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로 변하지 않기 위해 매일 백신을 맞아야 하는 감염자들. 백신이 끊기면서 벌어지는 처절한 생존과 배신, 그리고 끝내 피할 수 없었던 선택. 영화 《리턴드(The Returned)》은 바이러스보다 더 잔혹한 인간의 본성과 공포를 그린 묵직한 드라마 스릴러다.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인간의 시선
세상은 이미 감염자와 비감염자로 나뉘었다. 하지만 감염자라고 모두 좀비가 된 것은 아니다. ‘리턴’이라 불리는 감염자들은 매일 백신을 맞음으로써 좀비로 변하는 것을 억제하며 살아간다. 문제는, 백신의 수급이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병원에서 리턴 전용 병동 간호사로 근무하는 케이트는 자신의 남편 알렉스가 감염자라는 사실을 숨기며 몰래 백신을 확보해온다. 어느 날, 알렉스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 제이콥 부부를 집으로 초대해 자신이 6년 전 기타를 사러 갔다가 감염되었으며 지금껏 리턴으로 살아왔음을 고백한다.
이 사회에서 리턴은 환자가 아니라 ‘언제든 좀비로 변할 수 있는 존재’로 취급되며 비감염자의 따가운 시선 속에 살아간다. 케이트는 리턴이 겪는 현실적인 고통과 낙인을 몸소 느끼며, 더 많은 백신을 확보하고자 애쓴다.
그러던 어느 날, 리턴 병동에 무장 괴한들이 침입해 퇴원 예정이던 리턴 환자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케이트는 정신적 충격에 병원 일을 그만두고, 개인적인 루트를 통해 백신을 더 구입하려고 한다. 간호사에게 웃돈을 주고 거래를 이어가던 케이트는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가 리턴이라고 거짓말을 하기에 이른다.
알렉스를 죽이러 온 리턴 혐오주의자를 마주한 케이트는 살인을 은폐하고 호숫가에 시체를 유기하며 한 발 더 어두운 현실로 침잠하게 된다. 사회는 백신 공급이 끊기지 않을 것이라며 안심을 유도하지만, 불신과 불안은 이미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번지고 있다.
믿음과 우정, 그리고 처절한 배신
백신 부족이 현실화되면서 케이트와 알렉스는 이 사태를 피해 피신을 준비한다. 하지만 그들 앞에 남은 백신은 고작 4개월 분뿐. 친구 제이콥 부부는 그들에게 함께 별장으로 도피하자고 제안하고, 결국 네 사람은 외딴 별장으로 몸을 숨긴다.
케이트는 리턴들을 향한 적대감이 커지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든 알렉스를 지키려 하지만, 곧 친구 제이콥과 그의 아내 앰버 역시 믿을 수 없는 존재로 변모해간다. 간호사를 살해한 것이 앰버임을 눈치챈 케이트, 그리고 백신을 독점하려는 제이콥.
알렉스는 친구에게 백신을 조금이라도 나눠달라고 간절히 애원하지만, 제이콥은 냉정하게 거절하며 “우리 가족이 먼저”라는 이기적인 태도를 보인다. 우정은 백신 앞에서 무너지고, 케이트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상관인 박사를 통해 새로운 백신을 확보하려 한다.
한편 알렉스는 점점 좀비화에 대한 공포에 휩싸이며, 자신이 완전히 변하기 전에 스스로를 결박한다. 이때 케이트는 과거 어린 시절 좀비로 변한 엄마를 죽이지 못하고 도망쳤던 기억과 마주하며,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결단은 너무 성급했다. 박사가 급히 도착해 새 백신이 개발되었음을 알리지만, 그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 후였다. 이 장면은 극도의 긴장감과 함께,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이라는 비극적 여운을 남긴다.
감염자는 누구인가,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영화는 전통적인 좀비물이 아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인간 사이의 갈등, 배신, 이기심을 그리는 데 할애되며, 리턴은 그저 촉매제로서 존재할 뿐이다. 백신이라는 생명줄이 끊기자 사람들은 본색을 드러내고, 겉으론 걱정하는 척하면서도 결국은 ‘우리 가족만 살아야 한다’는 이기심이 드러난다.
케이트는 알렉스를 지키기 위해 거짓말과 살인까지 감행했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도 허망했다. 백신은 눈앞에서 깨졌고, 알렉스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몇 개월 후, 알렉스와 함께 살고 싶어했던 집으로 이사를 가며 과거를 정리하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제이콥과 앰버에 대한 복수심이 타오른다.
영화의 마지막은 조용하지만 섬뜩하다. 감염자보다 무서운 것은 바로 인간이며,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 가장 큰 배신자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영화 《리턴드》은 좀비가 중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간성의 붕괴를 통해 더 깊은 공포를 선사하는 수작이다.
특히 요즘처럼 바이러스와 격리, 사회적 이기주의에 민감한 시대에 더욱 공감되는 주제를 담고 있으며, 전통적인 공포물보다는 인간 드라마에 가까운 묵직한 장르로 기억될 작품이다. 단순한 무서움이 아니라 **‘현실이 더 무섭다’**는 감정을 깊이 새기게 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