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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공개작 《인 더 섀도우 오브 더 문 (In the Shadow of the Moon, 2019)》

by 영화보자 2025.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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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흘러내리며 사망하는 기묘한 사건. 그 중심엔 정체불명의 여성과, 그녀를 평생 쫓는 한 형사가 있다. 영화 《인 더 섀도우 오브 더 문》은 시간 여행과 숙명, 그리고 세대를 넘어선 책임을 주제로 한 SF 스릴러다. 9년마다 반복되는 미스터리한 살인과, 미래를 지키기 위해 과거를 바꾸는 한 소녀의 비극적인 여정. 그녀는 로크 형사의 손녀였고, 그 임무를 맡긴 자는 바로 그 자신이었다. 반전과 긴장감이 물결처럼 밀려드는 이 영화는, 시간을 거슬러 묻는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막기 위해, 오늘을 희생할 수 있는가?"

문 새도우 포스터

 


1. 시작은 피범벅, 그리고 시간의 균열

영화는 2024년, 미국이 멸망 직전에 이른 세계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곧 시간은 36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필라델피아. 어느 날 갑자기, 전혀 연결고리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동시에 죽어간다. 피를 쏟고, 뇌수가 흘러내리며, 마치 내면에서 폭발하듯 죽음을 맞는다. 피해자들의 목 뒤에는 동일한 상처가 남아 있고, 독성조차 알려지지 않은 정체불명의 증상. 이 미스터리한 사건의 조사를 맡은 형사 ‘로크’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수사 도중, 로크는 정체불명의 여성을 추적한다. 빠른 몸놀림, 기묘한 무기, 이해할 수 없는 언어. 그리고 그 여자는 결국 눈앞에서 추락사한다. 사건은 그렇게 끝나는 듯했지만, 그날 밤 로크는 아내의 출산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향한다. 기쁨과 비극이 동시에 찾아온다. 그는 딸을 얻지만, 아내는 세상을 떠난다. 로크는 홀로 남아 딸을 키우며, 삶의 균형을 잃은 채 살아간다.

하지만, 9년 뒤. 그 죽었던 여자가 다시 나타난다.

여전한 살인 방식, 동일한 외모. 과거에 죽은 줄 알았던 그녀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되살아난 듯한 모습이다. 로크는 혼란에 빠지지만, 동시에 집요하게 수사를 재개한다. 단지 형사로서가 아니라, 인생을 걸고 끝을 봐야 할 ‘운명’처럼. 그는 그날 이후, 9년마다 반복해서 그녀를 추적하게 된다. 그녀는 1997년에, 2006년에, 2015년에 계속해서 나타난다. 하지만 로크의 시간은 흐르고, 그녀의 시간은 반대로 흘러간다.


2. 살인자와 손녀, 모순된 진실

여자는 매번 현장에서 피의자들을 제거한 뒤 죽거나 사라진다. 그녀가 죽인 자들은 모두 과격한 사상을 지닌 인물들이다. 반정부 테러리스트, 인종주의자, 음모론자들. 로크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가 무작위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지키기 위한 표적 제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의 정체는 충격적이다. 그녀는 로크의 손녀였으며, 황폐해진 미래를 막기 위해 거꾸로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미래의 혼란은 바로 이 ‘살해된 자들’이 만들어낸 파괴적인 사상과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이를 막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과거로 뛰어든 것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 모든 임무를 그녀에게 맡긴 인물이 바로 ‘로크’ 자신이라는 것이다. 미래에서 노인이 된 그는 손녀에게 시간을 되돌아가 과거를 바꾸라는 임무를 내린다. 딸을, 손녀를, 가족을 모두 잃은 채 절망 속에서 내린 결정.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과거의 자신에게는 이 비극을 절대 알리지 않았고, 오직 '진실을 쫓는 형사'의 본능에 맡긴 채 모든 퍼즐을 남겨두었다.

로크는 결국 진실을 마주한다. 그는 자신이 평생 쫓아온 범인을 사랑해야 했고, 동시에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만 했던 것이다. 이것은 형사와 살인자의 대립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와 미래의 자아’, ‘지켜야 할 인간성과, 지켜야 할 세계’ 사이의 충돌이었다.


3. 누가 미래를 구할 것인가

영화의 시간선은 복잡하다. 여자는 2024년에서 시작해 9년 단위로 과거로 이동하며, 로크는 1988년부터 9년 단위로 그녀를 다시 마주한다. 즉, 로크에게 여자는 점점 미래에서 온 낯선 존재지만, 여자에게 로크는 점점 과거의 기억으로만 남는 존재다. 둘은 끊임없이 엇갈린다. 그리고 그 엇갈림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충돌하고, 죽고, 다시 만난다.

결국 로크는 그녀가 택한 방식의 의미를 받아들인다. 그는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목격했고, 그 배후에 있던 사상과 폭력의 실체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막고자 했던 ‘미래의 붕괴’가 얼마나 현실적 위협이었는지도. 그 순간, 로크는 더 이상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진실을 은폐하지 않고, 딸과의 관계도 회복하며, 그 비극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선택한다.

2024년, 영화는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온다. 폐허가 된 도시는 복원되고 있다. 그것은 그녀—로크의 손녀—가 과거에서 목숨을 걸고 바꿔낸 시간의 결과였다. 그녀는 성공했다. 죽음을 무릅쓴 여정 끝에, 미래는 바뀌었다.

《인 더 섀도우 오브 더 문》은 단지 SF 스릴러가 아니다. 이 영화는 시간이라는 거대한 강물 속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선택, 그러나 가장 무거운 결단을 이야기한다. 가족, 책임, 정의.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감내해야 할 슬픔까지.
마지막 순간, 로크는 하늘을 바라본다. 그는 그녀를 기억하고, 그녀가 남긴 세계를 살아간다. 그리고 그가 택한 유일한 진실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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