄와 운명을 되풀이하며 스스로를 잊어간다.

기억과 망각 ― 인간의 죄가 만든 무한 지옥

35년이 흐른 후, 모든 조각이 드러난다.
다니엘은 자신이 형사 마르코였음을 깨닫고, 자신이 과거의 사건을 반복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로베르토는 죽음을 앞두고 다니엘에게 말한다. “절대로 경찰차에 타지 마라.”
하지만 인간은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 다니엘은 차에 오르고, 기억을 잃은 채 다시 루프의 시작점으로 돌아간다.
이 공간에서 유일한 해방은 ‘죽음’뿐이다. 그러나 출구를 선택한 자는 모든 기억을 잃고, 다시 새로운 인시던트를 만들어낸다.
마지막 장면, 늙은 여성이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빨간 수첩을 들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 순간, 지옥 같은 인시던트가 끝나며 세상은 잠시 고요해진다.
영화는 거대한 질문을 남긴다.
“죄란 무엇이며, 기억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여전히 같은 인간인가?”
모든 인시던트는 결국 인간의 ‘죄책감’에서 시작되었고, 그 죄는 기억이 사라져도 결코 끝나지 않는다.

정리하며

〈인시던트〉는 2025년 넷플릭스가 선보이는 가장 독창적인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 작품은 공포와 철학, 시간과 운명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 든다.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우리가 반복하고 있는 현실은 정말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가슴이 웅장해지고, 동시에 섬뜩해지는 영화.
지옥은 멀리 있지 않다.
그건 우리가 만든, 기억의 공간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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