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는 미국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여성 연쇄살인범 아일린 워노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극심한 가난과 학대, 소외 속에서 살아온 한 여성이 결국 사랑과 생존을 위해 범죄의 길로 내몰리는 과정을 차갑게 그린 이 작품은,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닌 인간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샤를리즈 테론은 철저한 변신을 통해 이 비극적 인물을 생생하게 재현하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그녀의 연기는 영화의 강렬한 중심축으로 자리한다.
💔 1. 소녀의 꿈은 짓밟히고, 현실은 생존이었다
어린 시절, 에일린은 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던 평범한 소녀였다. 그러나 그녀의 현실은 가난과 학대, 방치로 얼룩져 있었다. 조부모로부터의 정서적 학대, 그리고 사회의 무관심은 에일린을 점점 외로운 거리로 내몰았고, 그녀는 불과 11살에 매춘을 시작하게 된다. 학교도, 가정도, 보호자도 없었던 그녀에게 길거리는 생존의 유일한 방법이자 일상이었다.
꿈을 잃은 에일린은, 이미 자기 존재를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기에 생의 끝자락까지 몰렸고, 삶을 포기하려는 순간 운명처럼 셀비라는 소녀를 만난다. 셀비는 에일린에게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게 해준 인물이었다. 둘은 함께 떠날 미래를 꿈꾸며 모텔에서 동거를 시작하고, 에일린은 그녀를 위해 자신이 하던 매춘을 끊고 정직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이 사회는 그녀에게 그런 기회를 쉽게 주지 않는다. 학력도, 기술도, 경력도 없는 그녀에게 면접은 매번 거절이었고, 정규직 일자리는커녕 비정규직마저 그녀를 받아주지 않는다.
꿈을 꿨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무너진 그녀는, 결국 다시 거리로 나선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생존이 아닌, 복수심과 분노가 섞인 위험한 방향이었다.
🔥 2. 괴물이 된 여인 – 살인은 생존이었나, 정의였나
한 손님에게 끔찍하게 폭행을 당한 후, 에일린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녀는 그를 총으로 쏴 죽이고, 그 순간부터 단순한 매춘부가 아닌 ‘살인자’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단순한 무차별 범행은 아니었다. 에일린은 ‘나쁜 남자만 골라서 죽인다’는 자기 기준을 세우고, 셀비와의 미래를 위한 돈을 마련하고자 계속 범행을 저지른다.
그녀는 자신이 처단하는 남자들이 '성폭력 가해자'이거나 '위험한 인간들'이라 믿으며, 스스로를 일종의 ‘심판자’로 여기게 된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의 기준에 동의하지 않는다. 피해자 중에는 진짜 악인도 있었지만, 에일린의 분노가 과잉반응으로 나타난 사례도 있었다. 특히, 후반부 그녀가 우연히 차를 얻어탄 남성은 순수하게 도와주려던 사람이었음에도, 단지 그녀의 총을 보았다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하게 된다.
여기서 영화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때, 우리는 어디까지 그녀를 이해하고 동정할 수 있는가? 에일린의 범죄는 단순한 욕망 때문이 아닌 ‘절망’과 ‘소외’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절망이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도 되는 면죄부는 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 곧 괴물이 되는 길이 되어버린 것이다.
⚖️ 3. 사랑도, 정의도 그녀를 구할 수 없었다
살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수배된 에일린은 결국 경찰에 체포된다. 문제는, 함께 도주했던 연인 셀비가 경찰과의 거래를 통해 에일린을 배신한다는 점이다. 에일린은 셀비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죄를 자신에게 떠안고, 법정에서조차 그녀를 지켜낸다. 사랑의 대가로 감옥에 갇힌 것이다.
재판 결과는 사형. 그녀는 결국 사형 선고를 받고, 교도소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셀비를 생각하며 죽음을 맞이한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바라본 것은 그녀와 함께 했던 짧지만 유일하게 인간다웠던 삶의 조각이었다.
영화는 에일린의 인생을 미화하지 않는다. 그녀가 겪은 학대와 비참함을 생생하게 그리면서도, 살인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임을 분명히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지 ‘여성 연쇄살인마’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아니다. 이는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에 대한 이야기다. 한 아이가 제도와 공동체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외면당했을 때, 그 끝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샤를리즈 테론은 이 역할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그녀의 연기는 단순한 분장 이상의 몰입감을 안긴다. 실제 인물 아일린 워노스의 심리, 분노, 슬픔, 절망을 감정 하나하나로 분해해 스크린 위에 그대로 재현해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