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98%가 사망한 미지의 재앙, 눈을 뜨는 순간 죽음이 다가온다! 광기에 물든 도심 속, 딸을 잃은 아버지 세바스티안은 생존자 무리와 함께 몬주익으로 향한다. 악령보다 더 무서운 인간, 그리고 충격적 결말. 버드박스 그 이후, 생존 그 너머의 공포를 그린 스릴러!
광기의 도심, 눈을 감아야 사는 세상
‘버드박스: 바르셀로나’는 전작 ‘버드박스’의 세계관을 이어가되, 바르셀로나라는 또 다른 지옥을 무대로 펼쳐집니다. 영화는 아버지 세바스티안이 어린 딸 아나에게 선물을 주는 평화로운 장면으로 시작되지만, 곧 세계가 무너진 현실로 전환됩니다. 눈을 뜨는 순간 정체불명의 존재를 본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살아남은 이들은 눈가리개를 하고 세상을 이동합니다. 세바스티안은 사람들 틈에 섞여 고글을 쓴 채 바깥을 조심스레 걷고, 폐허가 된 버스 회사를 아지트 삼아 딸과 생존합니다. 그러나 곧 밝혀지는 충격적인 반전 — 아나는 실제 인물이 아닌 환영이었습니다. 9개월 전, 그는 죽은 딸을 환영처럼 보고 있었고,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던 것이죠. 영화는 이처럼 현실과 망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그려내며, 광기로 가득한 도시 속 ‘보이지 않는 공포’뿐 아니라 인간 내면의 붕괴도 함께 조명합니다. 눈이 먼 남자, 자발적으로 눈을 찌른 사람 등 극단적인 생존 방식들은 이 세계가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생생히 보여주며 긴장감을 극대화시킵니다.
악령보다 무서운 인간, 배신과 광기의 여정
세바스티안은 악령을 봐도 멀쩡한 상태, 즉 이 세계에서 ‘선택된 자’처럼 여겨지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다른 이들을 죽음으로 유도하는 위협이기도 하죠. 악령의 속삭임에 사로잡힌 그는 “해방”이라는 이름 아랫사람들에게 눈을 뜨게 하고, 결국 죽음으로 이끕니다. 새로운 생존자 무리와 조우한 그는 어린 소녀 소피아와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무리 안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움직입니다. 하지만 그의 거짓말은 곧 드러나고, 라파를 비롯한 무리의 경계심은 점점 커집니다. 동시에 세바스티안은 점점 망상에서 깨어나기 시작하고, 소피아를 진짜 딸처럼 보호하려는 모습은 이전의 잔혹함과 대비됩니다.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 “누구를 믿을 수 있는가”, “정신적으로 무너진 자가 과연 악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단순한 생존 스릴러 이상의 깊이를 선사합니다. 동료들 사이의 갈등, 어린아이의 순수함, 그리고 배신의 연속은 이 세계의 잔혹한 생존 방식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장치로 활용됩니다.
생존을 넘어선 구원, 충격의 결말
무리와 함께 몬주익 언덕으로 향하는 여정은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습니다. 그들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단순히 악령이 아닙니다. 과거 신부였던 인물이 악령에 완전히 동화되어 이들을 뒤쫓고, 악령을 봐도 무너지지 않는 이들의 존재는 신적인 구원인지 혹은 완전한 파괴자인지 의문을 남깁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몬주익에 도달하려는 마지막 여정, 종소리를 울려 사람들에게 신호를 보내지만 그 소리조차 악령을 끌어들이는 매개가 됩니다. 신부를 막기 위한 마지막 격투 끝에 세바스티안은 목숨을 잃고, 클레어와 소피아는 간신히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소피아는 그곳에서 어머니를 다시 만나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이 결말은 단순한 생존이 아닌 ‘구원’에 대한 의미를 던지며, 눈을 가린다고 끝나지 않는 인간의 선택과 신념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영화는 “무엇을 보지 말아야 하는가”보다,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며, 생존 스릴러 장르 속에서도 철학적인 여운을 남깁니다. 버드박스: 바르셀로나는 단순히 재난을 넘어, 인간성의 본질을 돌아보게 만드는 수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