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라 불린 소녀, 그리고 그녀의 손을 처음으로 잡아준 소년. 『부서져 흩어지는 모습을 보여줄게』는 학교 폭력, 가족 학대, 그리고 트라우마를 다루면서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구하려는 용기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 글은 단순한 영화 요약이 아닌, 상처 입은 영혼들이 서로를 구하며 다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당신이 외면했던 누군가도 사실은 단 하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1. 영웅이 되고 싶었던 소년과 괴물이라 불린 소녀
하마다 기오스미는 아버지를 따라 영웅이 되고 싶었다. 생명을 구하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이야기는 그에게 강한 이상이자 살아가는 힘이었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현실은 그 이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어느 날, 조회 시간 직전 우연히 목격한 장면. 교실 한편에서 신입생 구라모토 하리가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누구 하나 제지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것을 조롱하듯 웃고 있었다.
하마다는 머뭇거림 없이 괴롭히는 무리 중 하나를 막아섰다. 아무도 돕지 않던 그 자리에 하마다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하리는 하마다의 ‘구해야 할 존재’가 되었다. 신발이 벗겨지면 사물함에 넣어주고, 찬물에 젖으면 자신의 옷을 벗어 건네기도 했다. 그렇게 하마다에게 붙은 별명은 ‘백수 선배’. 비웃음조차 상관없었다.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걸었다.
하지만 하리가 겪고 있던 고통은 단순한 학교 폭력을 넘어서 있었다. 그녀는 집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아버지의 감금, 외할머니의 죽음, 그리고 의문의 어머니 실종. 하리는 믿었다. 어머니는 UFO에 의해 데려갔다고. 그것은 믿음이라기보다 절박한 자기 방어였다. 현실이 너무도 잔인했기에, 초자연적 존재에게라도 의지하지 않으면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하리에게 처음으로 "너의 세계를 믿는다"고 말한 존재. 바로 하마다였다. 그날부터 하리의 세계는 회전하기 시작했다. 절망만 가득했던 삶에 처음으로 빛이 들어왔다.
2. 외면과 폭로, 그리고 삶을 건 싸움
하리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하마다는 그녀의 진짜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 단순히 내성적인 아이가 아니었다. 하리는 실질적으로 가정폭력의 피해자였고, 외할머니와 함께 감금당한 채 살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외할머니가 죽은 뒤에도 하리의 아버지는 그 시신을 가방에 넣어 유기하려 했다.
결국 하리는 하마다에게 도움을 청했고, 두 사람은 위험을 무릅쓰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가방을 찾아낸 순간, 그 안에 있던 것은 외할머니가 아닌 어머니의 유품이었다. 즉, 어머니는 단순한 가출이 아닌 살해된 것이며, 범인은 바로 아버지였다.
이 충격적인 사실은 하마다는 물론 하리에게도 견딜 수 없는 진실이었다. 경찰에 신고하려던 찰나, 하리의 아버지가 급습한다. 이성을 잃은 그는 모든 증거를 없애기 위해 둘을 불태우려 한다. 무력해 보였던 두 사람, 그러나 마지막 순간 떨어진 귀걸이 하나가 상황을 뒤바꾼다.
하리는 단 한 번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아버지를 제압하는 데 성공한다. 극적인 순간이었고, 동시에 하리가 진짜 ‘괴물’이 아닌, 그 괴물을 이겨낸 ‘생존자’라는 사실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3. 끝나지 않은 UFO, 그리고 진짜 영웅의 자리
사건 이후, 하리는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하마다는 졸업과 함께 그녀와 자연스레 이별하게 되지만, 마음은 떠나지 않았다. 그녀를 떠올릴 때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UFO를 떠올렸고, 그렇게 그리움은 고요한 우주처럼 머물렀다.
세 번째 봄, 두 사람은 운명처럼 다시 만난다. 결혼했고, 가정을 이루었다. 평화는 그렇게 찾아오는 듯했다. 그러나 평화는 언제나 깨지기 쉬운 것. 아이를 낳기 직전, 하리의 출산 예정일. 다시 강물이 불어났고, 또다시 차가 빠졌다. 이번엔 하마다가 아버지처럼 맨몸으로 물속에 뛰어들었다. 한 사람을 구했지만, 다시 들어간 강물은 그를 데려갔다.
그날, 하마다는 진짜 영웅이 되었다. 단순히 누군가의 연인이 아닌, 세상을 바꾼 사람이 되었다. 하늘의 은하수가 된 그의 마지막은 하리의 머리 위에서 여전히 빛났다. 그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았다. 단지, 더 이상 손으로 잡을 수 없을 뿐.
『부서져 흩어지는 모습을 보여줄게』는 괴물이라 불린 이가 아니라, 괴물을 이겨낸 사람의 이야기다. 그리고 아무도 외면하지 않을 단 한 사람만 있다면, 누군가의 삶은 다시 시작될 수 있다. 그것이 진짜 영웅의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