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망가진 얼굴을 고치기 위해 실험적 치료를 선택한 여성, 그리고 그녀에게 찾아온 끔찍한 변화. 《라비드(Rabid, 2019)》는 바이러스와 육체 변이, 그리고 인간 욕망의 비극을 패션계라는 독특한 무대에 펼쳐낸 충격적인 공포영화다. 치료는 구원이 아닌 저주의 시작이었다.
1. 회복을 향한 갈망 – 아름다움이 낳은 끔찍한 선택
주인공 로즈는 교통사고로 인해 얼굴에 큰 흉터를 입고 삶의 벼랑 끝으로 몰린 디자이너 지망생이다. 그녀는 겉으로는 담담하게 보이지만, 내면에는 끊이지 않는 열등감과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사랑받고 싶고,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열망은 결국 그녀를 의심스러운 의료 시술로 이끌게 만든다.
그녀가 선택한 치료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실험적인 복원 수술이다. 의사는 이미 시술을 받은 환자들의 사례를 보여주며 안심시키지만, 로즈는 어딘가 모르게 꺼림칙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은 갈망은 경고보다 더 강한 유혹이었다.
수술 이후, 그녀의 얼굴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완벽하게 복원된다. 외모가 바뀌자 로즈의 삶도 급속도로 변화한다. 자신감, 애정, 사회적 인정까지. 그녀는 다시 화려한 패션계의 중심으로 돌아오고, 이전보다 더욱 강렬한 시선과 사랑을 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로즈는 정체불명의 복통과 환각, 그리고 알 수 없는 식욕 이상 증세를 겪기 시작한다. 단백질 셰이크로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 이상하게 생생한 꿈, 누군가를 해치고 싶은 충동. 그녀는 점점 자신이 다른 존재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이 첫 번째 파트에서 영화는 인간의 신체와 자아, 그리고 욕망의 경계를 파고든다. 단지 흉터를 고치고 싶었을 뿐인 로즈의 선택은, 자신도 모르게 삶 전체의 구조를 붕괴시키는 트리거가 되었던 것이다.
2. 몸이 기억하는 악몽 – 치료의 대가, 광기와 변이의 시작
외적인 회복은 곧 내면의 붕괴로 이어진다. 로즈는 자신이 꿈에서 공격했던 사람이 실제로 죽거나 실종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수면 중 무의식적으로 벌어지는 끔찍한 행동들은 현실과 악몽을 혼동하게 만들며, 그녀의 정신은 점차 파괴되어 간다.
특히 영화는 로즈가 자신이 변해가고 있다는 자각 과정을 점층적으로, 끔찍하게 묘사한다. 그녀의 입 안에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구조, 허기짐을 억제할 수 없는 욕망, 그리고 실제로 남성을 유혹한 뒤 그를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장면까지—모든 것이 점점 한 인간이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은유하면서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의 핵심은 단순한 바이러스 감염이 아니다. 실험적 치료로 시작된 이 질병은 의도된 창조물, 즉 불멸을 꿈꿨던 한 의사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의사는 암으로 죽어가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줄기세포와 실험 치료를 통해 신의 자리를 넘보려 했고, 로즈는 그 실험의 부산물이자 새로운 숙주가 되었던 것이다.
한편 로즈의 곁에 있는 친구와 연인들은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고도 어쩌지 못한다. 감정적으로 다가가는 사람들조차, 로즈가 점점 사람이 아닌 존재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면서 혼란에 빠진다. 이 모든 과정은 현대 사회가 가진 미의 기준, 의학 기술,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로 다가온다.
로즈는 변하고 있고, 그녀는 이제 스스로를 조절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 그녀가 의지했던 치료는 곧 자신을 지우는 무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3. 불멸이라는 저주 – 감염과 붕괴, 그리고 비극의 피날레
영화의 마지막 장은 공포와 슬픔, 비극과 철학이 모두 뒤엉킨 복합적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로즈는 패션쇼에서 자신이 만든 드레스를 통해 인정을 받지만, 그 찬란한 무대는 곧 아수라장으로 바뀐다. 그녀의 통제가 사라진 순간, 감염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친구였던 첼시는 그 대가로 목숨을 잃는다.
브레드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를 지키려 애쓰지만, 로즈는 더 이상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인간이 아니게 되어 있다. 그녀의 몸은 새로운 존재로 변해가고 있고, 실험의 책임자인 의사는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진실을 숨기지 않는다. 로즈는 실험체이며, 감염의 중심이었던 것이다.
결국 로즈는 의사의 아내를 처단하고, 자신에게 씌워진 불멸의 저주를 끝내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패한다. 죽음을 택했지만, 그녀는 죽지 못한 채 불멸의 존재로 되살아나고, 세상은 다시금 진정되었지만 감염의 원인은 남아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바이러스 호러를 넘어서, 인간이 스스로 신이 되려 할 때 벌어지는 비극을 공포로 풀어낸 작품이다. 줄기세포, 유전자 조작, 재생의학 같은 현대 의학이 가진 가능성과 위험성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아름다움을 추구한 여성의 삶이 사회의 욕망과 실험의 욕망 속에서 어떻게 붕괴되는지를 그려낸다.
영화는 끝내 로즈에게 구원을 주지 않는다. 그녀는 스스로를 잃은 채, 끝없는 고통 속에 던져진 존재로 남는다. 감염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진원지는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이다.