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루(Lou)〉**는 처음엔 단순한 액션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가족이라는 주제를 곱씹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어두운 배경 속에 숨겨진 인물들의 사연이 얽히며, 총성과 폭발 사이로 예상치 못한 감정이 스며드는 이야기죠.
낯선 시골 마을, 수수께끼의 노인
영화의 무대는 외딴 시골 마을. 거칠고 무뚝뚝한 인상의 노인 루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홀로 살아갑니다. 그는 사냥을 하듯 동물 뼈를 다루고, 텔레비전도 없이 지내며 매사에 무심한 듯 행동하죠. 하지만 그 옆집에는 해나와 딸 비가 살고 있습니다. 두 모녀는 루의 집 일부를 빌려 살며, 그와 최소한의 인사만 나누는 사이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젊은 해나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그녀는 경계심이 강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해나가 도와주던 낯선 남자가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고, 그날 밤 정전과 함께 의문의 침입자가 나타납니다.
평범하지 않은 추격의 시작
침입자는 다름 아닌 해나의 전남편 필립. 그는 딸 비를 데리고 사라집니다. 절망에 빠진 해나는 루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의외로 루는 거부하지 않고 곧장 필립을 추적하기 시작하죠.
여기서부터 루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그는 한때 CIA에서 활동했던 특수 요원 출신. 오랜 세월 봉인했던 전투 기술을 다시 꺼내 들며, 두 사람은 필립이 향한 오두막을 추격합니다.
산길과 다리를 건너는 과정에서 루의 손목 관절염이 도지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목숨을 건 사투 끝에 필립의 흔적을 따라가던 중, 등대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발견하고 해나를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킵니다.
밝혀지는 충격적인 관계
루와 필립이 마주한 순간,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필립은 루의 아들이었던 것. 과거 첩보 활동으로 인해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지 못한 채 상처와 분노를 품고 자랐습니다.
루가 생을 포기하려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동안 며느리 해나와 손녀 비를 지켜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던 마음이 숨어 있었죠.
위기의 절정과 선택
해나는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혼란에 빠집니다. 그러나 딸을 되찾기 위해 홀로 필립을 찾아갑니다. 필립은 세 사람을 모두 죽게 만들겠다는 극단적인 계획을 세우지만, 루는 끝까지 그를 막으려 합니다.
마침내 CIA 요원들이 들이닥치고, 모자는 마지막 대화를 나눈 뒤 함께 최후를 맞습니다. 해나는 사랑하는 이를 잃었지만, 동시에 과거의 사슬에서 벗어나 새 삶을 준비하게 됩니다.
단순한 복수극이 아닌, 가족 드라마
〈루〉는 표면적으로는 납치·추격·총격전이 이어지는 액션물입니다. 그러나 영화의 핵심은 ‘가족’이라는 주제에 있습니다.
- 루: 냉정한 첩보원에서, 아들과 며느리·손녀를 지키려는 할머니로 변모
- 필립: 어머니의 부재 속에서 성장한 상처 입은 아들
- 해나: 과거의 폭력에서 벗어나 가족을 지키려는 강인한 어머니
이 세 인물의 관계가 얽히면서, 단순한 선과 악의 대립을 넘어 복잡한 감정을 남깁니다.
감상 포인트
- 액션 연출 – 시골 숲과 바닷가를 배경으로 한 추격전은 속도감이 있습니다.
- 인물의 깊이 – 루의 정체와 과거, 필립의 상처가 드러날 때 몰입도가 높아집니다.
- 잔잔한 여운 – 마지막 장면에서 해나와 비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모습은, 긴장감 속에서도 희망을 남깁니다.
한 줄 총평
〈루〉는 액션 스릴러와 가족 드라마를 절묘하게 섞은 작품입니다. 격렬한 추격과 총격전 뒤에 남는 건, 결국 피로 맺어진 관계와 그 속의 용서입니다. 단순한 ‘복수 영화’로 보기에는 아까운 감정의 결이 살아 있는 이야기였고, 넷플릭스에서 부담 없이 즐기기에 충분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