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엽기적인 제목, 그러나 끝내주는 감성.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시한부 소녀와 무채색 소년의 아름답고 슬픈 성장 이야기다.
벚꽃이 피는 봄, 사람과의 연결을 회피하던 ‘하루키’는 햇살 같은 소녀 ‘사쿠라’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남긴 마지막 선물은 ‘삶을 사랑하는 법’이었다.
벚꽃처럼 피고 진 사랑, 다시 오지 않을 계절. 봄날 무조건 봐야 할 일본 감성 청춘 영화.
1. 우연한 만남, 예정된 이별 —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되다
조용하고 책을 좋아하는 고등학생 ‘하루키’.
그는 사람들과 거리두기를 하며 살아가고 있었고, 관계에는 관심이 없는 소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한 권의 수첩을 줍게 된다.
그 수첩의 주인은 학급의 인기인 ‘사쿠라’.
하지만 그 수첩에는 충격적인 비밀이 적혀 있었다.
사쿠라가 췌장 질환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것.
사쿠라는 이 비밀을 공유한 유일한 친구로 하루키를 선택하고,
그를 점점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처음엔 어색하고 껄끄러웠던 두 사람의 관계는,
함께 보내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깊어진다.
도서위원이란 핑계로 가까워지고, 소소한 약속들을 함께 하며
사쿠라는 하루키에게 버킷리스트를 제안한다.
게임을 하며 사소한 진실을 주고받고,
거짓 없는 감정을 나누게 된 두 사람.
그러나 사쿠라가 말한다.
"죽음이 무섭다."
이 말은 그녀가 세상을 가볍게 보지 않고,
진심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하루키 역시 그녀를 통해,
사람과의 관계가 주는 따뜻함과 슬픔을 배워가고 있었다.
2. 벚꽃이 피는 날, 소녀는 없다 — 남겨진 자의 성장
그러나 삶은 잔인하다.
하루키는 어느 날부터 사쿠라와 연락이 닿지 않고,
결국 그녀의 부고 소식을 접한다.
심지어 사쿠라와 함께 가기로 했던 벚꽃 명소에도
혼자 가게 되고,
그녀의 장례식조차 가지 못한 채 집 안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 후 한 달, 하루키는 사쿠라의 어머니를 찾아가
그녀가 남긴 일기, 즉 '공병문고'를 전달받는다.
사쿠라의 공병문고에는,
그가 알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깊은 감정들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하루키를 “특별한 사람”이라 불렀고,
자신의 삶에 찾아온 마지막 봄 같은 존재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 일기를 읽는 순간, 하루키는 무너진다.
조용히 하염없이, 깊게, 울게 된다.
그제야 그는 진짜 작별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별의 진정한 시작은 ‘부재’가 아니라
그 부재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수용’이라는 것을 영화는 말한다.
그날 이후, 시간은 흘러
쿄코의 결혼식 날이 찾아온다.
사쿠라가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를 전해주기 위해
하루키는 결혼식장으로 향하고,
그녀의 바람대로 쿄코와 친구가 된다.
사쿠라가 떠난 자리엔 상처가 남았지만,
또한 소중한 연결도 남겨졌다.
3.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사랑과 생의 문장
제목이 처음엔 섬뜩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면 그 문장이
얼마나 깊은 감정의 표현인지 깨닫게 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란 말은,
중세적 사고방식에 근거한 표현으로
누군가를 정말 아끼고, 그 사람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가장 진심어린 고백이었다.
사쿠라와 하루키.
봄처럼 잠깐 스쳐간 그들의 인연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사쿠라는 하루키에게 감정을 주었고,
하루키는 사쿠라를 통해 감정을 배우며 성장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첫사랑 영화가 아니다.
인간이 인간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따뜻한 감정,
즉 ‘기억’과 ‘성장’을 이야기한다.
봄이라는 계절은 찰나다.
꽃이 피고 지듯, 사람의 만남도 순간이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우리는
삶을 배우고, 사랑을 알고,
때론 끝을 준비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이 짧고 강렬한 감정을
아름다운 벚꽃잎처럼 스크린 위에 흩뿌려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