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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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드라큘라(2020)*는 19세기 고딕 호러의 정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고전 드라큘라의 잔혹성과 현대적 비틀기를 모두 품은 3부작 시리즈다. 123년간 바다에 잠겨 있던 드라큘라가 다시 눈을 뜨는 장면부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충격적인 전개까지. 진짜 무서움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만든 수작.

영화 포스터

1. 악마의 성, 그리고 드라큘라 백작의 매혹적인 덫

시리즈는 젊은 변호사 ‘조너선 하커’가 트란실바니아의 외딴 성으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그의 임무는 단순히 백작 드라큘라의 부동산 계약을 돕는 일이었지만, 도착과 동시에 분위기는 서서히 비정상적으로 변해간다. 성 안에는 기묘할 정도로 잘 차려진 식탁과, 백발의 귀족이자 수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드라큘라 백작이 기다리고 있다. 백작은 조용하고 공손하지만, 뭔가 꿍꿍이가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하커를 점점 성 안에 묶어두려 한다.

하커는 약혼녀 미나를 그리워하며 처음엔 서둘러 일을 끝내고 귀국하려 한다. 하지만 백작의 음성 한 마디에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 듯 성에 머물게 되고, 이후부터는 정체 모를 환각과 이상 현상이 그를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밤마다 들리는 비명, 성 안 어딘가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여성의 실루엣, 창문에 찍힌 ‘HELP US’라는 거꾸로 쓰인 글자 등. 고전적이면서도 시각적 연출이 뛰어난 공포 장면이 이어진다.

백작은 밤이 될수록 젊어지고, 하커는 점점 쇠약해진다. 이 피와 생명력을 나누는 메커니즘은 단순히 물리적인 ‘흡혈’ 이상으로 느껴진다. 백작은 하커를 물리적으로 지배할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무너뜨리며 서서히 그의 정체성을 지워나간다. 관객은 하커의 시선으로 이 모든 상황을 체험하게 되며,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환상인지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공포는 극에 달한다.

결국 하커는 더 이상 성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이 악몽 같은 성의 일부가 되어간다. 이 부분은 전통적인 드라큘라 서사의 재현이면서도, ‘자신의 의지로 떠날 수 없는 폐쇄공간’이라는 점에서 현대 심리 스릴러의 요소까지 품고 있다. 클래식한 연출과 치밀한 심리 묘사가 맞물리며, 단순한 괴수 이야기가 아닌 고전 문학의 품격까지 느껴지는 구성이다.

2. 수장된 드라큘라, 그리고 123년 후의 부활

이야기는 하커의 비극적 귀환으로 이어지며, 드라큘라는 이후 서서히 유럽으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뜻밖의 사건으로 배는 침몰하고, 드라큘라는 관 속에 갇힌 채 영국 앞바다 깊숙한 곳에 가라앉는다. 그로부터 무려 123년. 현대의 탐사선이 그 배를 발견하면서, 본격적인 부활이 시작된다. 누군가 호기심에 드라큘라의 관을 열고 입 안에 손을 넣는 순간, 드라큘라는 완전히 각성하게 되고, 고전적 공포가 다시 한 번 현대 세계로 소환된다.

이 부활 장면은 매우 상징적이다. 드라큘라는 고전적 공포의 결정체이자, 인간이 가장 오래도록 상상해온 ‘죽음과 피’의 상징이다. 그런데 그를 깨운 것은 다름 아닌 현대인의 호기심이다. ‘하지 말라고 한 것’에 손을 대는 행위, 금기를 넘는 충동이야말로 공포의 시작임을 이 장면이 강렬하게 묘사한다. 그렇게 부활한 드라큘라는 다시 육지를 향해 걷기 시작하고, 마치 신생아처럼 세상의 공기를 즐기며 웃는다. 이 기이한 웃음은 인간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짐승에 가까운 본능적인 쾌감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미 21세기라는 시대에 도달했다. 이를 알아차린 드라큘라 제단의 용병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예상치 못한 반전은 바로 낯익은 얼굴의 등장이었다. 그것은 전작에서 살아남았다고 믿었던 하커의 그림자이자, 다시금 드라큘라를 무덤으로 보내기 위해 움직이는 존재였다. 이 순간 드라마는 ‘과거와 현재’의 대결을 본격화한다. 고전적인 악의 화신이었던 드라큘라가 현대를 배경으로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지점이다.

또한 드라마는 여기서 단순히 뱀파이어의 귀환만을 다루지 않는다. 드라큘라가 오랜 시간 동안 인간과 문명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그가 왜 인간의 피를 탐하는지를 사유하는 철학적인 대사들도 등장한다. 이 드라마는 고전을 기반으로 하되, 그 안에 ‘왜 우리는 공포에 끌리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까지 담고 있어 단순한 공포 시리즈 이상의 깊이를 보여준다.

3. 고전 회귀인가, 현대 해석인가 – ‘드라큘라’ 시리즈의 놀라운 재탄생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큘라(2020)*는 총 3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90분 분량의 장편급 퀄리티를 자랑한다. 1편은 고딕 호러에 충실한 성의 이야기, 2편은 드라큘라가 유럽으로 향하는 도중의 사건, 3편은 드디어 도착한 현대 영국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각 편은 서로 다른 감독이 연출을 맡아 시각과 톤이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적으로는 고전 드라큘라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드라큘라의 캐릭터는 기존의 ‘섹시한 뱀파이어’가 아닌, 오히려 중후한 외모에 고전적 매너를 지닌 악마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십자가와 햇빛을 두려워하고, 초대받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으며, 피로 생명을 연장하는 전형적인 규칙들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그 안에 철학적이고 지적인 면모까지 부여된다. 이는 기존의 현대 뱀파이어들과는 명백히 다른 접근이며, 원조 드라큘라의 품격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또한 3편에서 드라큘라가 현대 의학과 과학 앞에서 무력해지는 장면은, 전통적인 공포가 과연 현대 사회에서도 위협이 될 수 있는가를 묻는 도발적인 시도였다. 단순히 귀신이나 괴물이 아닌, 인간의 본성, 죽음에 대한 공포, 불멸의 욕망이야말로 진정한 공포의 근원임을 시리즈는 일관되게 주장한다. 특히 마지막 결말에서 드라큘라가 스스로를 희생하며 죽음을 택하는 장면은, 악마조차 ‘죽음을 마주할 용기’에 감동받았다는 반전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작품은 공포영화 팬뿐 아니라, 고전 문학 팬, 미장센과 연출을 중시하는 관객, 그리고 드라큘라 신화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시리즈다. 단순한 피와 이빨의 이야기를 넘어, 죽음과 인간성, 구원의 문제를 건드리는 깊이 있는 공포극. 지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고전 리부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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