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곧 사라질 종말·디스토피아 걸작 두 편을 소개합니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인간의 본성과 사랑의 의미를 드러내는 《디 파이널 아워》, 탐욕과 욕망이 파멸을 부르는 《골드》. 종말의 공포 속에서도 사랑과 선택은 끝내 인간을 드러내며, 두 영화는 죽음을 마주한 우리에게 마지막 순간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가 묻습니다.
종말의 순간, 사랑을 선택한 자 — 《디 파이널 아워》
세상에 종말이 찾아오기 직전, 인류는 혼란과 광기에 빠져갑니다. 영화 《디 파이널 아워》는 단 12시간 남은 지구의 최후를 배경으로, 사랑과 선택, 그리고 인간 본성의 민낯을 차갑게 그려냅니다. 주인공 제임스는 혼돈 속에서 전 애인에게서 임신 소식을 듣지만, 정작 그는 그녀 대신 현재의 여자친구가 있는 파티로 향합니다. 모든 것을 잊고 싶은 그의 본능적인 도피는 곧 한 소녀 로즈를 만나면서 완전히 뒤틀립니다. 납치당한 소녀를 우연히 구해내며, 그는 더 이상 단순한 방관자가 될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이후 여정을 통해 제임스는 가족의 자살, 무너지는 도덕, 광란의 파티, 그리고 소녀의 상실을 연달아 목격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내면에 남아 있던 인간다움과 책임감을 끌어올리고, 마지막 순간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직면하게 됩니다. 결국 그는 소녀를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최후를 맞이하려 애쓰며 달려갑니다. 차가 고장 나고, 몸은 지쳐가지만, 그는 기어코 도착해 연인과 함께 죽음을 맞이합니다. 영화는 냉혹한 종말의 시간 속에서도 ‘사랑’이라는 본질적 가치가 어떻게 인간을 지탱하는가를 보여줍니다. 절망과 광기의 소용돌이 속, 끝까지 붙잡아야 할 것은 결국 타인과의 연대, 사랑 그 자체임을 제임스의 여정을 통해 증명하는 것입니다.
탐욕이 부른 비극 — 《골드》
반면 《골드》는 종말적 혼돈 대신 탐욕이 낳는 파멸을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주인공 버질은 미래의 각박한 세상에서 거대한 금덩어리를 발견하며 운명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그러나 그 발견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로 이어집니다. 차주와 함께 금을 지키기 위해 사막에 남은 버질은 점점 황폐해지고, 인간다운 모습이 무너져 내립니다. 생존의 고통 속에서도 그는 금을 포기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집착하며 스스로 파멸을 재촉합니다. 낯선 이를 불신하고, 거짓말을 일삼고,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며 그의 인간성은 사막의 열기 속에 서서히 타들어갑니다.
결국 금을 지키려던 집착은 모래폭풍에 의해 헛되이 무너지고, 버질은 야생 동물에게 비참하게 죽음을 맞습니다. 뒤늦게 돌아온 차주 역시 탐욕으로 인해 죽음을 피하지 못하고 쓰러집니다. 영화는 버질의 최후를 통해 인간이 욕망에 눈이 멀면 어떻게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빵을 나눌 줄 알던 따뜻한 인간’에서 ‘탐욕에 잠식된 괴물’로 변해버린 버질의 추락은, 부와 권력, 금이라는 허상을 좇는 인간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합니다. 《골드》는 끝내 관객에게 묻습니다. 진정한 재산은 무엇인가, 끝없는 소유의 욕망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두 영화가 던지는 질문 — 종말과 욕망의 경계에서
《디 파이널 아워》와 《골드》는 서로 다른 배경과 서사를 가졌지만, 결국 인간의 본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닮아 있습니다. 하나는 종말 앞에서 진정 중요한 것을 자각하는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끝없는 욕망이 인간을 파괴하는 이야기입니다. 두 영화 모두 ‘죽음을 앞둔 인간’이라는 극한 상황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사랑을 붙잡을 것인가, 아니면 욕망에 집착하다 스스로 무너질 것인가. 제임스가 택한 길은 희생과 사랑이었고, 버질이 택한 길은 탐욕과 고립이었습니다. 결과는 극명히 갈립니다.
이 대조는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마지막 순간에 곁에 있어야 할 이는 누구인가? 혹은 무엇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있는가? 두 영화는 단순한 종말 스릴러나 서바이벌 영화가 아니라, 삶의 가치와 본질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넷플릭스에서 사라지기 전에 반드시 봐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