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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 인 오하이오 (Devil in Ohio , 2022)

by 영화보자 2025.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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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한정 스릴러 시리즈 ‘데빌 인 오하이오’는 사이비 종교 집단에서 탈출한 소녀와 그녀를 보호하려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평화로웠던 한 가정에 파고든 이단의 어둠과 충격적 반전,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전개가 돋보인다. 사이비의 실체와 인간의 욕망이 뒤섞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영화 포스터

사이비 집단에서 선택받은 소녀의 탈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데빌 인 오하이오’는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이야기로, 평범했던 한 가정에 예상치 못한 혼란이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병원에 실려 온 한 소녀 ‘메이’는 어디선가 도망쳐 온 듯 불안한 눈빛을 지닌 채 주인공 수잔의 눈앞에 나타난다. 그녀는 사이비 종교 집단 ‘에이몬타운’에서 탈출한 생존자였다. 평범한 정신과 의사였던 수잔은 처음에는 단순한 동정심으로 메이를 보호하려 했지만, 이 선택은 그녀의 가족과 삶 전체를 송두리째 흔들게 된다.

메이는 사이비 집단의 ‘선택받은 소녀’였다. 종교 집단 내부에서는 그녀가 ‘첫 번째 예언자의 아내’가 될 운명이라고 믿고 있었고, 심지어 그녀를 신에게 바치기 위한 인신공양 의식까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 집단으로부터 가까스로 탈출한 메이는 평범한 일상을 꿈꾸지만, 그녀를 쫓는 집단의 손길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메이의 팔에 새겨진 문신은 그 집단의 상징이자 그녀가 결코 도망칠 수 없는 운명을 상징한다.

수잔은 메이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메이와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잔의 가족들에게도 균열이 생긴다. 남편과의 갈등, 딸들의 불안, 그리고 이웃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들이 그녀의 삶을 무너뜨려간다. 게다가 수잔 자신도 과거에 가족 내 학대와 상처를 겪었던 인물이라, 메이를 돕는다는 명분 아래 과거의 자신을 구원하고자 하는 집착도 얽혀 있었다. 결국 이 이야기는 한 가족을 보호하려 했던 의도가 오히려 그 가족을 붕괴로 이끄는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에이몬타운 사이비 집단의 내부 모습도 소름 끼치게 그려진다. 겉으로는 신을 섬기는 신도들이지만 실상은 범죄 조직에 가까운 구조였다. 자신들의 욕망과 권력 유지를 위해 ‘신의 이름’을 빌려 사람들을 지배하고 희생시키는 구조는 현실 속 종교 범죄 사례와도 맞닿아 있다. 작품이 진행되면서 드러나는 충격적인 반전 중 하나는, 이 집단의 지도자들이 어린 시절부터 세뇌받은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그들의 이중적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과 연민을 동시에 느끼게 만든다.

‘데빌 인 오하이오’의 전개는 섬세하고도 치밀하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메이가 정말 피해자인지, 혹은 그녀 스스로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수잔의 가정에 파고든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드는 장치들이 이어진다. 사이비 집단의 위협 속에서 가족을 지키려는 수잔의 고군분투는 관객으로 하여금 질문하게 만든다. 우리는 과연 누군가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가? 누군가를 구한다는 것이 정말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은 아닌가?

가족의 붕괴와 메이의 이중성

‘데빌 인 오하이오’는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인간관계의 복잡한 심리를 들여다본다. 특히 메이라는 인물의 이중성은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처음 등장했을 때의 메이는 분명 상처받은 소녀였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였다. 하지만 그녀가 점점 수잔의 가정에 적응해 가면서 나타나는 행동들은 결코 순수하지 않았다. 메이는 수잔의 딸들과 경쟁하려 했고, 때로는 교묘한 방법으로 수잔의 딸 ‘줄스’와 친구 관계를 갈등으로 몰아넣는다. 그 모든 행동 뒤에는 ‘사이비 집단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있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순수한 피해자라 보기 어려운 양면성을 띠게 된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메이가 스스로 손목에 백장미 문양을 새기며 자신을 피해자로 꾸미는 장면이다. 이는 단순히 집단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아닌, 자신을 불쌍하게 만들어 보호받으려는 본능적 행동으로 읽힌다. 메이는 스스로 피해자인 동시에 능동적으로 상황을 조작하는 존재로 변모해 간다. 이러한 모습은 수잔의 가족에게 깊은 균열을 남긴다. 수잔의 남편은 점점 메이와 수잔 사이의 관계에 의문을 품고 거리를 두기 시작하며, 딸들은 자신들의 삶이 침범당했다는 분노를 쌓아간다.

사이비 집단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데빌 인 오하이오’는 무거운 메시지를 던진다. 종교적 광신이 개인의 삶을 얼마나 파괴할 수 있는지, 그리고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고리가 얼마나 끔찍한지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수잔은 경찰의 도움으로 메이를 구해내는 데 성공하지만, 결국 그녀의 가족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메이조차 완전한 구원에 이르지 못한 채 또 다른 불안 속으로 사라진다.

드라마의 엔딩은 깔끔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수잔의 가족은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그들이 겪은 상처는 영원히 남는다. 메이는 끝까지 ‘선택받은 자’라는 착각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에이몬타운 집단은 완전히 소멸하지 않은 상태로 암암리에 존재감을 유지한다. 결국 이 이야기는 피해자와 가해자, 구원자와 파괴자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불분명한지를 드러낸다. 우리가 믿는 정의는 때로 얼마나 위태로운지 보여주는 섬뜩한 반전이다.

믿음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진 잔혹한 진실

‘데빌 인 오하이오’가 전하는 메시지의 핵심은 바로 ‘믿음의 허상’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 믿음을 가지고 있다. 수잔은 인간에 대한 연민과 보호 본능을 믿었고, 메이는 사이비 집단의 구속 속에서도 자신이 특별하다는 믿음을 지녔다. 사이비 집단 구성원들은 ‘신의 뜻’이라는 맹목적 믿음 아래 살인을 저지르며, 메이의 어머니조차도 자신의 딸을 희생시키는 것이 구원이라고 믿었다.

그 믿음이 얼마나 잔혹한 결과를 낳는지는 극의 후반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메이를 다시 잡으려는 집단의 광기 어린 집념은 인간 본성 깊은 곳에 자리한 폭력성과 결합하여 마치 신화 속 희생제 의식을 보는 듯한 공포를 자아낸다. 특히 마지막 의식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찬송가와 환호성 속에 ‘인간이 만든 신’이 얼마나 끔찍한 괴물이 될 수 있는지 절절히 느껴진다.

이 드라마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실제 세계에서도 사이비 종교 집단에 의한 인신공양이나 세뇌, 조직적 학대 사건들이 존재한다. ‘데빌 인 오하이오’는 그런 현실을 은유적으로 담아내면서 시청자들에게 경고장을 날린다. 맹목적 믿음은 사람을 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파멸로 이끈다.

결국 이 시리즈가 던지는 가장 큰 질문은 이것이다. “진짜 구원은 무엇인가?” 수잔이 선택한 구원은 메이를 위한 것이었는가, 아니면 자신의 과거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자기기만이었는가. 메이가 찾은 자유는 진짜 자유였는가, 아니면 또 다른 굴레로의 도주였는가. 마지막 장면까지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히 제시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데빌 인 오하이오’는 끝나고 나서도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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