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덴마크를 충격에 빠뜨린 스릴러 《나이트워치》.
그로부터 30년이 흘러, 다시 한번 어둠이 깨어났다.
두피를 벗겨 살인을 저지르던 악명 높은 연쇄살인마 ‘벼르머’가 돌아온 것이다.
이번엔 피해자의 딸이 그의 그림자를 마주한다.
가족의 트라우마, 그리고 되물림되는 공포 —
이 영화는 단순한 후속작이 아닌, 세대를 잇는 공포의 계보를 그린다.

과거의 그림자 — 다시 열린 지하의 문
살인 혐의로 체포된 청년 ‘벤트’.
그가 저지른 잔혹한 범행 수법은 30년 전 악명을 떨쳤던 연쇄살인마 벼르머와 똑같았습니다.
죽은 피해자의 두피를 벗겨내는 기괴한 방식.
사건은 곧 덴마크 사회 전체를 뒤흔듭니다.
한편, 평범하게 살아가던 엠마는 자신의 엄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가
30년 전 벼르머 사건과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되죠.
그녀의 부모는 그 연쇄살인마의 피해자이자, 유일한 생존자였습니다.
과거의 악몽에 사로잡힌 아버지 ‘마틴’을 지켜보며
엠마는 결심합니다.
“엄마를 빼앗아간 그 공포를, 이제 내가 끝내야 해.”
그리하여 그녀는 아버지가 근무했던 의대의 부검실에서
야간 경비 아르바이트를 시작합니다.
바로 그곳이, 30년 전 피로 얼룩졌던 살인의 무대였죠.
베르머의 그림자 — 그리고 새로운 악의 탄생
엠마는 자신을 대학원생으로 속이며
정신병원에 감금된 벼르머를 찾아갑니다.
시력을 잃고 초라하게 앉아 있는 그 노인은
이제 아무 힘도 없는 존재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침묵 속에는 여전히 살기 어린 욕망이 도사리고 있었죠.
엠마는 그가 남긴 물건 속에서 **‘자식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때부터 모든 것이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한편, 벼르머를 숭배하던 청년 벤트는
그의 ‘사도’처럼 행동하며 과거의 흔적을 되살립니다.
그리고 베르머의 딸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죠.
그녀는 학대 속에 자라나, 세상을 향한 증오로 가득 찬 존재가 되었고
이제 그녀가 아버지의 복수를 완성하기 위해 돌아옵니다.
피는 물보다 진했고, 공포는 세대를 넘어 전염되었습니다.
피의 유산 — 트라우마가 낳은 공포
모든 비극의 실체는 밝혀집니다.
진짜 살인마는 정신과 의사로 위장한 군버,
즉, 벼르머의 친딸이었죠.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게 만든 이들을 찾아내
차례로 잔인한 복수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엠마의 아버지, 마틴에게 마지막 칼끝을 겨눕니다.
하지만 마틴은 끝내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이 평생 두려워하던 악을 향해 맞섭니다.
엠마 역시 아버지의 곁에서
그녀의 총으로 군비를 쓰러뜨립니다.
오랫동안 가족을 짓눌렀던 공포는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그 끝에는 허무가 남았죠.
트라우마는 단순히 ‘공포의 기억’이 아니라,
세대를 삼키는 유전된 고통이라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마무리 감상
《나이트워치: 데몬스 앳 포에버》는
30년 전 걸작 《나이트워치》의 후속작으로,
원작 감독 올레 보르네달(Ole Bornedal) 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폐쇄된 부검실의 공간감,
무표정한 인물들,
그리고 차가운 덴마크 특유의 색채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다
중반까지 다소 혼란스럽고 방향을 잃은 듯한 인상을 남깁니다.
다만,
“트라우마는 어떻게 대물림 되는가”
라는 주제의식만큼은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연쇄살인보다 더 무서운 건,
그 공포가 세대를 건너 살아남는다는 사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