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으로 세상이 무너진 시대, 가족을 잃고 산적에게 납치된 소녀가 처절한 생존과 복수의 여정을 떠납니다. 생존의 본능, 억눌린 분노, 그리고 잊혀진 인간성의 회복까지 담아낸 이 영화는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몰입형 생존 복수극입니다.
🔥 잔혹한 운명, 소녀의 생존이 시작되다
중세 유럽, 흑사병이 대륙을 덮치며 인구의 절반이 사망했습니다. 병은 모든 이들을 공포에 몰아넣었고, 도시와 마을은 순식간에 무법천지가 되어갔습니다. 살아남은 자들은 폐허 속에서 새로운 삶을 찾아 도망쳤지만,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굶주린 자들과 도둑떼, 그리고 피에 굶주린 산적들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바로 그런 혼돈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어린 소녀 식너의 생존기를 따라갑니다. 그녀는 어느 날 부모님과 함께 길을 걷다 산적의 습격을 받아 부모가 무참히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어린 동생마저 죽음을 피하지 못했고, 홀로 남겨진 식너는 절망에 빠진 채 산적들의 수장이자 악명 높은 다그마에게 붙잡힙니다.
그러나 다그마는 식너를 죽이지 않고 자신들의 은신처로 끌고 갑니다. 깊고 음산한 산속,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그곳은 산적들이 은신하며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사는 공간이었습니다. 다그마는 식너를 살려두며 자신이 아끼는 양녀 브리그의 동생으로 삼으려 합니다. 이유는 단 하나. 브리그가 외로워하지 않도록, 마치 하나의 가족처럼 살게 하려는 다그마 나름의 왜곡된 모성애였습니다. 하지만 식너는 다그마의 계획에 반발합니다. 그녀는 가족을 죽인 자들과 함께할 수 없었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경계심을 바짝 세운 채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식너의 존재에 처음엔 경계심을 보이던 브리그 역시 차츰 식너의 과거와 고통을 알게 되며 조금씩 마음을 엽니다. 그 사이 다그마는 식너에게 점점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고, 결국 마녀라는 비난에 과거를 떠올리며 분노를 폭발시킵니다. 그런 다그마의 진짜 과거와 광기는 이들의 관계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녘. 브리그는 조용히 식너의 방으로 찾아옵니다. 그녀는 식너에게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몰래 탈출을 돕습니다. 그렇게 두 소녀는 어둠 속으로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이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숨 막히는 순간 중 하나이며, 두 소녀의 연대와 용기가 본격적으로 빛나기 시작하는 전환점이 됩니다. 소녀들의 여정은 시작됐고, 그것은 단순한 탈출이 아닌 생존과 복수의 여정이었습니다.
⚔️ 탈출, 그리고 진짜 적과의 만남
깊은 산속을 탈출한 두 소녀는 방향도 모른 채 숲속을 헤맵니다. 발 아래는 진흙으로 질척이고, 머리 위로는 어둠이 내려앉은 채 고요한 공포를 더합니다. 이들은 작은 풀잎 하나도 조심스레 밟으며, 산적들이 쫓아올까 전전긍긍합니다.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가운데, 브리그와 식너는 더욱 가까워지며 서로에게 의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자연은 생각보다 더 냉혹했습니다. 식량은 고사하고 마실 물조차 찾기 힘든 환경에서, 어린 두 소녀는 기력이 점점 소진되어 갔습니다. 며칠간 방황하던 끝에 그들은 산속의 낡은 오두막을 발견합니다. 그곳은 빈집인 듯 보였지만, 곧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그들의 운명이 또다시 바뀌게 됩니다.
낯선 남자는 다행히 산적이 아닌 곰사냥꾼이었습니다. 그는 식너와 브리그의 사연을 듣고 경계심을 풀고 이들을 보호해줍니다. 이 곰사냥꾼은 과거 다그마와 그녀의 가족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야기합니다. 역병이 돌던 시절, 다그마는 마을 사람들에게 '저주받은 자'로 몰려 마녀 재판을 받았고, 결국 그녀와 어린 딸은 마을에서 강제로 내쫓겨져 죽음의 강으로 내몰렸다고. 딸은 익사했고, 다그마는 목숨을 건졌으나 그날 이후 모든 인간성을 잃은 채 복수귀로 변했다고 말이죠.
식너는 그 이야기를 듣고 분노합니다. 다그마의 슬픈 과거가 있다 해도 그녀가 저지른 폭력과 살인은 용서받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곰사냥꾼은 식너에게 생존을 위한 방법, 덫 놓기와 사냥, 자신을 지키는 법을 하나씩 가르쳐줍니다. 이는 이후 식너의 변화와 복수의 밑거름이 됩니다. 그러나 잠시의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산적 무리의 추적은 계속됐고, 결국 곰사냥꾼은 그들에게 들켜 목숨을 잃게 됩니다. 이 장면은 영화의 또 다른 전환점입니다. 단 한 번이라도 어른의 따뜻함을 느낀 식너는 곰사냥꾼의 죽음을 목격하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습니다.
죽음을 눈앞에서 또 목격한 식너. 이제 그녀는 완전히 변해버렸습니다. 이제 도망치는 소녀가 아닌, 스스로 살아남고, 되갚아줄 준비가 된 생존자로 거듭났습니다. 식너는 곰사냥꾼의 칼과 활을 손에 쥐고, 숲속에서의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다시는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눈을 빛내고, 영화는 그녀의 복수를 향한 질주로 들어섭니다.
💥 최후의 복수, 살아남은 자의 증명
식너는 이제 도망치지 않습니다. 그녀는 사냥꾼에게 배운 모든 기술을 기억하며, 다그마 일당을 추적합니다. 숲에서 길을 읽는 법, 흔적을 감추는 법, 먹이를 끌어들이는 방식까지 익힌 그녀는 마치 짐승처럼 어둠 속을 유영합니다. 복수는 단지 분노의 발산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예의이고, 무엇보다도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싸움이 되었습니다. 브리그와 함께 치밀한 계획을 세운 그녀는 한 명씩 산적들을 유인해 처단합니다. 이 장면에서 영화는 차가운 긴장감을 유지하며, 소녀가 단순한 희생자가 아닌 ‘주체’로 변모하는 순간을 강조합니다.
최종 대결은 다그마와의 피할 수 없는 맞대면에서 벌어집니다. 다그마는 여전히 브리그를 향한 왜곡된 애정을 고집하며 식너를 위협하지만, 식너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자신을 희생한 곰사냥꾼, 빼앗긴 가족, 브리그의 눈물… 모든 기억이 그녀의 손에 쥔 칼날에 실립니다. 결국 치열한 몸싸움 끝에 다그마는 쓰러지고, 식너는 살아남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단순히 복수의 성공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녀가 살아남은 이유, 그것이 곧 영화의 중심 메시지입니다.
다그마가 숨을 거두고, 숲은 다시 고요해집니다. 식너는 조용히 브리그의 손을 잡고, 곰사냥꾼의 오두막으로 향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식너는 불가에 앉아 무표정하지만 어딘가 단단해진 얼굴로 과거를 회상합니다. “가족”, “신뢰”, “희생”이라는 단어가 그녀의 마음을 스칩니다. 세상은 여전히 잔인하지만, 그 안에서도 인간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 영화는 생존극이자 복수극이지만, 그 이상으로 인간 본성과 감정의 회복을 다루는 작품입니다. 단지 누군가를 죽이고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무너진 세계 속에서도 다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작은 불씨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주인공 식너의 여정은 관객에게 잔잔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주며, 진정한 의미의 '살아남은 자'가 무엇인지 곱씹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