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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by 영화보자 2025.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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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 귀신, 유체이탈, 강령술, 장기밀매, 그리고 금기된 결혼식까지…
이 영화는 한국 오컬트 호러의 모든 키워드를 한 데 모은 광기 어린 종합세트다.
무고한 자를 재물로 삼는 사악한 무속, 그에 맞서는 정의로운 법사, 원한과 복수로 얼룩진 신령의 격돌은 단순한 귀신영화 이상의 충격을 안긴다.
국내 무속 신앙의 어두운 면과 사회 고발까지 엮어낸 이 작품은, 한밤중 ‘혼자 보기 금지’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증명한다. 이건 ‘무서운 영화’가 아니라, ‘소름 돋는 현실’에 더 가까운 영화다.

바리데기 포스터

1. 귀신보다 더 무서운 인간, 재물로 바쳐진 그녀의 운명

줄거리는 단순하다. 어린 시절부터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이수연, 그리고 장기밀매와 사악한 주술을 동시에 저지르는 의료재벌 집안 ‘차병 아’.
수연은 어느 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 가문의 저주에 휘말리고, 결국 살아 있는 재물, ‘졸리(災理)’로 지목된다.

차가운 작업실, 피로 그은 의식, 금기된 혼례.
수연은 죽은 자의 혼과 강제로 결혼식을 치르게 되며, 자신이 귀신이 아닌 인간임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 영화는 단순한 오컬트물이 아니다.
사이비 무속신앙, 재벌과 의료비리, 유체이탈, 영적 저항, 그 모든 것이 영화 한 편에 덕지덕지 발라져 있다.
‘공포’라기보다, ‘분노’와 ‘혐오’가 피부에 와닿는다.


2. 무속은 구원인가, 저주인가 — 원고와 원명의 정체

영화의 중심에는 두 무당이 있다.
하나는 사악한 무속을 쓰는 원고, 또 다른 하나는 천도를 중시하는 정통 법사 원명.
이 둘의 충돌은 단순한 선과 악의 대결을 넘어, 무속이라는 믿음이 어디까지 사람을 움직이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원고는 죽은 자의 혼을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친다.
반면 원명은 그를 저지하며 말한다.

“무가(巫家)의 도리는 산 사람을 지키는 데 있다.”

하지만 누가 옳고, 누가 틀렸는가?
수연은 그 정답을 찾기 위해 생사의 경계를 오가며 고통스런 진실에 다가선다.
귀신보다 더 무서운 건, 신념을 잃은 인간의 얼굴임을 영화는 끝없이 보여준다.


3. 차라리 유체이탈이 낫다 — K-오컬트의 완성판

이 영화는 단순히 귀신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귀신은 배경일 뿐이고, 인간의 욕망, 신념, 죄의 대물림이 이끌어가는 이 이야기는 훨씬 복잡하고 질긴 감정을 끌어낸다.

거대한 혼례의식, 피로 물든 제물, 무속의 찬송,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싶은 한 사람’의 비명은, 관객의 멘탈을 천천히 갉아먹는다.

특히 성당, 절, 무당집, 병원이라는 네 개의 공간이 얽히며
종교와 미신, 과학과 비과학, 전통과 현대의 경계가 뒤섞인다.
이 영화는 단순히 무섭지 않다.
그저 숨이 턱 막힐 만큼 찝찝하고, 오래도록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 마무리

영화 **《바리데기》**는 단순한 귀신영화가 아니다.
이건 오컬트라는 장르를 빌려,
**한국 사회가 숨기고 외면해온 어둠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비극극(悲劇劇)**이다.

공포에 익숙한 이들이라도, 이 영화가 남기는 정서는
단순한 놀람이 아닌 묵직한 찜찜함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잠들기 전, 조심해라.
그림자는 빛보다 먼저, 당신의 뒤를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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