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서로에게 마지막인 연인.
정방향으로 흐르는 시간 속 남자와, 거꾸로 흐르는 시간 속 여자가 만난다면 어떤 사랑이 가능할까?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30일간 교차되는 시간을 배경으로,
서로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두 청춘의 눈물겨운 로맨스를 그린다.
두 번째 관람 때, 첫 장면부터 울게 되는 마법 같은 구조.
한 번은 몰입하게 되고, 두 번째는 무너져내리는 감정의 파도.
당신의 봄날을 울릴 가장 섬세한 시간 여행 로맨스.
1. 우연처럼 찾아온 인연, 알고 보니 예정된 기적
20살 청년 타카토시는 어느 평범한 날 지하철 안에서 운명처럼 한 여성을 만난다.
첫눈에 반해 말을 걸었고, 짧은 대화를 나눈 후 둘은 헤어진다.
그녀의 이름은 '에미'.
이후 동물원에서 우연히 다시 재회한 두 사람은 점차 가까워지고,
데이트를 하고, 사소한 일상들을 함께 나누며 자연스럽게 연인이 된다.
그런데 에미는 자주 눈물을 흘린다.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한 눈빛,
그리고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그녀의 태도는
타카토시에게 미묘한 위화감을 준다.
함께한 지 15일쯤 되었을 때,
타카토시는 에미의 수첩을 보게 되고,
그 수첩이 시간순이 아닌 ‘역순’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제야 밝혀지는 진실.
에미는 타카토시와는 반대로 ‘과거에서 현재로’가 아니라
‘미래에서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살고 있는 존재였다.
그녀는 미래에서 왔고,
타카토시와의 첫 만남이
자신에게는 '마지막 인연'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을 숨긴 채, 그녀는 행복했던 추억들을 쌓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2. 기억할 수 없는 기억, 함께할 수 없는 추억
에미와 타카토시는 같은 30일을 공유한다.
그러나 타카토시에게는 사랑의 시작이지만,
에미에게는 이별의 끝이었다.
하루하루가 서로에게 ‘처음’과 ‘마지막’이 교차되는 구조.
에미는 매일 더 많이 타카토시를 알게 되고,
타카토시는 매일 그녀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느낀다.
이 극적인 시간의 차이는 둘 사이에 가슴 저미는 비극을 만든다.
공유할 수 없는 기억,
함께 웃었지만 서로 기억이 어긋난 추억.
타카토시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에미를 보며 괴로워하고,
결국 상처 주는 말을 내뱉고 말기도 한다.
그러나 에미는 그것조차 미리 알고 있었다.
그녀는 타카토시와의 마지막 날을 위해,
아름답게 떠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타카토시는 그녀의 진심을 깨닫고,
시간이 허락한 남은 날들을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소중하게 보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들은 ‘단 한 번뿐인 30일’이라는 기적을 함께 살아간다.
3. “나는 내일, 어제의 너를 사랑했다” — 시간을 건너는 사랑의 방식
타카토시의 마지막 날은
곧 에미의 첫날이었다.
타카토시는 에미에게,
그녀가 앞으로 살아갈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해준다.
에미는 그것을 기억하게 될까?
아니, 그녀는 그 기억을 향해 점점 멀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기억이 남긴 감정은,
서로의 시간 속 어딘가에서 영원히 살아남는다.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전형적인 로맨스를 벗어난 시간 구조를 기반으로 한 감성 서사다.
일본 특유의 섬세하고 조용한 감정선,
따뜻한 영상미, 절제된 대사 속에 담긴 눈물겨운 진심이
관객의 마음을 부드럽게 파고든다.
특히 이 작품은 두 번째 관람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첫 번째는 “무슨 이야기지?”라는 궁금증으로,
두 번째는 “이 장면이 그 장면이었구나…”라는 깨달음으로
관객을 감정의 회오리 속으로 이끈다.
"사랑은 왜 하필 시간과 싸워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비록 기억이 남지 않아도 감정은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는
한 편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