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뒤덮은 좀비 바이러스, 그 시작은 복수심에 사로잡힌 한 소녀였다. 넷플릭스 ‘킹덤’의 세계관을 확장한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은 생사초의 비밀과 생사역의 기원을 통해 좀비 창궐의 숨겨진 서사를 강렬하게 펼쳐낸다.
조선 땅에 드리운 복수의 씨앗, 생사초
깊은 숲속, 한 마리의 노루가 수상한 풀을 뜯어먹은 뒤 괴이한 존재로 되살아나 호랑이에게 덤비고, 그 호랑이마저 감염되며 생태계에 이상이 퍼지기 시작한다. 이 풀의 이름은 생사초, 죽은 자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금단의 약초다.
한편, 조선 변경의 추파진에서는 여진족의 시체가 대거 발견되며 불길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사건을 조사하던 민치록은 진실을 덮기 위해 호랑이의 소행으로 위장하라고 번호 부락장 타합에게 지시한다.
아신은 병든 어머니를 위해 폐사군에 들어가 생사초의 벽화를 발견하며 그 신비한 약초의 존재를 다시 되새긴다. 하지만 그 사이, 민치록의 정치적 계략과 파저위 군사들의 공격으로 번호 부락은 몰살당하고 만다. 아신은 폐허가 된 고향에서 아버지의 유품을 발견하며 모든 것을 잃은 채 복수를 다짐한다.
이후 추파진에서 잡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아신은 복수의 날을 준비한다. 청년으로 성장한 그녀는 파저위 진영의 구조를 파악해 군에 넘기고, 잠입 명령을 받아 파저위 본진으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살아있는 아버지를 발견하고, 고통 속에 연명하던 아버지의 소원대로 그의 생을 마감해준다.
그녀가 생사초를 퍼뜨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
아버지의 목숨을 스스로 거두고 돌아온 아신. 하지만 그녀가 마주한 진실은 더욱 충격적이다. 조선 조정은 번호 부락이 여진족을 죽였다는 누명을 뒤집어씌우며, 그 배후에는 민치록과 조범일이 있었다.
조범일은 아신이 부락 시체 속에서 봤던 화살촉을 지닌 인물로, 파저위인 척 위장한 조선의 간자였다. 민치록은 조선을 위한 희생이라며 번호 부락의 학살을 정당화했고, 아신은 이 모든 진실을 문서를 통해 확인하며 분노에 휩싸인다.
이윽고 아신은 생사초를 꺼내든다. 그녀는 자신을 감시하던 조선 병사를 죽이고, 생사초로 되살려 최초의 생사역으로 만든다. 이 병사는 피와 살을 탐하는 좀비가 되어 조선 군을 무차별 공격하고, 그렇게 조선과 여진을 향한 아신의 핏빛 복수극이 시작된다.
아신은 생사초를 통해 죽은 자들을 일으켜 세워 조선에 좀비를 퍼뜨리기 시작하고, 생사역은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이 되어 나라 전체를 위협한다. 그녀가 사신단을 통해 이승희 의원에게 생사초를 건네는 장면은, 《킹덤》 시즌1~2에서 등장한 생사역 사태의 기원을 설명하는 중요한 연결 고리로 작용한다.
킹덤 유니버스를 관통하는 ‘한’과 서사 확장
《킹덤: 아신전》은 본 시리즈의 프리퀄이자, 시즌 1과 2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중요한 스핀오프다. 시즌 1이 굶주림, 시즌 2가 피를 주제로 했다면, 이 에피소드는 ‘한’을 중심에 둔다.
조선에도 여진에도 받아들여지지 못한 아신은 이중의 타자이며, 그가 겪은 배신과 학살은 인간성을 말살시키고 파괴적인 복수로 이끈다. 생사초는 단순한 좀비 바이러스가 아니라, 억눌린 분노와 깊은 원한이 만든 비극의 매개체다.
후반부 30여 분 동안 펼쳐지는 화염과 생사역들의 광란은 전반의 정적인 전개를 완벽히 상쇄하며, 시즌 3에서 벌어질 대규모 충돌을 예고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신은 파저위 부족장 아이다간을 향해 도발하며 갈등의 서막을 열고, 시리즈 전체의 세계관은 더욱 팽창된다.
이로써 《킹덤》은 단순한 좀비 스릴러가 아닌, 정치, 이념, 계급, 민족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다루는 깊이 있는 유니버스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좀비를 만들어내는 존재가 괴물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점이 가장 섬뜩한 메시지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