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유럽 중심부를 강타한 최악의 대홍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 워터》는 실화를 기반으로 재해와 정치, 그리고 인간의 본성을 치밀하게 그려낸 폴란드산 재난 드라마다. 물에 잠겨가는 도시, 서로 다른 선택을 강요받는 사람들.
한 명의 수문학자, 침묵하는 정부, 폭발을 막으려는 마을 주민들—
그 혼란과 갈등, 생존과 윤리 사이의 경계를 탁월하게 포착한다.
잔잔한 물결이 만들어낸 거대한 서사, 《하이 워터》는 그 누구도 무고하지 않았던 재난의 한가운데로 당신을 이끈다.
🧬 1. 홍수를 예언한 여자 – 수문학자 ‘트레메르’
이야기는 한 도시를 집어삼킨 물보다 더 거대한 침묵과 방임으로부터 시작된다.
여주인공 트레메르는 수문학자로서, 위험을 감지하고 끊임없이 경고하지만 정부는 귀를 닫는다.
그녀는 개인적으로도 약물중독, 가족과의 불화 등 상처를 지닌 인물이다.
하지만 재난이 시작되자, 본능적으로 현장에 복귀하고
급기야 도시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강둑을 폭파하자고 제안한다.
그녀의 과감한 주장은 인간과 물, 도시와 윤리 사이의 경계선을 뚜렷하게 만든다.
⚖️ 2. 마을 vs 정부 – 무엇이 옳았는가?
트레메르의 제안을 받아들인 정부는 인근 마을 ‘티’를 강제로 침수시키는 전략을 실행에 옮기려 한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분노한다.
그들은 외친다:
"왜 우리가 희생되어야 하나?"
군인들이 출동하고, 주민들은 도로를 막고 저항한다.
정치인은 결단을 미루고, 구조는 엉키고, 도시는 점점 물에 잠긴다.
이 갈등은 단순한 대립이 아니라, **"한 쪽을 구하려면 한 쪽은 버려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 질문은 우리 모두가 재난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묻게 한다.
🧍♂️ 3. 사람들 속의 이야기 – 개인의 생존, 가족의 연대
드라마는 재난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인간의 복잡한 감정선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 딸의 안위를 걱정하며 맨몸으로 물속을 달려가는 아버지 쿠바
- 여전히 과거에 얽매인 채, 죄책감과 사명감 사이에서 고통받는 트레메르
- 생존과 도덕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을 주민들
누구도 완전히 옳거나, 완전히 틀리지 않다.
재난 속에서 모두가 각자의 옳음을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뿐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트레메르는 말한다: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것뿐이다.”
그 말이 주는 묵직한 여운은 비난보다 이해, 분노보다 공감을 남긴다.
🌧 마무리 총평 – 물이 휩쓸고 간 자리, 남은 것은 무엇인가
《하이 워터》는 단순한 재난극이 아니다.
이 작품은 *"어떤 재난은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다"*는 진실을 말한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기에, 그 서사는 더욱 설득력 있고 잔혹하며,
종종 무기력하게 느껴질 만큼 현실적이다.
- 사회 시스템의 한계
- 정치의 무책임
- 개인의 고립감과 절박함
- 그리고 그 모든 것 위에 있는 자연
재난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는 것은 삶의 잔해가 아닌, 인간성의 그림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