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6월 6일, 신앙 공동체에서 같은 날 태어난 여섯 아이들. 예언에 따르면 그중 한 명은 악마의 화신. 시간이 흘러 18번째 생일을 앞둔 소녀들에게 차례로 죽음과 광기가 찾아온다. 종교적 광신, 폐쇄된 공동체,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까지. 영화 **《데블스 처일드》**는 믿음과 광기, 그리고 인간의 탐욕 속에서 악마의 실체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6월 6일, 예언의 시작 — ‘악마의 아이’의 탄생
영화의 서두는 1994년, 공동체 마을에서 여섯 명의 아이가 같은 날 동시에 태어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 마을은 외부 문명을 거부하고 신앙만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폐쇄적인 공동체입니다. 마을의 장로 비콘은 오래된 예언을 맹신하는 인물로, “여섯 아이 중 한 명은 악마의 화신”이라는 불길한 믿음을 내세웁니다. 그는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죽이려 하지만, 일부 부모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합니다. 결국 아이들은 살아남아 성장하게 되고, 18년이라는 시간이 흐릅니다.
소녀들은 자라면서 마을의 규율 속에 갇혀 살아가지만, 동시에 호기심과 갈등에 시달립니다. 특히 메리는 어릴 때부터 발작을 자주 일으키며, 이로 인해 자신이 예언의 아이가 아닐까 두려움에 시달립니다. 그녀의 곁에는 친아버지와 계모 레베카, 그리고 같은 공동체 사람들의 감시와 비난이 늘 따라다닙니다. 메리의 고통은 단순한 병이 아니라, 공동체의 광신적 믿음이 덧씌운 낙인과 같았습니다.
이처럼 영화는 출산과 예언이라는 충격적인 도입부로 관객을 끌어들이며,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라 ‘종교적 맹신이 만들어낸 공포’라는 주제를 심어둡니다. 그리고 18번째 생일이 다가오면서, 소녀들에게 예언의 그림자가 점점 현실로 드리워지기 시작합니다.
공동체의 광기와 소녀들의 추락
시간은 흘러, 소녀들의 18번째 생일이 가까워지자 마을에 기묘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합니다. 먼저 한나가 정체불명의 습격을 받아 살해되고, 이어 또 다른 소녀들이 차례차례 끔찍한 죽음을 맞습니다. 피에 젖은 시체, 환영처럼 다가오는 발작, 그리고 숲 속에서 사라지는 아이들. 마을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비콘 장로의 권력은 강화됩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소녀들 중 악마가 있다”며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끊고, 더욱 엄격한 통제를 가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소녀들은 몰래 마을을 벗어나 외부인과 교류하기 시작합니다. 메리는 자신을 구해준 청년 트레버와 가까워지고, 다른 소녀들도 사랑과 자유를 꿈꾸며 마을의 경계를 넘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바람은 곧 비극으로 이어집니다. 발작과 환영은 점점 심해지고, 광신자들의 폭력과 집착은 소녀들을 옭아맵니다.
특히 장로 비콘의 추악한 실체가 드러나는 장면은 영화의 공포를 극대화합니다. 그는 신의 이름을 빌려 소녀들을 검열하고, 심지어 성추행까지 자행합니다. 종교라는 가면 아래 숨겨진 욕망과 권력욕은, 오히려 ‘악마보다 더한 인간의 추악한 민낯’을 드러냅니다.
소녀들은 차례로 죽음을 맞고, 결국 메리 혼자 남게 됩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슬래셔식 공포가 아니라, 폐쇄적 공동체가 어떻게 젊은이들을 희생양으로 삼는지 보여주는 비극의 서사로 전개됩니다.
충격적 반전과 ‘악마의 얼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메리가 진실을 알게 되면서 찾아옵니다. 그녀의 친엄마가 나타나 충격적인 고백을 하는데, 사실 모든 죽음의 배후에는 그녀의 모성이 있었습니다. 병약한 딸을 살리기 위해, 신앙과 광기에 사로잡혀, 결국 공동체와 아이들을 희생시켰던 것입니다. 즉, 악마는 외부에서 온 존재가 아니라, 믿음이라는 이름 아래 광기를 선택한 인간 그 자체였습니다.
메리는 자신이 진짜 악마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발작을 거듭하며, 결국 광신도들과 정면으로 맞섭니다. 마지막 순간, 그녀는 장로와 공동체 사람들을 향해 폭발적인 분노를 터뜨리고, 무참히 그들을 쓰러뜨립니다. 하지만 그 모습은 ‘희생양이 된 소녀의 해방’인지, 아니면 ‘진짜 악마의 각성’인지는 끝내 모호하게 남습니다.
영화는 666이라는 상징과 종교적 공동체의 틀을 활용하면서, 단순히 오컬트적 공포가 아니라 인간의 믿음과 광신이 어떻게 파괴적인 힘으로 작용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다만 후반부의 전개는 다소 설득력이 약해지며, 주인공의 급작스러운 각성은 허무함을 남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계모 레베카 역의 제니퍼 카펜터가 보여준 광기 어린 연기는 오히려 영화 전체를 압도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