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중세 프랑스의 충격적인 성폭행 재판과 결투를 그린 작품입니다. 여성을 향한 불신과 시대의 부조리를 정면으로 고발하며, 단 한 번의 진실을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이들의 처절한 싸움이 펼쳐집니다.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이 영화는, 깊은 울림과 분노를 남기며 우리의 시선을 강제로 돌려세웁니다. 지금, 그 이야기를 들여다보세요.
⚔️ 1. 배신과 질투, 친구였던 두 남자의 운명은 왜 엇갈렸는가?
14세기 프랑스, 전쟁터에서 이름을 떨치며 살아가던 기사 장 드 카루주. 그는 성실하고 용맹했지만 권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반면, 그의 친구 자크 르 그리는 정치적인 수완으로 영주의 총애를 받으며 출세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둘은 오랜 친구였지만, 장의 몰락과 자크의 성공이 겹치며 둘 사이엔 보이지 않는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장 드 카루주는 몰락한 가문의 기사였지만, 부유한 귀족의 딸 마르그리트와 결혼하며 지참금과 함께 땅을 얻는다. 하지만 이 땅은 자크가 세금 징수 명분으로 가로채버린다. 장은 배신감을 느낀다. 단순한 영토 싸움이 아닌, 신뢰와 우정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어지는 재산 분쟁과 영주의 편파적인 결정은 장을 점점 몰아세운다. 결국 장은 친구 자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하지만 이 싸움은 아직 시작일 뿐이었다. 자크는 장의 아내, 마르그리트를 은밀히 탐하고 있었다. 그녀의 미모에 빠져버린 자크는 결국, 장이 집을 비운 사이 마르그리트를 찾아가고,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다.
마르그리트는 용기를 내어 남편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그 순간부터, 진실은 무게를 잃고 명예라는 허울 좋은 껍데기에 묻히기 시작한다. 당시 중세 사회는 여성의 목소리를 믿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를 비난하기에 바빴다. “즐거움을 느껴야 임신이 된다”는 믿음은 마르그리트를 또 한 번 짓밟는다.
장과 자크는 결국, 진실의 무게를 신에게 맡기는 ‘결투 재판’을 선택하게 된다. 그 싸움에서 진다면, 마르그리트는 거짓 증언을 한 죄로 화형에 처해진다. 이제 단지 두 남자의 싸움이 아닌, 한 여성의 삶과 진실 전체가 위태롭게 흔들린다.
👑 2. 진실을 위해 칼을 든다 — 피로 써 내려간 정의
장과 자크의 결투는 단순한 개인의 복수극이 아니었다. 그것은 중세라는 이름 아래 숨 쉬던 왜곡된 정의와 권력, 남성 중심적 사법 체계를 향한 피의 항변이었다. 법정은 증거보다 신분을, 진실보다 체면을 중시했다. 그런 사회에서 마르그리트의 외침은 '무모함'으로 평가받았고, 그녀의 용기는 도리어 조롱당했다.
자크는 법정에서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며, 자신은 마르그리트의 동의를 받았다고 말한다. 반면, 마르그리트는 강간당한 피해자임에도 "그녀가 유혹한 것"이라는 세상의 시선과 싸워야 했다. 임신 사실조차도 그녀의 증언을 부정하는 증거로 이용됐다.
결국 장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아내의 진실을 믿고 칼을 들기로 한다. 결투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아내는 거짓말쟁이로 몰려 죽게 되기 때문이다. 피와 진실, 그리고 신의 심판이 교차하는 이 결투는 단순한 무대가 아닌, 인간 본성의 시험장이 된다.
결투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피 튀는 싸움 속에서 마르그리트는 떨리는 눈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장은 자신과 아내를 지키기 위해 절박하게 싸운다. 그리고 마침내, 장이 승리한다. 그녀의 증언은 진실로 입증되고, 두 사람은 비로소 명예를 회복한다.
하지만 이 결투의 승리는 단지 둘만의 것이 아니다. 마르그리트는 역사상 최초로 성폭행 피해를 공개 증언한 여성이 되었고, 그 용기는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된다. 영화는 그녀가 진짜 주인공임을 말없이 증명한다.
🕊 3. 시대를 뛰어넘는 메시지, 그리고 우리의 현재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는 단지 과거의 이야기를 묘사한 사극이 아니다. 이 작품은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의 우리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여성의 목소리를, 피해자의 고통을 믿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마르그리트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다. 그녀는 침묵을 강요당한 시대에 맞서 자신의 이름으로 싸운 '행동하는 진실' 그 자체다. 그런 그녀를 둘러싼 중세 사회의 부조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피해자를 의심하고, 권력을 가진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구조는 형태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한다.
영화는 중세의 단죄 방식이자 ‘신의 심판’이라 여겨진 결투라는 시스템을 통해 인간의 정의가 얼마나 불완전하고 잔혹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법과 제도, 명예와 진실, 신념과 생존이 서로를 압도하는 이 무대 위에서, 우리는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
결국,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누군가가 고통을 말할 때, 우리는 그 목소리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진실은 명예보다, 권력보다, 역사보다 앞서야 한다는 것을 이 영화는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장엄한 시대극이면서도 감정선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이 영화는,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다.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영화가 끝나고서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