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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시에이션 (Initiation, 2020)

by 영화보자 2025.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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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니시에이션은 대학 내 사교클럽과 파티 속에서 벌어지는 성범죄, 침묵, 그리고 복수의 연쇄살인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슬래셔 영화다. 단순 공포물 같지만, 사회적 메시지를 강하게 담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를 스릴러와 엮어내며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이니시에이션 포스터

1. 사교클럽의 전통, 그날 밤 시작된 이상한 조짐

미국의 한 대학교 남자 기숙사, 그리고 그 안에서 열리는 사교클럽 ‘지그노파이’의 홈커밍 파티.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 전통적인 행사 속엔 이질적이고 불쾌한 분위기가 흐른다. 사교클럽의 리더 ‘보’는 여학생 한 명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게임을 지시하며 시작부터 불편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웨스는 이를 반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만, 파티는 그대로 진행된다. 신입생들은 두 명씩 짝지어 집에 돌아갈 때까지 서로를 챙기도록 지정되며, 이는 겉보기엔 안전장치 같지만 실상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구조다.

보는 칵테일을 직접 만들어 여학생 카일리에게 권하고, 몰래 웨스에게 문자를 보내 자신의 방으로 부른다. 한편 엘러리는 자신의 짝인 카일리를 잊은 채 기숙사를 돌며 다른 학생들을 확인하다가 늦게야 카일리의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그녀를 찾기 위해 보의 방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마주친 건 침대에 쓰러져 있던 카일리와, 이상하게 흐느적거리는 웨스였다. 이를 목격한 엘러리는 크게 분노하며 카일리를 데리고 방을 떠난다.

다음 날, 카일리의 SNS에 웨스가 남긴 댓글과 느낌표 하나가 올라오자 엘러리는 불안에 휩싸인다. 동생 윌슨에게 연락해보지만, 그는 전날 밤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고,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피하려 한다. 심지어 화를 내며 자리를 떠나기까지 한다.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보이는 카일리는 신고를 망설이고, 영화는 이 장면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지 않으며 오히려 침묵 속의 고통과 피해자의 혼란스러움을 강조한다. 이로써 관객은 진짜 공포가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점차 느끼게 된다.

2. 침묵과 왜곡의 늪, 그리고 시작된 살인

엘러리는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카일리의 바지를 몰래 입수해 유전자 검사를 시도한다. 그녀는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 동생 윌슨이 관련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깊은 두려움을 느낀다. 한편, 웨스는 훈련에 집중해야 할 시기임에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친구들의 충고에도 반발하는 등 점점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카일리는 점점 그날 밤의 기억을 되살리게 되고, SNS 속 남학생들의 글은 그녀를 다시 공포로 몰아넣는다.

그러던 중, 기숙사 안에서 잔혹한 살인이 벌어진다. 웨스는 누군가에게 공격당해 망치로 끔찍하게 살해당한다. 외스의 시체를 발견한 보와 딜런은 공포에 질리고, 사건의 파장이 점점 커지면서 언론과 경찰이 학교에 몰려든다. 특히 웨스가 올림픽 유망주였던 만큼 사건은 더욱 주목을 받는다. 경찰은 보를 불러 진술을 받지만, 그는 협조를 거부하고 자리를 뜬다.

딜런은 보의 태도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고, 작년에 유사한 사건이 있었음을 기억해낸다. 그 당시에도 피해자는 기억이 끊겨 있었고,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바로 웨스였다. 하지만 학교는 그가 유망한 선수라는 이유로 사건을 덮었고, 사교클럽 전체는 형식적인 근신 처분만 받았다. 피해자는 잊혔고, 가해자와 방관자는 다시 학교 생활로 복귀했다. 이 모든 흐름이 이번 사건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학교 측은 이번에도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 하지만, 상황은 점점 통제 불능으로 치닫는다. 딜런 또한 가면을 쓴 살인마에게 공격당하고 잔인하게 칼에 찔려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사건은 점점 단순한 사고나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의 계획된 복수극처럼 전개되기 시작한다.

3. 진실의 왜곡, 그리고 마지막 반전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엘러리는 점점 진실에 다가간다. 그녀는 카일리를 따로 만나 작년 사건과 이번 사건의 유사성을 이야기하며, 동생이 연루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고백을 한다. 그러나 정작 보는 자신이 불편해졌다는 이유로 기숙사를 옮기겠다고 짜증을 낼 뿐, 사건의 심각성에는 무감각하다.

하지만 살인마는 그를 그냥 두지 않았다. 잠시 방을 비운 사이, 보 역시 가면을 쓴 괴한에게 전동드릴로 잔인하게 살해된다. 그리고 그 괴한의 정체는 마침내 드러난다. 바로 카일리의 아버지이자 이번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었다. 그는 자신의 딸이 성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직접 처단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의 복수는 법과 윤리를 벗어나 살인으로 치달았고, 결국 총장까지 살해하게 된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으면서도, 피해자인 카일리가 ‘살인마의 딸’이라는 이유로 공범으로 의심받는 현실을 보여준다. 언론은 진실보다 자극적인 기사에 몰두하고, 경찰 역시 선택적 수사를 이어간다. 엘러리는 인터넷이 끊긴 캠퍼스에서 고립된 상황에서도 끝까지 진실을 추적하려 하지만, 이미 진실은 왜곡된 정보의 홍수 속에 묻혀 버린다.

이니시에이션은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페이스가 다소 어색하고, 범인의 정체는 초반부터 짐작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진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따로 있다. 바로 현실 속 성범죄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과 방조, 그리고 SNS와 언론의 왜곡이다. 과연 우리는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진실을 분별할 수 있을까? 피해자는 보호받을 수 있을까? 영화는 그 물음을 조용히, 그러나 날카롭게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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