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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이마인드 (Blue My Mind,2017)

by 영화보자 2025.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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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와 함께 시작된 몸의 변화. 사춘기의 문턱에 선 한 소녀는 점점 자신이 ‘인어’로 변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 《블루 마이 마인드》는 단순한 성장담이 아닌, 정체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과 욕망, 이탈, 비밀의 은유가 섞인 독창적인 바디 호러 성장영화다. 무리 속에서 이방인이 되어가는 미아의 방황, 억눌린 감정과 본능의 충돌, 그리고 바다를 향해가는 마지막 여정까지. 이 영화는 뒷맛이 오래 남는다.

블루 마이 마인드 포스터


1. 이질감 속에서 무너져가는 평범한 세계

주인공 미아는 아버지의 전근으로 새 도시로 이사 온 사춘기 소녀다. 전학 첫날부터 낯선 학교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친구들에게 무시당한다. 관심을 끌기 위해 담배를 피우고 불량 무리에게 다가가지만, 그녀의 행동은 혼란과 외로움에서 비롯된 위장일 뿐이다.
어느 날, 그녀는 갑작스럽게 어항 속 금붕어를 생으로 삼키는 기이한 행동을 한다. 그리고 그날 밤, 부엌으로 홀린 듯 내려가 소금을 물에 타 마신다.

그 순간부터 미아의 몸에 변화가 시작된다. 발가락이 붙기 시작하고, 다리에 멍이 들며 비늘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이 급격한 변화는 단순한 생리적 성장의 수준을 넘어선다.
처음엔 혼란스럽지만, 미아는 점점 자신의 진짜 정체성에 다가간다. 그녀는 인간이 아니라 ‘인어’로 변화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부모는 묵살한다. 엄마는 질문을 피하고, 아버지는 관심조차 없다. 미아는 가족에게조차 이방인이 된다.
유일한 연결고리는 또래의 반항아 기아나. 그녀와 가까워지며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찾은 듯했지만, 기아나 역시 미아의 진짜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미아는 점점 세상으로부터 밀려난다.


2. 본능과 억압 사이, 인간성과 괴물성의 경계

미아는 자신의 변화가 단순히 질병이나 상상 속 일이 아님을 확신하게 된다. 학교에서 생선해부 수업을 하던 중, 생선을 날로 삼켜버리고, 친구들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내는 장면은 이미 그녀가 ‘사람’의 껍질을 벗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그녀는 이 변화를 막으려 애쓴다. 비늘을 핀셋으로 뜯어내고, 발가락이 붙어가는 걸 가위로 잘라내며, 양말과 바지로 몸을 숨긴다.
하지만 이 모든 저항은 헛되다. 몸은 점점 본능대로 움직인다. 물을 찾고, 짠 음식을 원하고, 인간의 규범에 흥미를 잃어간다.
미아는 더 이상 ‘사춘기 소녀’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 자체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그 누구보다 인간적이다. 사랑을 원하고, 관심을 갈구하고, 거절당하면 상처받는다.
하지만 사회는 그런 미아를 점점 ‘괴물’로 취급한다. 파티에서 남학생들이 그녀의 바지를 벗겨 붙은 다리를 조롱하고, 미아는 그대로 자리를 뛰쳐나간다.
그 장면은 단지 몸의 변화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배척당하는 강력한 상징이다.

이후 미아는 극도의 자해로 반응한다. 자신의 팔을 베고 피를 흘린 채 쓰러진 그녀의 모습은, 인어가 되기 전 인간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저항이었다.
다음 날, 미아의 다리는 완전히 물고기의 지느러미로 변한다.
그리고 그녀는 결심한다. 물로 돌아가야 한다.


3. 바다로의 귀환, 그리고 존재의 수용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욕조에 몸을 담그고 물속을 헤엄치던 미아는, 한 통의 전화를 건다.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준 기아나에게.
기아나는 미아를 바닷가까지 데려가고, 마지막 순간 그녀는 부모에게 전화를 건다. “이따가 보자.”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고, 단지 작별 인사만 남긴 채 바다로 들어간다.

이 장면은 이 영화의 모든 상징과 주제를 응축한 클라이맥스다. 인어가 된다는 것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다.
그것은 사춘기, 성적 정체성, 자기 혐오, 사회적 배척, 가족과의 단절, 그리고 자아의 발견까지 모든 혼란을 상징하는 ‘탈인간화’다.

이 영화는 말한다.
누군가는 자라며 나비가 되지만, 누군가는 비늘을 갖게 된다고.
그리고 그 비늘을 숨기기 위해 발버둥 치기보다, 받아들이는 것이 더 인간적일 수 있다고.

《블루 마이 마인드》는 호러도, 판타지도 아닌 정체성에 관한 독백이다.
심하게 외롭고, 아름답고, 끔찍하며, 따뜻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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