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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사라진 사람들"

by 영화보자 2025.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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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에 본 영화 중 가장 깊은 여운을 남긴 작품이었다. 류준열, 박효주, 배성우가 출연한 이 영화는 실제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고, 보는 내내 손끝이 차가워질 만큼 불편하고 무거운 공기를 품고 있다. 누군가는 ‘영화’라 말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현실이었다. 화면 속에서 들려오는 떨린 숨, 두려움에 짓눌린 눈빛, 침묵이 만든 공포는 오랫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괴로웠지만, 반드시 볼 가치가 있는 영화였다.

영화 포스터

섬, 사라진 사람들 — 잊고 싶지만 잊어선 안 되는 현실

한 여성이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그 부름은 조용하지만 강했다. 질문 하나, “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마치 어둠 속에서 더 어둠을 더듬는 것 같았다.

주인공 기자 해리는 한 통의 제보를 받으며 이 사건 속으로 뛰어든다. 작은 섬, 외딴 염전. 외부에서는 평온한 바람이 흐르는 곳이었지만, 내부에는 숨조차 소리 내지 못하는 삶들이 붙들려 있었다.

그들은 일자리를 얻은 노동자가 아니라, 철저히 길들여진 존재였다.
월급이 들어오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고, 바깥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도 모른 채, 그저 “가족이 준다”는 말 한마디에 모든 시간을 바치는 비극.

그들의 침묵은 체념이 아니었다.
그건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다.

노예의 섬 —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비명

카메라 앞에 선 사람들은 처음엔 말을 아꼈다.
“맞았다”는 말 대신,
“넘어졌다"
“한눈을 팔다 떨어졌다”
“그냥 일하다 다쳤다”

이 말들은 공포가 만든 문장들이었다.

폭행당한 몸, 동상으로 썩어가는 발, 은폐된 장부, 외부인을 향한 적대적인 눈빛.
이제는 사라진 줄 알았던 현대판 노예제가 스크린 너머로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가장 소름 돋는 건 폭력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폭력이 너무 오래, 너무 자연스럽게 유지되어 왔다는 사실이었다.

경찰조차 묻는다.
“증거는요? 피해자 진술은요?”

그 질문 앞에서 흔들리는 카메라와 숨죽이는 사람들.
마치 관객인 나조차 죄를 나누어 가진 듯한 기분이었다.

영화인가, 기록인가 — 끝내 외면할 수 없는 진실

이 영화는 화려하지 않다.
배경 음악도, 극적인 연출도 없다.
오히려 모든 장식이 제거되어 있다.

그래서 더 아프다.
그래서 더 현실 같다.

류준열과 박효주, 배성우의 연기는 존재하는 듯 스며들어 화면과 하나가 된다.
이 영화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존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까지 도달했을 때, 나의 감정은 한 마디로 정리되지 않았다.
분노, 슬픔, 죄책감, 무력함.
그리고 한 가지 질문.

“이 사건이 영화 속 이야기로만 남아도 되는 걸까.”

 

마무리

2025년, 수많은 영화를 보았지만 이 작품만큼 불편했고, 필요한 영화는 없었다.
보고 난 뒤에도 오래 남는다.
잔인해서가 아니라, 진짜였기 때문에.

우리는 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잊히지 않았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뼛속 깊이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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