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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erto(데시에르토)》

by 영화보자 2025.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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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국경을 넘어 자유의 땅으로 향한 사람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는 건 꿈이 아닌 죽음이었다.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 단 한 명의 광신적인 남자와 사냥개 한 마리가 불법 이민자들을 인간사냥하듯 쫓기 시작한다. 피폐한 생존, 무너진 인간성, 그리고 살벌한 미국의 그림자. 영화 **《Desierto(데시에르토)》**는 단순한 추격 스릴러를 넘어, ‘자유의 나라’라 불리는 미국의 잔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디시에르토

자유를 향한 여정, 그러나 시작부터 지옥이었다

영화는 좁은 트럭에 몸을 구겨 넣은 한 무리의 사람들로 시작한다. 지친 눈빛, 갈라진 입술, 그러나 그들의 얼굴엔 한 줄기 희망이 남아 있다. 목적지는 바로 미국, 꿈의 나라였다. 하지만 트럭이 고장 나면서 이들은 도보로 국경을 넘기 시작한다. 끝없는 모래바람과 태양 아래, 발걸음 하나하나가 절망으로 변해간다.
그러나 진짜 지옥은 이제부터였다. 멀리서 들려온 총성. 그리고 그 총을 쥔 남자 —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한 백인 사냥꾼. 그는 불법 이민자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며 웃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충성스러운 사냥개가 있었다. 인간을 짐승처럼 쫓고, 피를 쫓는 냄새에 흥분하는 사냥개는 마치 ‘악마의 분신’처럼 그를 따라다닌다.
총탄이 날아들고, 사람들은 모래 위를 기어가며 숨는다. 그러나 도망칠 곳은 없다. 끝없는 사막, 불타는 태양, 그리고 단 한 자루의 총. 이민자들은 순식간에 사냥감으로 전락하고, 그들의 꿈은 피와 모래 속에 흩어진다. 이 장면에서 감독은 말한다. “이것이 진짜 미국의 현실이다.”
미국의 국경은 단순한 선이 아니다. 그것은 희망과 절망, 인간성과 야만이 맞붙는 최전선이다. 영화는 그 선 위에서 ‘누가 진짜 괴물인가’를 묻기 시작한다.

인간 사냥, 사막의 악마와의 추격전

주인공 모이세스와 몇몇 생존자들은 사냥꾼의 총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그러나 끝없는 추격은 그들의 체력과 의지를 갉아먹는다. 한 명, 또 한 명이 쓰러지고, 사냥개는 피 냄새를 따라 그들을 물어뜯는다. 이 장면들은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존재의 투쟁’*이다. 살아남는다는 행위가 얼마나 원초적인 본능으로 환원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낭떠러지 끝에서, 한 남자가 총에 맞아 추락하고, 또 한 명이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살아남은 건 이제 주인공과 한 여인뿐이다. 그들은 밤이 되자 바위틈에서 몸을 숨기지만, 사냥꾼의 플래시라이트는 어둠 속에서도 그들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이 영화가 섬뜩한 이유는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무의미한 폭력’에 있다. 사냥꾼은 돈을 위해, 명예를 위해, 혹은 명확한 이유를 위해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그에게 이민자들은 그저 침입자, 더럽혀진 땅을 밟은 벌레일 뿐이다. 그의 얼굴엔 광신적 신념이 깃들어 있다.
그는 마치 현대 미국 사회의 그림자다. 총을 쥐고, 이방인을 향한 증오를 정당화하며, 자신의 폭력을 ‘애국심’이라 믿는다.
밤이 지나고 새벽이 밝아올 때, 메마른 사막 위에 남은 건 시체와 피, 그리고 아직 숨 쉬는 두 사람뿐. 메마른 모래는 모든 증거를 삼키고, 하늘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푸르다. 감독은 침묵으로 묻는다 — “누가 더 위험한가? 사냥꾼인가, 아니면 그가 대표하는 국가인가.”

사막의 끝, 그리고 잔혹한 자유의 땅

이제 남은 건 모이세스와 여인뿐이다. 그들은 다시 도망치며, 죽음이 아닌 ‘희망’을 향해 몸부림친다. 방울뱀 떼가 도사린 구덩이, 바람에 날리는 모래, 언제 날아들지 모르는 총탄 속에서, 둘은 기회를 잡는다. 남자가 잠든 사이 그의 차를 훔쳐 탈출하는 것. 하지만 운명은 또다시 그들을 배신한다.
차는 뒤집히고, 여자는 총에 맞는다. 피투성이가 된 모이세스는 여인을 업은 채 사막을 기어간다. 그는 더 이상 단순한 이민자가 아니다. 그를 움직이는 건 생존이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존엄이다. 사냥개를 죽이고, 총을 빼앗아, 그는 마침내 사냥꾼과 마지막 결투를 벌인다.
피와 먼지가 뒤섞인 결투의 끝에서, 그는 총을 쥔 채 떨린다. 그리고 총을 버린다. 사냥꾼을 사막 한가운데 버려두고, 여인을 업은 채 다시 미국으로 향한다.
그는 자유의 나라로 향하지만, 영화는 묻는다. “그곳에 진짜 자유가 있는가?”
《데시에르토》는 단순한 생존 스릴러가 아니다. 그것은 ‘국경’이라는 경계선 위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잔혹한 진실을 해부한 작품이다. 미국의 자유는 누군가의 피 위에 세워졌으며, 그 피는 여전히 마르지 않았다.
카메라는 모래 위를 걷는 두 사람을 비추며 멈춘다. 광활한 사막, 피로 젖은 태양,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총성.
그것은 경고처럼 들린다 — “이 땅의 악마는 국경 밖에 있지 않다. 바로 그 국경을 지키는 자들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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